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왔더니 흰순이가 보이지 않았다. 흰순이는 언제나 내가 돌아오면 흙발로 펄쩍 뛰면서 달려들었다. 동네에서 구수한 냄새가 났다. 옆집 아저씨가 군대에 간다고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우리 아빠도 옆집 마당에 계셨다. 나는 옆집으로 갔다. 마당 화덕 위에서 가마솥이 끓고 있었다. 구수한 냄새는 거기서 났다. 나는 가마솥 뚜껑을 열어보았다. 홀딱 벗겨진 대 한마리가 그 속에서 끓고 있었다. 나는 솥뚜껑을 쾅 닫았다. 나는 아빠한테 대들었다. '아빠, 이거 흰순이지.' 아빠는 대답했다. '이놈아, 흰순이는 죽었어. 죽고 나면 흰순이가 아니야 그건 고기야.'
나는 앙앙 울었다. 밤새도록 울었다. 나에게 뛰어오르던 흰순이의 앞발이 눈에 어른거렸다. 눈물이 쏟아져서 베개가 다 젖었다. 흰순아, 네 새끼는 내가 잘 길러줄게. 흰순아 다시는 개로 태어나지 마, 라면서 나는 아침까지 울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옆집 아저씨는 군대로 가고 없었고 마당 쓰레기통에 흰순이의 뼈가 가득 쌓여 있었다.
글을 읽으면서 갑수는 목이 메어서 읽기를 여러 번 중단했다. 다 읽고 인사를 할 때 갑수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선생님이 갑수에게 상장과 상품을 주었다. 상품은 인라인스케이트와 로봇이었다. 갑수가 상장과 상품을 번쩍 들어서 아이들한테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짝짝짝 박수를 쳤다. 갑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