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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반전이 죽이는 영화! 국내 최초 성기 무삭제 영화! '잔 것은 언니지만 느낀 것은 나였다!'라는 광고카피가 끌려 몇몇이 영화를 보러 갔다. 여자 특유의 섬세함과 여자만이 설명할 수 있는 소녀들의 심리, 그리고 가족관계를 무리없이 잘 이끌어갔다. 배우들의 대사가 인상적이었고, 사춘기 때 성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모두 마지막 반전을 위한 하나의 장치적 요소에 불과했다. 성행위라는 것을 미끼로, 성기를 드대로 드러낸다는 것을 미끼로 절제된 서로의 성행위를 미끼로 성에 대한 뭔가를 또 보여 주겠지라는 것을 미끼로 영화 전체를 할애했다. 바로 마지막 반전을 위해.

마지막 반전에 대다수의 관객들의 놀란 외침이 들렸고, 무방비 상태로 영화를 보다가 갑작스런 장면으로 테러를 당한 것 같이 얼빠진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마지막 아나이스의 마지막 대사, "난, 강간당하지 않았어요." 소름이 끼칠 정도의 섬뜩했다.

자매라고 하기엔 도저히 믿어지지않는 엘레나와 아나이스. 언니 엘레나는 미녀들의 기본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첫날밤을 보낼 거라는 의외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못생긴데다 뚱보인 아나이스 또한 의외의 생각을 가졌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첫날밤을 보낼 거라는.

어쩌면 이 두 소녀들이 바라는 대로 영화는 충실하게 흘러갔다고 볼 수 있다. 엘레나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첫 경험을 했고, 아나이스는 도끼로 언니를 죽이고 엄마를 목졸라 죽인 살인마한테 강제 성추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아나이스의 지독하리만큼의 만족한 첫 경험이었던 셈이다.

"여자아이가 간강당했어요." "전 간강당하지 않았어요."

부드럽고 잔잔한 영상에 날카로운 칼날을 숨겨 놓았다가 관객의 감성과 심리상태에 잔혹하게 난도질을 하는 폭군 김기덕 감독이 절로 떠오르는 영화다. 여자 감독이라서인지 수위 조절이 어느 정도 된 영화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대미를 위해 던지는 미끼가 만만치 않았던 영화다. 이 영화 <팻걸>의 감독 '까뜨린느브레야'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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