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 빈의 동네 책방 이야기
페트라 하르틀리프 지음, 류동수 옮김 / 솔빛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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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하나 인수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서점이다. 얼마 전 우리는 숫자가 적힌 메

일 한통을 써 보냈다. 응찰 가격이었다. 물론 그 금액은 우리 수중에 없었다. 그리고 몇 주 뒤 답신이 왔다.

 

귀하가 서점을 인수하셨습니다!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中 5p.

 

초등학교를 다닐 적엔 동네에 가끔씩 보였던 작은 서점. 요즘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시내를 나가면 온갖 종류의 책들로 가득찬 대형 서점들도 있고, 한번의 클릭으로 원하는 도서를 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도 있기에 점차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엔 동네의 작은 서점들이 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르겠다. 사실 동네에 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찾지 않는 이유가 대형서점을 가선 책을 사지 않더라도 몇시간씩 시간을 떼우며 읽고, 책구경을 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기에 가끔 찾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책보다는 문제집이나 수험서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동네 서점엔 책구경을 갈리는 없지 않겠는가.. 물론 제주도의 책밭서점이나 소심한 책방, 진주의 소소책방과 같은 일부의 서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동네서점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힘든게 현실이라고 한다.

 

집세를 낼 정도는 될까? 월급 줄 돈은 마련할 수 있을까? 당장 수중에 없는 돈을 한 해 내내 지출할 수 있을까? 빚은 갚을 수 있을까? 한번은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언제나 모든 것을 통계로 포장하고 엑셀 도표와 무슨 리비도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대형 컴퓨터 같은 남자다.

"우리가 도대체 가난한 거야, 부자야? 말 좀 해 봐."  그는 나를 의심스럽다는 듯 쳐다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나도 정확히는 몰라. 하지만 부자는 아니야."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中 85p.

 

이렇게 동네 서점이 망해가는 현실을 보고 느끼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이.. 어느 날 운명처럼 서점 주인이 된 사람이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 살던 저자는 오스트리아 빈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유서 깊은 서점이 폐업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로 인해 모든 일상이 바뀌게 된다. 직접 서점을 보고나서 꼭 그곳을 인수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고, 수중에 돈도 없으면서 덜컥 낙찰을 받게 된다. 익숙하고 안정적이던 현재의 일상들을 모두 버리고 온 가족이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서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

 

어떻게 본다면 엄청 무모한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입찰로 서점을 낙찰받게 되었으나 돈이 없어서 친구나 은행에 꿔서 인수를 하게 되었고, 서점의 리모델링이나 대출, 법적 자문을 다양한 분야의 모든 친구들을 총 동원해 그들의 협력을 통해 서점을 꾸려나가게 된다. 심지어는 어린 딸의 양육까지도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고 혹은 딸 혼자서 스스로 컸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걸로 봐선 무모한 부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무모한 시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점은 처음부터 성공의 가능성을 보였다. 일도 너무 많고 손님도 줄을 이었기에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하고, 사무실을 넓히고, 온라인 서비스도 진행하고 또다른 서점까지 운영하게 되면서 폐점 위기에 있었던 빈의 작은 서점이 부활하여 10년 째 굳건하게 운영 되고 있다.

 

"300부 주세요."

영업사원이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미친 게 아닌가 하는 눈길로 말이다. 하지만 300부는 시작에 불과했다.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中 167p.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본다면 서점에 사람이 들끓는다는 사실이 다소 놀라울 뿐이다. 과연 무엇이 빈의 작은 서점을 사람들로 하여금 자꾸만 찾게 만드는 것일까? 술술 읽히는 책만 봐도 저자가 놀라운 입담을 가지고 있는것을 알수 있을터.. 물론 그 입담 하나만으로 서점을 운영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또 아니라고는 못할 요소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운영하는 서점은 단지 책만 사고파는 동네 서점이 아닌 그 지역 주민들 모두가 쉽게 찾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었기에 성공의 궤도를 달리는게 아닐까?! 낭독회를 열기도 하고 열정적인 직원들로 가득차 책을 추천해주고기도 하고, 온라인 서점도 운영해 편의성도 더하고.. 자꾸만 찾고싶은 서점으로 자리잡았기에 굳이 이 서점을 찾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동네의 서점들을 자꾸만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동네 서점에서도 이처럼 원하는 책들을 구해줄 수도 있을것이다. 단지 우리가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이러한 사실을 잊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물론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할 것도 많고 바쁜 것도 많은 요즘 사람들이 책의 중요성을 깨닫고 재미를 알게된다면 사정이 달라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독자들만 나무랄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서점들도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소통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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