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3월
평점 :
“나는 그 어떤 전쟁도 환영할 생각이네. 이 나라에는 전쟁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세상에는 가치 없는 생명들이 얼마든지 있단다.”
- 제임스 멜런의 아버지(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거부)
“검둥이를 쏴 죽인 백인은 자유롭게 길거리를 활보한다. 반면 돼지고기를 훔친 검둥이는 10년 간 쇠사슬에 묶인 채 중노동을 해야 한다.”
- 토머스 포춘(<뉴욕 글로브> 지의 편집장 )
“이 지구상에서 지금 바로 이 순간, 미국인들이 하는 것보다 더 충격적이고 피비린내나는 행위를 했던 나라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 프레드릭 더글러스
위의 네 개의 글은 미국의 건국이념이자 현재 미국을 이끌고 있는 신념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미국 역사의 초석은 부자와 권력자들이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강력한 힘을 유지하기 위해 피를 뿌리고 인명을 살상하는 등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로 인권유린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지금의 미국을 만든 기반이기도 한 것이다.
미국 내 양심 학자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의 축약본인 이 책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는 미국이 얼마나 간악하고 졸렬한 방법으로 민중을 짓밟고, 나아가 세계를 제패하게 되었는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미국이야말로 침략과 약탈 그리고 피의 전쟁을 일삼았으며, 살인과 살육, 교란과 이반, 억압과 약탈 등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각종 추악한 행위를 범했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정치가, 사업가, 부동산 투기자 들. 이들이 바로 오늘날의 미국을 만든 장본인이자 민중의 인권유린의 중심에 선 자들이다. 바로 미국 역사의 뿌리들인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거미줄 식 안전장치가 필요했고, 민중의 희생이 필요했다.
바로 이 책 143쪽에 등장하는 강도 남작(robber baron)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이들인 것이다. 강도처럼 탐욕스럽고 부당한 방법을 이용하여 재물을 축적한 것을 뜻하는 강도 남작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과 세금을 만들어주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 점점 더 자신들의 제국을 키워나갔던 것이다. 미국 정부는 타당하게 행동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부자들의 이익을 위한 봉사단체나 마찬가지였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바로 정부의 목적은 상층계급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평화롭게 조율하고, 하층계급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며,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술수라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작태는 하나의 모범 사례로 남아 지금 한국의 2MB 정부도 부자들의 이익을 위한 봉사단체로 힘쓰고 있으며, 국민들에게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사탕발림으로 정부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속임수를 감추는 식으로 미국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국의 2MB 대통령은 미국의 건국이념과 신념, 그리고 이익과 이윤, 그리고 영토확장을 위해서라면 가치 없는 생명들의 희생은 당연히 따라줘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너무도 닮아 있다 하겠다. 이러한 금지해야 할 행동을 보이는 게 현 정권에 들어서일까?
이런 미국적 발상과 논리, 그리고 처리 방식은 미국이 우리나라의 역사에 깊숙이 관여한 시점부터 적용되기 시작했고,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부자 중심의 바이오리듬이 형성된 것도 미국의 개입과 간섭, 그리고 통제와 압력 등의 지대한 공헌 때문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조율과 통제를 때로는 강압적으로 때로는 우회적으로 가해 오면서 국민의 신변과 국민의 삶을 협박해 왔다. 그러나 언제나 그 끝은 국민의 경제적 안정과 국민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위장해 왔던 것이다.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상층계급은 정부와 법의 비호를 받으며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기하급수적으로 여전히 축적해 나가고 있다. 모든 공모에는 대가가 있기 마련. 이들 또한 대가를 정부와 정치가들에게 지불해야 했다. 이 책에 나온 발명왕 에디슨을 예로 든다면, 뉴저지의 정치가들이 자기 사업에 도움이 될 법안을 만들어주면 1,000달러씩 주겠다고 약속하는 식으로 말이다.
가진 자들의 강력한 조직력으로 미국의 영토는 넓혀져 갔다. 그에 따른 하층민의 희생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늘어만 갔다. 미국의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 가자면 모든 것이 피의 역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워드 진이 미국 역사를 바로 쓰고자 한 것은 하층민의 희생을 외면하기에 그 수가 상당히 많고, 발생한 사건들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역사에 켜켜이 쌓여 있는 진실들이 있기에 미국 역사 줄기마다 민중들의 치열했던 투쟁들을 삽입시켜 재조명하려 했고, 인위적으로 누락시키고 삭제시킨 역사의 이면을 올바로 잡고자 했을 것이다. 아메리카를 발견한 그 당시 칼과 총에 희생당한 원주민,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나야만 했던 인디언,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그리고 하녀들인 여자, 사회의 최하층의 노동자, 이들의 희생을 말이다.
자신들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미국의 상층계급은 언제나 불안했다. 그렇기에 상층계급은 소외계층인 하층민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한 방편으로 국가주의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국가주의는 근대에 들어서 강렬한 국가적 자긍심을 뜻하는 국가주의를 미국인들에게 심어 놓았고, 이것은 미국 국민으로 하여금 미국이 팽창할 권리와 다른 나라들의 일에 간섭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나아가 그러한 것들을 권리라기보다는 오히려 의무로 여기게 했다. 미국이 오늘날까지 못 쓸 버릇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의 역사는 피의 역사이고, 약탈의 역사이고, 살인의 역사이고, 민중의 희생 강요의 역사다. 우리나라 정치 논리로 따진다면 하워드 진은 극좌파다. 그리고 이 사람의 책은 모두 금서에 해당한다. 그러나 하워드 진은 정부를 상대로 언제나 강도 높은 목소리를 내고 있고, 펜의 힘을 더욱 강하게 높이고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과 똑같은 대목을 이 책에서 발췌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 157쪽을 보면 이들의 행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898년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을 벌였을 때 미국군 사망자 수가 5,500명이었고, 교전 중 사망자 수가 379명뿐이었다고 한다. 나머지 5,121명은 질병 등 다른 원인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정육업자들이 군대에 썩은 고기를 납품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천 명의 섬사람들(필리핀인들)을 진압한 후 땅에 파묻었다. 그들의 논밭을 망가뜨렸으며, 마을에 불을 질렀고, 고부와 고아들을 집 밖으로 내쫓았다. ...... 그리하여 주의 뜻에 의해 우리는 세계적인 강대국이 된 것이다(정부가 한 말일 뿐 내가 한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