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혼자서 더 행복한 건 어쩐지 불안하고, 남의 행복에서 덜오온 듯해 편치 않을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세상의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의 양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고 느꼈던 날들이 있었다. 누구 하나가 많이 행복하면 다른 하나가 그만큼 불행할지도 모른다고. 타인의 행복이 커진다고 해서 내 행복이 줄어들진 않는다는 진실을 깨닫기까지는 세월이 많이 걸렸다.

 

「잠옷을 입으렴」中 50p.

 

책을 읽을 때, 읽었던 책을 또다시 읽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전에 읽었던 내용이 너무 좋아서 다시한번 기억하고자 책을 다시 꺼내드는 경우가 있고, 읽었는지 모르고 다시 읽다보니 예전에 읽었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이도우 작가의 '잠옷을 입으렴'은 후자에 해당되는 책이다. 제목이며 작가며 그리 낯설지 않았는데, 표지가 바껴서 재출간되었고, 가장 중요한것! ㅋ 내 책장에 이전 책이 없었기에 처음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그 책은 대체 어디로간건지..ㅋ 아무튼 읽다가보니 주인공 둘령과 수안이를 예전에 내가 만났었고, 또 웃었고, 슬퍼했던... 사실 전체적인 내용은 가물가물... 하지만 그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읽고나서 감동은 여전한지라 다시 한번 읽을 수 있어서 너무도 좋았던 책이었다.

 

"생각해보니 둘녕이 너야말로 풍향계 같은 사람이야. 내세우지 않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넌 어딜 가든 잘 살 거야."  이상하게도 그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못내 다정하면서도 서운했다. 그 때문인지 밤새 잠을 설치고 말았다.

 

「잠옷을 입으렴」中 302p.

 

엄마가 집을 나가 버린 후 모암마을 외가에 맡겨진 열한 살 소녀 둘령. 그곳에서 만나게 된 외할머니와 이모 내외, 막내이모와 막내삼촌 그리고 동갑내기 사촌 수안. 처음엔 가족이라기엔 너무도 낯선 이들이었고, 특히나 자신에게 곁을 주지 않고 데면데면하게 대하던 수안이까지. 둘령은 너무도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되지만 작은 사건을 시작으로 둘령이와 수안이는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한 집에 함께 살면서 더할 나위 없는 단짝이기에 서로 의지하기도 하고 비밀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이 책은 성인이 된 둘녕이의 1인칭 시점 소설로 그녀는 과거를 돌이켜보며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을 추억하며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두 소녀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었던 닳을 만큼 읽었던 수많은 책들, 종이인형 놀이, 늘 아팠던 수안이를 위해 둘녕이가 만들어주는 만병통치약, 걸스카우트, 첫사랑... 등 둘녕이와 수안이의 성장기에는 늘 함께였기에 서로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로 만들어준다. 그러하기에 성인이 된 지금도 둘녕은 과거의 수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닫아버린 듯 조용한 목소리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언제나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내 사촌은 그랬다. 그런 점이 함께했던 시절 동안 나를 힘들게도 했지만, 그 순간은 다 고마운 기억뿐인 것 같았다. 습한 바람이 불어와 오동나무 옷장 문이 삐걱거렸다.

 

「잠옷을 입으렴」中 372p.

 

가끔 이기적인 수안의 모습에 화가났다가도 수안이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생각에 그녀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고, 어떻게 보면 늘 약자라 할 수 있었던 둘녕이 너무도 안쓰러웠기에 자꾸만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둘녕이가 행ㅂ고했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도 컸다. 그러하기에 다 읽고 나서 자꾸만 밀려오는 아련함에 가슴이 아팠다. 또 잔잔한 결말이지만 그 누구도 행복한 이는 없어 보였기 때문에 마음이 더 아련해지는 듯 하다.

 

책을 읽은 이라면 꼭 한번은 써보고 싶어질 법한 멘트로 마무리 하려고 한다.

 

그럼 이만..총총,,,

 

해가 저물어 밤이 내릴 때까지 툇마루에 앉아 있었다. 어둠이 깃들자 기척이 들려왔다. 누군가 오고 있고, 나는 그걸 안다. 그 아이는 내게 묻겠지. 왜 이제 왔어. 그럼 나는 대답해야지. 그러게, 어딘가 다녀오느라 늦었네 라고. 그게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기를, 아마도 풍향계가 가리키는 곳. 언젠가 삼촌이 말한 것처럼, 북쪽보다 더 북쪽이고, 남쪽보다 더 남쪽인 곳이었다 하리라.

 

"어서 와, 수안아."

 

「잠옷을 입으렴」中 4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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