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봐.

 

「오베라는 남자」中 55p.

 

얼마전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었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통해서 접했던 스웨덴 작가의 소설.  거기에 힘입어 이어서 또 출간된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가 눈길을 끈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쓰기전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던 작가는 늘 짧게만 써야했던 기사대신 자신이 원하는 만큼 길게 글을 쓰고싶어서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그의 첫 소설이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였으니..엄청난 대박 소설을 쓴 그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책을 봤을 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보이는.. 뭔가 잔뜩 화가난 표정의 책 표지에 그려진 오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같이 인상을 써야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저렇게 인상을 써야하나 하는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가 마지막즈음엔 책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한장한장을 넘겼던 감동이 가득한 책이다. 

 

그는 거의 밤새도록 깨어 있었다. 어떻게 죽을지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분명히 해두기위해 도면에다 표까지 그렸다. 각 방법의 장단점을 신중히 재어본 끝에, 그는 자기가 오늘 쓸 방법이 별로 좋지 않은 대안들 중 최선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오베라는 남자」中 139p.

 

대강의 내용은 이렇다. 흑백같은 남자. 59세. 스웨덴에 거주하고 있는 오베라는 남자가 있는데, 그는 시종일관 무뚝뚝하고 서툴어보이고 고집스럽고 함부로 다가갈 수도 없는 남자다. 키보드가 없다는 아이패드에 분노하고 무엇이든 발길질로 상태를 확인하는 너무도 까칠하기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이웃이기도 하다. 그런 오베에게 빛이 되어줬던 컬러풀한 그의 아내 소냐. 하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오베는 곧 그녀의 곁으로 따라가기로 계획을 하게 된다. 그의 소원은 단 한가지. 그저 평화롭게 죽고픈... 그런데 그가 자살하려고 할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 방해를 한다. 이웃집에 이사온 이상한 가족들이나 성가신 고양이에 의해서 말이다.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오베와 의도치않게 그를 방해하게 되는 훼방꾼들의 유쾌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인생이 이리 될 줄은 몰랐다. 열심히 일해서 모기지도 갚고 세금도 내고 의무도 다했다. 결혼도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하자고, 서로 그렇게 동의하지 않았던가? 오베는 그랬다고 분명히 기억한다. 그녀가 먼저 죽는 쪽이 될 줄은 몰랐다. 그들이 얘기하던 건 그의 죽음이었다. 그게 빌어먹을 이치에 맞지 않은가 말이다. 응? 안 그런가?

 

「오베라는 남자」中 145p.

 

최근에 읽은 책중에서 가장 쉽게 술술 읽혔던 책이 아닌가 싶다. 사실 특별할 것 없을 수 있는.. 무뚝뚝한 남자 오베의 이야기이지만 그 모습조차도 너무도 유쾌했기에 읽는 내내 깔깔 거리며 책장을 넘겼고, 그러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선 생각지도 않던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말았던... 매사 원리원칙주의자인 오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겐 눈엣가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할지도 모르지만, 다 읽고 나면 그런 오베의 행동이 다 이해가 되고 또 다 옳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외모와는 달리, 그가 시종일관 까칠하게 하던 행동과는 달리 너무도 사랑스러워졌던 오베. 책을 권해주던 지인이 다 읽고 나면 오베앓이를 할 지도 모른다고.. 그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아직 오베를 만나지 못한 이들에게 꼭 추천해주고픈.. 읽고나면 왜 이제야 오베를 만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곧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두번째 소설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오베만큼 매력적이고 사랑스런 캐릭터가 또 등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나는 벌써 그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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