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쉬고, 일을 하고... 귀찮아도 밥을 먹고, 견디고... 잠을 잔다. 그리고 열심히 산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삶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랑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 생활이었다. 무료, 해도...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인간들은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고 나는 믿었다. 무료하므로 돈을 모으는 것이다... 무료해서 쇼핑을 하고, 하고, 또 하는 것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기분이었고, 그저 무료한 마음으로, 아무일 없고, 아무 문제도 없는 생활이지만... 이것이 <삶>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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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을 맞고,
추위를 견디고,
비를 맞고,
뜨거운 태양을 견디고 ,
오랜 시간 외로움을 견디며,
꽃이 핀다
세상의 그 어떤 꽃도 흔들림없이 피는 꽃은 없다
지금 흔들리는 것,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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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누군가의 정확한 모션에 의해 던져진 볼링공처럼 레일위로 쓸려내려가는 지구를 상상한다. 세계는 그처럼 레일을 비껴나거나 경로를 벗어나며, 흔들린 채로 미끄러져 들어왔을 것이다. 언제고 곧 쓰러질, 그리하여 오로지 쓰러질 일만 생의 목표로 하는 볼링핀처럼 나는 이제껏 척추를 세우고, 팔다리를 일자로 붙여 꼿꼿이 서 있기만 했던 것은 아닌지 새삼 부끄러워지는 마음 크다.

나는 이 세계에서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었고, 일 초 전에 숨쉬던 나는 일 초 후에 어디로 가는지 묻고 싶었다. 말하고 생각하는 내가 진짜 '나'인지 의심스러웠고, 나를 살게 하는 이 역시 정말 나란 주체가 맞는지 의아스러웠다. '숨'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내가 분명 여기 이렇게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해낼 수 있는지 나는 두려웠다.

나는 앞으로도 좀더 오랜 시간, 흔들릴 것임을 안다.
흔들리되, 내가 좀더 잘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게 만드는 이들이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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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시게? 이번에는 전복죽을 드릴까?"
식탐이 느는 건 모든 치매 환자가 공통으로 보이는 현상이었다. 올케가 알면 질겁하겠지만 여자는 용기를 들고 뚜껑을 열었다. 죽은 알맞게 식어 있었다.  
숟가락 가득 담긴 죽을 내밀었을 때 어머니가 휘휘 손을 저었다.
"왜요? 안 드실래요?
치, 그세 맘이 변했어요, 투정하듯 중얼거리며 내려놓는 여자의 팔을 어머니가 잡았다. 어머니는 천천히 여자의 팔을 구부려 숟가락을 여자의 입 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러고는 손짓을 하는 거였다. 어여, 너 먹어라, 배고프지, 어여 먹어라, 많이 먹어라……어머니의 입가가 씰룩이고 불분명한 단어들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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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게 너무 기가 막히면 절에 가 절 한구석에 몸 들여놓고 죽은 듯 있어 보곤 했다. 그렇게 멍하게 있다 보면 절과 절 안팎에 깃든 형체 없는 것들이 말을 걸어와 속삭였다. 아무리 덤벼도 안 될 일에는, 그래 그렇게 그냥 가만히 있어 보아. 네 살아 있음이 기꺼워질 거야. 참말 기막힌 일들도 가라앉고 살 만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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