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나무의철학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오전 9시였고 이미 바깥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방구석 위 환기구가 다시 살아나 찬바람을 내뿜었다. 모든 것들이 내가 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는 듯 했지만 그래도 내가 있을 만한 곳이 있었다. 오늘이 PCT 도보여행의 첫날, 이곳은 모하비 사막이었다.

 

 「와일드 wild 」 中 74p.

 

요즘 등산 만큼이나 눈길을 끄는게 있으니.. 바로 배낭 도보 여행 백패킹이다. 야영 생활에 필요한 장비들을 짊어지고 산과 들 마음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여행을 가서 1박 이상의 야영을 하는 것 말이다. 물론 씻는 문제 및 다양한 불편한 점들이 많겠지만 한번 쯤은 도전해 보고픈 생각에 요즘 열심히 공부?! 중이다 ㅋ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책 셰릴 스트레이드의 자서전 와일드란 책이다. 사실 처음엔 베낭을 짊어지고 있는 리즈 위더스픈의 영화 포스터를 보고 백패킹을 생각했고, 자서전이라는 원작을 먼저 보고자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는 주인공이 떠난 여행은 흔히들 한번쯤 도전해 보곱다 생각하는그런 백패킹 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그것도 여자 혼자서 도전한 극한 트래킹에 관한 내용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여행을 하며, 이제 더 이상 내 인생의 슬픈 일들을 되새기는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한 걸까. 아니, 어쩌면 내 육체적 고통에만 신경을 집중하느라 감정적 상처 같은 건 저 멀리 사라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길에 들어서고 두 번째 주가 끝나갈 무렵, 나는 여행을 시작한 뒤로는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와일드 wild 」 中 165p.

 

셰릴 스트레이드. 그녀는 26세의 나이에 자신의 인생의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된다. 불우했던 유년시절.. 아버지의 학대,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 이혼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엄마의 죽음까지.. 스스로의 인생을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밑바닥까지 몰고 가게 된다. 그런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슬픔. 그리고 방황 속에서 우연히 상점 진열대에 있던 미국 PCT(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란 책을 보게 되고, 여자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미국도보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몬스터라고 불리울 만큼 자신의 몸집보다 아주 큰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잘 모르고 구입한 발에 잘 맞지 않던 등산화로 인해 발톱이 빠지는 등 혹독한 시행착오들을 겪으면서 긴 여정을 이어나간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인지라 참기 힘든 고독,고통,두려움 그리고 외로움을 겪었고.. 험난한 자연과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야생 동물들의 위협까지 .. 하지만 이 모든 걸 이겨내고 그녀는 그 속에서 기쁨과 용기를 발견함으로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힘을 얻게 된다. 

 

훼손되지 않은 야생의 아름다움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아무 탈 없이 살아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내가 길을 잃었건 혹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건 상관없이 말이다. 내가 다른 사람이나 스스로에게 저질렀던 후회스러운 일이나 다른 사람이 내게 저지른 후회스러울 행동들도 다 상관 없었다. 나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이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굳게 믿었다. 이 황야의 순수함이 나를 구해줄 거라는 것.

 

「와일드 wild 」 中 254~255p.

 

책의 두께 만큼이나 읽는 동안 시간이 좀 걸렸다. 소설이라면 그냥 술술 읽혔을지도 모르겠지만.. 논픽션..실제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 읽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영화로든 책으로든 그녀가 걸어온 여정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힘들지도 모른다.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이기 때문에 말이다. 미치지 않고서야...ㅋ 감히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리 쉬운 도전은 아니기에... 어쨌든 결론은 한 여자가 4,000km가 넘는 어마어마한 길을 오로지 혼자서 걸었고, 자신과 마주한 한계와 시련들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걸었던 길은 우리네 삶과 인생과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얻기도 하고..

 

몬스터는 나의 세상이었고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나의 또 다른 팔이나 다리와 마찬가지였다. 그 무게와 크기는 여전히 힘들었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한 달 전의 그런 혼란스러운 기분은 더 이상 느끼지 않았다. 이제 역경을 이겨내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니라 몬스터와 나, 우리 둘이었다.

 

「와일드 wild 」 中  337p.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을 맡아 영화가 개봉을 했었다. 리즈 위더스푼이 영화의 제작과 주연을 맡게 되었는데 거기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로 비행기에서 우연히 그녀의 자서전 와일드를 읽게 되었고, 자신이 받은 감동을 더 많은 이들이 전해받을 수 있도록 영화로 제작하자고 셰릴을 설득했다고 한다. 영화는 높은 완성도와 작품성을 입증했다고 입소문이 자자하던데.. 사실 상영관도 별로 없었고...어쨌든 극장에서는 감동을 느낄 수 없게되었지만... 매력적인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열연한 영화의 감동은 조만간 다시 느껴보는 걸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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