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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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가장 잘 어울려있지만 가장 동떨어져 있기도 했던 그 때를 아주 잘 표현해준 작가가 친구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또래집단에서 빠져나와 철저히 혼자가 되는 과정에 서있는 고등학생 시절. 되돌이켜보면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시절이었음에도 각자의 가슴엔 그런 고철같이 차가운 날이 하나씩 생기고 있던 것이다.

 

어른이 될 수록 관계를 맺는 것에는 진심이 결여되기 쉽다는 말이 있지만 관계를 맺기란 언제고 쉬운 것이 아니다. 다만 학창시절에는 특유의 그 발랄함으로 외로움을 덮어버렸기 때문에 더 쉽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어쩌면 자발적 외톨이인 누군가가 교실한켠에서 얼굴을 가린채 혹은 엎어진채로 외로움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낙천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이 환영받고 열외의 사람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 시대에 어쩌면 왕따라는 것도 모두가 느끼고 있을 외로움에 대해 '무관심한 척' 혹은 '아닌 척'의 방법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당하는 사람보다도 가하는 사람쪽에서 '나도 몹시 외로워'라고 말하고 싶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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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 - 신화가 된 여자
자넷 로우 지음, 신리나 옮김 / 청년정신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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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은 34번에서 방송하는 드라마 G.Hosp. 외에 두개밖에 안 봤고(즐겨봤지만..)

오프라쇼는 가끔 한두번 본 것 같은데

그 외에는 볼 기회가 없었다.

우리 집엔 그 흔한 케이블 방송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미국에서 살아보지 않아서그런지

책의 내용이 100%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원서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

내가 미국 문화를 잘 몰라서 스프링거 쇼가 뭔지, 코니정이 누군지, 필 도나휴가 누군지 몰라서이기도 하겠지만 번역도 나의 이해부족에 한몫을 했음은 틀림없다.

 

 단순히 불우한 흑인 여자가 유명인사가 된 것이 신화가 된 것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넷 로우라는 사람은 오프라의 신봉자인 것 같다.

오프라가 소송을 걸 것을 상기하고 지은 책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건 좀 너무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270페이지의 내용에서 대부분은 오프라 찬양일색이다.

이런 내용이라면 270페이지의 종이를 넘기는 시간이 아깝다.

 

 오프라 윈프리의 성공스토리는 물론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그녀가 말을 정말 잘 한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말을 잘한다는 것 처럼 위험한 것도 없다. 특히나 단지 말만 잘하는거라면...

 

 쇼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제대로 한번 시청해보고 싶은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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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살인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권수연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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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내용을 배경으로 9개의 곡을 빌려와 마치 한편의 공연을 보는듯 장엄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무시무시하기도 한 9개의 살인을 담은 책이 <단테의 신곡 살인>이다. 단테의 작품을 앞에 두고 게임을 하듯 커튼뒤에 숨어 상황을 조정하는 범인은 '일 디아볼로, 키마이라, 악마'등으로 불린다. 그는 단체로, 개인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늘 주의해서 등장인물을 관찰하지 않으면 허공에 발을 휘젖는듯 범인을 놓치게되니 주의하시길.

 

 1756년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한 배우의 끔찍한 죽음으로 신곡 살인의 서막을 올린다. 그는 예수가 못박히듯 십자가에 박혀 죽었고 두 눈도 날카롭게 베인 상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그의 시체와 함께 발견된 '여인의 브로치'. 위원회는 이것이 사사로운 감정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베네치아에서 망나니, 바람둥이로 감옥에 갖힌 '흑란', 피에트로를 사건을 파헤칠 위원회의 요원으로 삼기로 결정한다. 

 

 살인은 9개의 신곡이 끝날때까지 계속되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나 범인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 속 각각의 내용에 따라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살인이 끝날때까지 누가 범인인지, 다음 곡에서는 누가 희생양이 될지 추리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잠들기 전에 이불위에 배를 깔고 한시간가량 이 책을 읽다가 잠들었다. 책을 읽는 일주일동안 갖가지 꿈을 꾸기도하며 잠을 설치기도 했다. 늦은새벽 조용한 가운데 읽는 책의 내용은 그리 아름답지 못한 내용들인데다가 베네치아의 습하고 어둑한 공기가 그대로 느껴지곤해서 책 표지에 쓰인 제목 중 '살인'이라는 글자만 보아도 왠지 소름이 돋아 방의 불을 끌때는 여지없이 책을 뒤집어두곤 했다.

