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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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해라, 이제 너도 어른이라는 것을. 어른이라는 것은 바로 어린 시절 그토록 부모에게 받고자 했던 그것을 스스로에게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이 애정이든 배려든 혹은 음식이든.

사랑한다. 이 불공평하고 힘겨운 인생에서 그래도 우리가 이 불공평과 힘겨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며. 오늘도 좋은 밤.

 

「딸에게 주는 레시피」中 30p.

 

얼마전 TV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해외의 한국인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배달하는 내용을 방송했었다. 4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후 사연의 주인공 어머니가 직접 전수한 요리비법으로 전달된 요리. 머나 먼 이국땅에서 맛보던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음식의 맛을 본 주인공이나 그 방송을 보던 시청자나 모두의 코끝을 찡하게 했었다. 비록 타국땅에서 다른이의 손을 빌어 먹게 된 음식이지만, 그 요리에 담긴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그 맛 그대로였지 않았나 싶다.

 

아직까지 늘 엄마의 따뜻한 밥상을 먹고 있는 행운의 나이지만, 나중에 나에게도 언젠가 엄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가 요즘들어 엄마가 가끔 나에게 이런저런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시곤 하는데, 사실 아직은 철이 덜 든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엄마의 손맛을, 손길을 느끼고 싶다.

 

가을이 깊어간다. 엄마에게 얼마나 많은 날들이 남아 있을지, 네게 얼마나 많은 날들이 남아 있을지 우리는 사실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 수 있지. 이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거. 이 순간을 우물우물 보내면 인생이 그렇게 허망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거.

 

「딸에게 주는 레시피」中 75p.

 

어쩌면 엄마들의 마음은 다 같은걸까?! 아직까지는 엄마들 입장에서 품안에 어린 자식이라고 느꼈질 테지만... 어느새 훌쩍 커버린.. 그래서 이제는 힘들때나 위로가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 도와주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할때라는 걸... 그러한 엄마들의 마음을 공지영이 한권의 책 속에 담았다. 지금껏 자라오면서 느꼈던 힘이 되는 엄마의 이야기들을 엄마표 음식에 담아, 늘 기억할 수 있도록 전하고 있다.  

 

사실 그녀가 알려주는 요리 레시피들은 요리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단순하다. 10분 정도면 해먹을 수 있는 너무도 쉬운 요리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해 보이는 이 요리 레시피들에도 엄마의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 엄마표 요리들이 생각났을 땐 그만큼 힘들었다거나 위로가 필요했다는 날일텐데, 수많은 다른 요리책들이 전해주는 그런 멋진 요리들을 해먹기엔 준비하는 것도 또 요리를 하는 것도 너무 지치고 힘들것이다. 그럴 때 아주 간단하게 엄마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레시피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덜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채워내지 못한다. 엄마가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손에 가득 든 은을 버려야 금을 얻을 수 있고 금을 버려야 다이아몬드를 얻는다. 삶은 우리에게 온갖 좋은 것을 주려고 손을 내미는데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손이 없을지도 몰라.

 

「딸에게 주는 레시피」中 231p.

 

다른 책들과 달리 훌륭한 기교를 부리고 맛깔나게 쓰지 않아도 평범하면서도 소소한 이야기들이 더 와닿을 수 있었던 것은 책 속에 담긴 레시피 하나하나에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 공지영보다 엄마 공지영으로 다가와서 더 친근했던 것 같기도 하고, 또 우리 엄마가 딸인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더 진심으로 다가왔다.

 

요리 재료들을 하나하나 진열하고 오븐을 예열하고 셋팅해야하는 유명한 요리법들이 아니더라도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는 나의 엄마만의 엄마표 레시피! 가끔 위로가, 힘이 필요할 때 마다 꺼내놓고 엄마표 음식을 만들게 된다면 그때마다 인생의 선배로, 그리고 나의 엄마로서 나에게 들려주고팠던, 또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도 함께 그 요리와 함께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위녕, 엄마가 말해준 먹거리는 네 "영혼의 집"인 육체의 원소야. 집을 사랑하는 사람이 집 안에 독극물이나 해로운 것을 들이지 않듯이 네 영혼의 집인 육체에도 좋은 것만을 주어야 한다. 사실 어쩔 수 없이 해로운 것을 먹을 때에는 그것이 없을 때를 생각하며 감사해야 한다. 이것이 엄마가 네게 주고 싶은 모든 것이야. 지금, 여기, 너 자신 그리고 사랑하며 감사하기.

