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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ㅣ 창해 맑은내 소설선 3
이승우 지음 / 창해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식물들의 사생활도 그러더니,
또 이런다.
뭔가 있을 법해서 자꾸 열심히 읽고 싶은데, 그 뭔가를 구태여 안 보여주니, 감질맛이 나고 읽고나서 시원하지가 않다.
불륜의 이야기이지만, 우연의 사랑을 철저히 믿는 작가의 힘이 작품 전체에서 진하게 배어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격정의 사랑 이야기를 자신이 흠뻑 빠져서 내쳐 쓰지 않는 이 작가의 경직을 어떻게 받아주어야 할 지 난감하다.
아무래도 나에게 이제 비극적인 사랑의 소재가 끌리지 않는걸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책장을 덮고 어디엔가 있다는 광화문 땅굴을 그려보지만, 어둑하고 추울 뿐 아늑할 거라는 사랑의 보금자리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식물처럼 사생활을 갖는 여리면서도 질긴, 울음을 애써 참고 눈에 핏발을 세운, 이런 사람을 이제 이쁘게 보지 못하는건가.
아이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