 

 등장인물이 많은데다가 인물 한명, 한명을 모두 용의선상에 올려두어야 했기 때문에 이름과 이력을 메모하며 읽었다. 인물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또 단테 시리즈를 읽으면서 '단테의 신곡' 원문은 어떤 내용일까 늘 궁금했지만 차마 알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중간중간에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내용을 발췌하며 소설의 전개와 걸음을 같이 하고 있어서 덩달아 '단테의 신곡'내용까지 알게 되는 이점도 있다. 

 

 돌아보면 이 두꺼운(얇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단 한장도 지루했던적이 없었던것 같다. 분명 책의 두께 때문에도 그렇고 수사과정이 지리해질만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나에게 생소한 베네치아의 문화나 정치적 배경에 대한 설명도 나를 쉽게 잠들게 할수는 없었다. 매 순간 긴장하며 귀를 귀울여 그들의 대화를 들어야했기에 오히려 계속해서 다음장, 그 다음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내가 읽은)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 빠지지 않는 '창녀, 사랑, 베네치아, 쾌걸조로 같은 남자주인공, 성직자, 살인, 정치에 관한 내용은 이 책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베네치아는 아니지만 로마, 밀라노, 피렌체에 머물렀던 기억을 더듬으면 '이탈리아'라는 곳에 직접 가있다는 상상을 하기가 쉬웠기 때문에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누가 범인이냐 (또는 살인사건과 관련있느냐) 하는 것을 추리하면서 읽었는데 어제까지 두가지의 가설을 세웠었다. '누구도 믿지 말라'는 말처럼 주인공 피에트로의 옆에서 그를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란드레토'를 의심해보기도 하고, 피에트로가 사랑하는 여인 '안나'도 의심해보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니까) 그리고 피에트로가 단테라면 베르길리우스와 같은 존재가 될 '빈디카티'도 의심을 해보았다. 심지어는 일 디아볼로의 최종 살인 목적이었던 '로레단 총독'까지 의심했다. 하지만 모두 결정적인 동기를 찾아서 '이놈이 범인이다!' 라며 의심했던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아무도 믿지마라'는 충고를 나는 완전히 따르지는 못한것 같다. 범인은 교묘하게 극중에서 '범인일수 없도록' 만들어졌고, 자연스럽게 나의 용의선상에서도 제외되었다.

 

 이 서평도 누군가가 읽고 있겠지만 만약 당신이 언제라도 이 책을 읽게된다면 더이상 이 책의 서평읽기는 그만두기를 바란다. 또한 책 뒤표지의 글도 보지 않고 시작하라 말하고 싶다. 나는 어떤 서평도 미리 읽지 않고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는 시간이 야심한 밤이었는데다가 앞표지에 쓰인 '살인'이라는 단어가 스릴있는 내용과 맞물려 무시무시해 보일때 표지가 안보이도록 뒤집어두곤 했지만 늘 보이던 뒤표지의 글도 읽지 않았다. 다 읽은 후에 읽어보니 책의 1/3 또는 절반에 해당하는 줄거리가 요약되어있는 꼴이었다. (총 9개의 곡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배경으로 9개의 살인이 일어나는데 뒤표지는 그중 약 4개의 살인 결과 누가 죽었는지를 나열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독자는 책을 읽은 후 서평에 스포일러를 흘리지 않으려 할것이며 뒤표지의 내용을 읽고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결말까지 즐기는데 문제는 없겠지만 이 책의 묘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간순간 주위의 모두를 의심해보고 알리바이를 ?아가는 것에 있기 때문에 누가 죽을것인지 조차도 모르고 읽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본래는 하루 저녁에 한곡씩 읽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독서는 결말에 대한 호기심이 나의 피를 말리기 시작해서 어제 새벽까지 남은 분량을 뚝딱 해치우게 되었다. 마지막 7곡부터는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며 '영재속독'을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읽는 내내 책을 쓴 아르노 들랄랑드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수 없었는데 그의 이력을 보면 알수 있듯이 그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로 활동중이다. 이 책 한권만해도 요소요소에 시나리오적인 것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상승곡선을 타다가도 급하강을 하는 식의 흥미로운 전개가 반복된다. 이는 딱 일년 전에 읽었던 비슷한 맥락의 단테 시리즈 '줄리오 레오니의 단테의 빛의 살인'과 비교되는 부분인데 사실 줄리오 레오니의 작품의 경우 책의 두께에 비해 허파가 공허해지도록 허망한 줄거리와 결말이었기에 '단테'어쩌구 하는 제목만 보고 아르노 들랄랑드의 이 책도 기대없이 읽었다. 

