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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오류 - 되짚어볼 세계사의 의혹 혹은 거짓말 50
베른트 잉그마르 구트베를레트 지음, 이지영 옮김 / 열음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역사는 가진 자와 승자에 의해 매순간 빠르게 기술되어간다. 반면 잘못된 역사는 지루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린 뒤에야 극히 일부분이 그나마 바로 잡힌다. 그것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부지런한 역사학자들의 노력으로 말이다.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모처럼 역사학자에 버금갈 정도로 부지런히 움직여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이 책 <역사의 오류>의 저자 베른트 잉그마르 구트베를레트다. 제목이 ‘역사의 오류’인 만큼 내용도 ‘왜 오류인가’에 충실하게 다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읽어나갔다.
잘못된 역사 50가지를 다루려면 적잖은 지면이 필요했을 법도 한데 저자는 중언부언을 최대한 자제한 모습으로 일관해 나갔고, 특히 제한된 지면을 십분 활용해 개인적인 견해는 배제한 채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오류를 논리적으로 짚어가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였다.
왜? 누가? 어떤 이유로? 역사를 왜곡하고자 했는가?를 논리적으로 잘 풀어 쓴 이 책은 자칫 흥미나 재미 위주로 풀어갈 수 있었음에도 시종 진지하게 시대적 상황과 주변 정세를 두루 이야기해 갔다. 역사적 사건에 연루된 인물의 주변인도 거론함은 물론이다.
이 책은 ‘왜?’와 ‘오류되었는가?’에 질문만 던지는 그런 무책임은 보이지 않는다. 저자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그에 대한 해답까지 안겨주고 있다는 데 안도한다. 그동안 정말일까? 싶었던 사건들, 예를 들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진정한 과학의 순교자였는지, 로마 황제 네로가 정말 폭군이었지, 중세는 암흑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지, 프랑스 혁명은 진정한 시민정신의 발로에서 나온 것인지, 미국 남북전쟁 노예해방이라는 그럴싸한 이유로 발발한 것인지’ 등등을 생각과 이해가 함께 하면서 수긍이 가도록 만들어주었다.
사실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 일관인 역사서들이 부지기수라 처음에는 이 책도 그 부류이겠거니 했다. 목차부터가 다른 세계사의 책들과 겹쳐진 것이 많아서다. 하지만 다른 책들과 중첩되는 역사적 사건들이라 할지라도 접근방식 면에서, 그리고 풀어가는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았다. 바로 첫 단락부터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수많은 문헌을 참고했다는 데 신뢰가 갔고, 그 문헌을 바탕으로 의혹과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 설득력 있는 논거 제시에 저자의 노력을 보았다.
단순히 호기심에서 시작된 책읽기가 역사 바로 알기의 일환으로 이어져 나름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