 

「딸에게 주는 레시피」中 3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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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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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봐.

 

「오베라는 남자」中 55p.

 

얼마전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었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통해서 접했던 스웨덴 작가의 소설.  거기에 힘입어 이어서 또 출간된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가 눈길을 끈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쓰기전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던 작가는 늘 짧게만 써야했던 기사대신 자신이 원하는 만큼 길게 글을 쓰고싶어서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그의 첫 소설이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였으니..엄청난 대박 소설을 쓴 그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책을 봤을 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보이는.. 뭔가 잔뜩 화가난 표정의 책 표지에 그려진 오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같이 인상을 써야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저렇게 인상을 써야하나 하는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가 마지막즈음엔 책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한장한장을 넘겼던 감동이 가득한 책이다. 

 

그는 거의 밤새도록 깨어 있었다. 어떻게 죽을지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분명히 해두기위해 도면에다 표까지 그렸다. 각 방법의 장단점을 신중히 재어본 끝에, 그는 자기가 오늘 쓸 방법이 별로 좋지 않은 대안들 중 최선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오베라는 남자」中 139p.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흑백같은 남자. 59세. 스웨덴에 거주하고 있는 오베라는 남자가 있는데, 그는 시종일관 무뚝뚝하고 서툴어보이고 고집스럽고 함부로 다가갈 수도 없는 남자다. 키보드가 없다는 아이패드에 분노하고 무엇이든 발길질로 상태를 확인하는 너무도 까칠하기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이웃이기도 하다. 그런 오베에게 빛이 되어줬던 컬러풀한 그의 아내 소냐. 하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오베는 곧 그녀의 곁으로 따라가기로 계획을 하게 된다. 그의 소원은 단 한가지. 그저 평화롭게 죽고픈... 그런데 그가 자살하려고 할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 방해를 한다. 이웃집에 이사온 이상한 가족들이나 성가신 고양이에 의해서 말이다.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오베와 의도치않게 그를 방해하게 되는 훼방꾼들의 유쾌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인생이 이리 될 줄은 몰랐다. 열심히 일해서 모기지도 갚고 세금도 내고 의무도 다했다. 결혼도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하자고, 서로 그렇게 동의하지 않았던가? 오베는 그랬다고 분명히 기억한다. 그녀가 먼저 죽는 쪽이 될 줄은 몰랐다. 그들이 얘기하던 건 그의 죽음이었다. 그게 빌어먹을 이치에 맞지 않은가 말이다. 응? 안 그런가?

 

「오베라는 남자」中 145p.

 

최근에 읽은 책중에서 가장 쉽게 술술 읽혔던 책이 아닌가 싶다. 사실 특별할 것 없을 수 있는.. 무뚝뚝한 남자 오베의 이야기이지만 그 모습조차도 너무도 유쾌했기에 읽는 내내 깔깔 거리며 책장을 넘겼고, 그러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선 생각지도 않던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말았던... 매사 원리원칙주의자인 오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겐 눈엣가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할지도 모르지만, 다 읽고 나면 그런 오베의 행동이 다 이해가 되고 또 다 옳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외모와는 달리, 그가 시종일관 까칠하게 하던 행동과는 달리 너무도 사랑스러워졌던 오베. 책을 권해주던 지인이 다 읽고 나면 오베앓이를 할 지도 모른다고.. 그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아직 오베를 만나지 못한 이들에게 꼭 추천해주고픈.. 읽고나면 왜 이제야 오베를 만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곧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두번째 소설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오베만큼 매력적이고 사랑스런 캐릭터가 또 등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나는 벌써 그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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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나무의철학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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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였고 이미 바깥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방구석 위 환기구가 다시 살아나 찬바람을 내뿜었다. 모든 것들이 내가 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는 듯 했지만 그래도 내가 있을 만한 곳이 있었다. 오늘이 PCT 도보여행의 첫날, 이곳은 모하비 사막이었다.