(혹시나 줄리오 레오니의 단테 시리즈에 실망했던 독자는 의심없이 일단 아르노 들랄랑드의 이 책을 손에 드시길.)

결론적으로 줄리오 레오니의 단테 시리즈에 비교하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베네치아의 눅눅함, 카니발의 화려함, 살인사건의 추리. 여름 내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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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구판절판



학교에서 돌아왔더니 흰순이가 보이지 않았다. 흰순이는 언제나 내가 돌아오면 흙발로 펄쩍 뛰면서 달려들었다. 동네에서 구수한 냄새가 났다. 옆집 아저씨가 군대에 간다고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우리 아빠도 옆집 마당에 계셨다. 나는 옆집으로 갔다. 마당 화덕 위에서 가마솥이 끓고 있었다. 구수한 냄새는 거기서 났다. 나는 가마솥 뚜껑을 열어보았다. 홀딱 벗겨진 대 한마리가 그 속에서 끓고 있었다. 나는 솥뚜껑을 쾅 닫았다. 나는 아빠한테 대들었다. '아빠, 이거 흰순이지.' 아빠는 대답했다. '이놈아, 흰순이는 죽었어. 죽고 나면 흰순이가 아니야 그건 고기야.'
나는 앙앙 울었다. 밤새도록 울었다. 나에게 뛰어오르던 흰순이의 앞발이 눈에 어른거렸다. 눈물이 쏟아져서 베개가 다 젖었다. 흰순아, 네 새끼는 내가 잘 길러줄게. 흰순아 다시는 개로 태어나지 마, 라면서 나는 아침까지 울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옆집 아저씨는 군대로 가고 없었고 마당 쓰레기통에 흰순이의 뼈가 가득 쌓여 있었다.

글을 읽으면서 갑수는 목이 메어서 읽기를 여러 번 중단했다. 다 읽고 인사를 할 때 갑수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선생님이 갑수에게 상장과 상품을 주었다. 상품은 인라인스케이트와 로봇이었다. 갑수가 상장과 상품을 번쩍 들어서 아이들한테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짝짝짝 박수를 쳤다. 갑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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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물리학
로버트 어데어 지음, 장석봉 옮김 / 한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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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어떻게 해아할까. 핑크빛의 아이스크림 모양을 하고는 나를 유혹하는 저 책은 그야말로 범할 수 없는 유토피아와도 같다. 야구와 물리학이라니...(물론 제목은 야구의 물리학이다.) 여자라서 야구를 모른다면 핑계일 것이다. 내 주변에도 스포츠 기자를 꿈꾸었던 여인도 있었으니.. 어찌되었거나 야구나 물리학은 나에게는 너무 먼 당신이다.

 

책 속지에서 개구장이 소년 처럼 웃고 있는 할아버지는 물리학자이다. 야구에 대한 애정으로 이 책을 만들었으리라. 그런것을 보면 독자로서 '나는 야구를 모르니까.' '나는 물리를 싫어했어'라는 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지도...

 

아무튼 이 책은 나에게 매우 어렵고 지루한 책이었다.

책장을 넘기기도 너무 힘겨웠다. 차라리 축구나 농구, 수영이었다면? 차라리 물리가 아니라 그냥 과학정도였다면? 하고 한숨짓기를 여러번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야구팬들에게는 유익한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야구 선수가 던진 공이 시속 얼마라더라 하는 말을 들으면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아~ 대단해'라고 생각하기 되고, 야구팬이라면 일반인들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또한 물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스포츠와 연결되어서 꽤나 흥미로운 주제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골프 등의 스포츠와 비교해서 야구의 경우 과학적 분석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분야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떤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 아닐까.

 

짧은 식견과 관심을 가진 독자로서는 이 책에 들어있는 숫자도, 물리단위도, 야구 용어도 모두 생소했기에 이정도의 사견으로 정리할 수 밖에 없음이 아쉬울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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