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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성서 이야기
이경윤 엮음 / 삼양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하나님을 믿지 않고는 성경 구약과 신약을 모두 읽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 관심이 있다면 그것도 아니겠지만, 부러 읽기란 역시 쉽지 않다.
한 인문서를 읽다가 성경이야기가 의외로 많이 나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중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하면서 고대 육대륙에서 일어난 홍수의 예를 들어가며 ‘유사하다’라는 표현을 썼던 것이 기억난다.
이번에 읽은 이 책 역시 단순히 성경이야기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그 즈음에 일어난 유사한 사건 혹은 재난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경보다 1000년이나 앞선 수메르 신화의 예가 종종 등장한다. 하나님이 천지창조를 했다는 것에서 시작되는 구약성서의 내용이 훨씬 오래 전의 수메르 신화의 기록에서 이미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수메르 신화뿐 아니라 다른 대륙에서도 천지창조에 대한 신화가 구약성서보다 훨씬 앞서서 등장한다. 이렇게 본다면 구약성서는 수메르 신화와 다른 신화들을 벤치마킹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편저자가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시하면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꼭 성경에서만 찾으려 하지 않고 신화와 설화, 그리고 다양한 기록에서 두루 찾아보려 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쉽게도 이러한 점은 이 책 중반 이후부터 사라져가고 있다.) 반드시 성경만이 가지고 있는 점이다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와 유사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는 식으로 다양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구약과 신약 총정리 수준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도 편저자의 텍스트에 대한 욕심과 노력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신약의 등장인물이 나오기까지 그들의 조상은 어떻게 살았고, 믿었고, 어떻게 실천해 왔는가를 단순 서술식에서 벗어나 객관적 시선을 갖고자 노력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개로 인해 신약까지의 연결이 무리가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로 시작되는 이 책은 사람이 만들어지고, 왜 벌을 받게 되었으며, 그 벌은 왜 노동이어야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경적 노동의 해석과 역사적 노동의 해석에 대한 비교도 빼놓지 않음도 물론이다. 다만 편저자가 처음에 객관적 해석과 다른 기록물을 참조하고 성경과 비교하는 형식을 취했다면 중반으로 갈수록 이러한 면은 사라지고 성경적 단어 해석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구약과 신약 전체의 줄기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집고 넘어가고 있고, 그에 따른 나름의 해석도 꼼꼼하게 하고 있어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왜 성경을 정말 상식으로 왜 읽어야 하는지에 충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구약과 신약을 아우르는 책치고는 잘 만들어진 책이라 하겠다. 게다가 풍부한 그림까지 곁들여 있어 편저자의 생각과 내용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역할도 분명 하고 있다. 성경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는 이들이 한 번쯤 읽어봄직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