 

 「와일드 wild 」 中 74p.

 

요즘 등산 만큼이나 눈길을 끄는게 있으니.. 바로 배낭 도보 여행 백패킹이다. 야영 생활에 필요한 장비들을 짊어지고 산과 들 마음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여행을 가서 1박 이상의 야영을 하는 것 말이다. 물론 씻는 문제 및 다양한 불편한 점들이 많겠지만 한번 쯤은 도전해 보고픈 생각에 요즘 열심히 공부?! 중이다 ㅋ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책 셰릴 스트레이드의 자서전 와일드란 책이다. 사실 처음엔 베낭을 짊어지고 있는 리즈 위더스픈의 영화 포스터를 보고 백패킹을 생각했고, 자서전이라는 원작을 먼저 보고자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는 주인공이 떠난 여행은 흔히들 한번쯤 도전해 보곱다 생각하는그런 백패킹 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그것도 여자 혼자서 도전한 극한 트래킹에 관한 내용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여행을 하며, 이제 더 이상 내 인생의 슬픈 일들을 되새기는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한 걸까. 아니, 어쩌면 내 육체적 고통에만 신경을 집중하느라 감정적 상처 같은 건 저 멀리 사라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길에 들어서고 두 번째 주가 끝나갈 무렵, 나는 여행을 시작한 뒤로는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와일드 wild 」 中 165p.

 

셰릴 스트레이드. 그녀는 26세의 나이에 자신의 인생의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된다. 불우했던 유년시절.. 아버지의 학대,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 이혼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엄마의 죽음까지.. 스스로의 인생을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밑바닥까지 몰고 가게 된다. 그런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슬픔. 그리고 방황 속에서 우연히 상점 진열대에 있던 미국 PCT(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란 책을 보게 되고, 여자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미국도보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몬스터라고 불리울 만큼 자신의 몸집보다 아주 큰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잘 모르고 구입한 발에 잘 맞지 않던 등산화로 인해 발톱이 빠지는 등 혹독한 시행착오들을 겪으면서 긴 여정을 이어나간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인지라 참기 힘든 고독,고통,두려움 그리고 외로움을 겪었고.. 험난한 자연과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야생 동물들의 위협까지 .. 하지만 이 모든 걸 이겨내고 그녀는 그 속에서 기쁨과 용기를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힘을 얻게 된다. 

 

훼손되지 않은 야생의 아름다움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아무 탈 없이 살아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내가 길을 잃었건 혹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건 상관없이 말이다. 내가 다른 사람이나 스스로에게 저질렀던 후회스러운 일이나 다른 사람이 내게 저지른 후회스러울 행동들도 다 상관 없었다. 나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굳게 믿었다. 이 황야의 순수함이 나를 구해줄 거라는 것.

 

「와일드 wild 」 中 254~255p.

 

책의 두께 만큼이나 읽는 동안 시간이 좀 걸렸다. 소설이라면 그냥 술술 읽혔을지도 모르겠지만.. 논픽션..실제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 읽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영화로든 책으로든 그녀가 걸어온 여정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힘들지도 모른다.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이기 때문에 말이다. 미치지 않고서야...ㅋ 감히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리 쉬운 도전은 아니기에... 어쨌든 결론은 한 여자가 4,000km가 넘는 어마어마한 길을 오로지 혼자서 걸었고, 자신과 마주한 한계와 시련들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걸었던 길은 우리네 삶과 인생과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얻기도 하고..

 

몬스터는 나의 세상이었고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나의 또 다른 팔이나 다리와 마찬가지였다. 그 무게와 크기는 여전히 힘들었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한 달 전의 그런 혼란스러운 기분은 더 이상 느끼지 않았다. 이제 역경을 이겨내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니라 몬스터와 나, 우리 둘이었다.

 

「와일드 wild 」 中  337p.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을 맡아 영화가 개봉을 했었다. 리즈 위더스푼이 영화의 제작과 주연을 맡게 되었는데 거기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로 비행기에서 우연히 그녀의 자서전 와일드를 읽게 되었고, 자신이 받은 감동을 더 많은 이들이 전해받을 수 있도록 영화로 제작하자고 셰릴을 설득했다고 한다. 영화는 높은 완성도와 작품성을 입증했다고 입소문이 자자하던데.. 사실 상영관도 별로 없었고...어쨌든 극장에서는 감동을 느낄 수 없게되었지만... 매력적인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열연한 영화의 감동은 조만간 다시 느껴보는 걸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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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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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길도 있을 수 있는데 원하는 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문이 닫힌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있는 법이고, 차선이 아니면 차차선이 기다리고 있는 법이니까. 정말이지 가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인생이고, 끝까지 가 봐야 아는 게 인생이다.

「오늘 내가 사는게 재미있는 이유 」 中 37p.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 하는 가사로 시작하는 자우림의 일탈이라는 노래!! 회사 그리고 집만 매일매일 오가는 반복된 일상에 나도 모르게 참 사는게 재미없다~라는 생각을 가끔씩 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나도 가사에서 처럼 할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척 춤을~ ㅋ하면서 무언가 색다른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될 때가 종종 있다. 이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고.. 하루하루가 늘상 재미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그래도 즐겁게 사는게 좋은거 아니겠나하는 생각에 뭔가 해볼려고 하고 일상에 변화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다 접하게 된 에세이 오늘 내가 사는게 재미있는 이유 읽고 나서는 생각이 바꼈다고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굳이 재밌는 일 신나는 일을 찾아야 재미있는 일상인게 아니라, 현재 나에게 주어진 일상 그리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나도 예전에는 감사할 게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 가진 것 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욕심으로 나를 다그치며 앞으로만 달려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보니 나는 참 가진 게 많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파키슨병을 앓으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도 나는 가진 게 많다. 그래서 감사한 일도 너무나 많다. 어쩌면 이 복잡한 세상에서 내가 별 사고 없이 살아 온 것 자체가 감사하고 다행한 일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기적이 별 게 아니다.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기적일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사는게 재미있는 이유 」 中 42~43p.​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로 유명한 김혜남 작가는 43살 이라는 젊은 나이에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고, 몸이 굳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신경퇴행성 질환이자 노인성 질환이라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내 인생은 이제 끝이구나~!! 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특히 의사이기에 자신의 병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녀기에 더 참담한 심정이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엔 억울함과 절망감에 휩싸여 꼼짝없이 누워만 지내던 그녀는 결국 다시 일어났고, 병의 진행속도도 느려서 이 책도 다시 집필하고 여전히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당신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인생은 흘러가게 되어 있어요. 당신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고, 당신이 스스로를 실패자로 보면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보는 시각 말고,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그것부터 결정하세요.

 

「오늘 내가 사는게 재미있는 이유」 中 154p.

 

과연 나에게 시한부 인생이 주어진다면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아마 세상을 원망하며 정말 하루하루를 죽을날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파킨슨병으로 인해 몸이 굳어가고, 혼자서는 대소변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책도 쓰고, 외국어도 배우고.. 그녀는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버리지 않고 오늘도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 절망과 그 아픔 속에서 재미있게?! 참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닿고 더 새겨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삶과 연애해 보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모두 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을 멈추고 그냥 삶을 살아 보면, 연애하는 마음으로 기대와 설렘을 가진다면, 세상은 당신이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브라보!"라는 감탄사 하나로도 연주 분위기가 바뀌고 연주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는 게 인생이니까 말이다.

 

「오늘 내가 사는게 재미있는 이유」 中 287p.

 

자신에게 닥친 병으로 인해 좌절하기보다는 새롭게 발견한 인생의 즐거움들을 느끼는 오늘. 물론 파킨슨병이라는 그 무서운 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또다른 행복을 찾으면서 하루를 보내겠지만.. 나 역시도 지금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즐거움들을 그냥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잊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일들은 사람마음 먹기에 따라 달려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감사하며 오늘도 나는 재미있게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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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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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으로 즐겁고 보람찬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의 재미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주관적인 문제다. 일이 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일의 가능성에 기회를 줄 생각을 해보면 안 되는 것일까. 새롭게 길을 선택해도 언젠가는 객관적인 평가와 만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두렵거나 싫다고 한다면, 자존심을 다치면서까지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는 않다면, 애초에 답이 없는 것이다.

 

「태도에 관하여」 中 30~31p.

 

나는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고 있나.. 또 나를 살아가게 만들어주는 가치들은 무엇인가? 하는 심오한 생각들을 아~주 가끔 한다. 그럴때면 멍~하게 아무생각도 들지 않을 때가 많이 있다.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만 살아갈 뿐?! 진지하게 어떠한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태도에 관하여..란 이 책의 제목이 더 확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가끔씩 내가 생각하던 삶의 태도와 가치들에 대한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하는 .. 특히나 표지도 맘에 들었다. 제목에서처럼 어떠한 태도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책일텐데 반듯반듯 하지 않고 곧지 않은 세로줄무늬가 조금은 융통성 있어 보였다고나 할까?!

 

관계에서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주는 기쁨이 가장 크려면, 나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을 힘을 키워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노라면 나도 분발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인간관계를 가급적이면 '관리'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인간관계를 제외하고는 부디 놔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한된 인생의 시간 속에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데에 시간과 마음을 더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태도에 관하여」 中 94~95p.

 

작가 임경선.. 나는 그녀를 작가로 알기보다는 라디오에서 똑부러지는 돌직구 화법으로 연애상담과 조언을 해주던 그런 방송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그냥 흔히들 방송인들이 한번씩 출판하는 그런 에세이 겠구나 하고 책을 펼쳐들었는데.. 많은 부분에서 참 위로도 되었고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이 책에서 누구나 삶을 대하는 방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그리고 공정함과 같은 다섯가지 삶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게 정답이야!' '이대로만 해야해'하는 훈계가 아닌, 자신이 살아가고픈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또 다른사람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을 말이다. 자극을 줄 수 있는 그런 책이라고 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멘토역활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누구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자신의 인생을 좀 더 가치있는 태도로 임해라 하는 그런말이 하고픈거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라고 한다면 마지막 장에 있는 작가 임경선과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의 대담이 아니었을까... 그리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기에.. 책을 읽으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또 앞에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대담을 통해 말하고 있기도 하다.

 

좋은 품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때문에 무리하는 사람보다 자기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조금만 촉이 에민한 사람이라면 무리하는 게 다 보이고 그게 불편해서 먼저 멀어져가기도 한다. 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상대도 나를 존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태도에 관하여」 中 197p.

 

사실 삶을 살아가면서 정답이라는 것은 없는것 같다. 누가 삶의 가치에 대해서 명확한 그 답을 제시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책도 마찬가지 인것 같다. 그녀가 제시한 다섯 가지 삶의 가치들이 정답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한 지침서 혹은 가르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한번쯤 생각해 볼만 한 가치가 있는것 같다.

 

경선) 이젠 꿈이라는 단어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 내가 하면서 불행하진 않다고 느끼는 거, 가끔 충만함이나 순간의 행복을 느끼는 거, 저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여하튼 내 꿈이 뭘까? 나는 꿈을 이루어야 하는데, 라며 꿈이라는 명제에 사로잡히다 보면 오히려 지금 내 앞으로 휙휙 지나가는 이 시간들, 즉 현실을 제대로 살지 못하거나 현실을 부정하게 되죠. 미래라는 것은 끊임없는 '오늘'의 반복일 뿐이잖아요.

「태도에 관하여」 中 277~2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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