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습격하는 것들이란 어쩌면 대부분 그러할 것이다. 예측할 수 없었기에 놀라고 의아해하는 것일 뿐, 그 때문에 삶이 심각해지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게 하거나 행복을 안겨주는 기습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삶은 긴장과 기대 사이의 어떤 지점에서 제법 평온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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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스로 느끼는 것보다 타인에게 강요받은 무기력이 훨씬 더 위압적이라는 것을 그즈음 나는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자유가, 그 의미가 폄하되는 것은 씁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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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가득찬 은을 버려야 하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또 어렵게 얻은 그 금마저 버려야 한다고... 버리면 얻는다. 그러나 버리면 얻는다는 것을 안다 해도 버리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고 나서 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봐, 그 미지의 공허가 무서워서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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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인들 제대로 했겠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이 가는지 오는지, 그러고 있었지요.
돌이켜 보니까 그게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었어요.
하루, 이틀, 시간이 가기 시작하자 조금씩 살 것 같더라고요.
이래선 안 되지, 하는 마음도 들고 답답하던 가슴도 조금씩 열리고 숨도 크게 쉴 수 있게 되었죠.
그래요.
인간이란 어려운 일을 당하면 자신만을 위해,
그 슬픔 속으로 세상이 다 동참해 줘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곧 세상에 대한 응석이죠.
아무튼 그 당시 제가 제일 소름끼치고 무서웠던 것은 외로움이었어요.

세상이 다 함정 같고, 거짓말 같고, 안개 같고......
 
-슬픔으로 씻기고 사랑으로 비우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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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 키스할 곳이 없어서 DVD상영관이나 노래방 같은 데를 찾아 들어가지는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차라리 공개적으로 호텔을 찾아가는 용기를 내야 한다. 가난한 자와 사귈 거라면 자정 무렵 불 꺼진 재래시장의 낡은 처마 밑이나, 월요일 고궁 앞의 닫힌 매점 처마 아래에서 한낮의 키스를 즐겼으면 좋겠다. 고양이의 움직임 하나에도 가슴이 놀라 덜컹거릴 수 있는 그런 고요가 있는 처마 밑의 키스. 그것이야말로 내가 그녀에게 권하고 싶은 생의 아름다움이다. 내게 가난한 여자가 다가온다면 나도 그러고 싶다. 사랑에 확신이 든다면 나는 그녀가 사는 곳을 오래된 목판활자의 보관실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방부(防腐)에 가장 적당한 박물관의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다. 균이 번식할 수 없는 청량한 온도와 습도와 통풍 공간 속에 우리 생을 넣어두고 싶다.
-박금산-나는 아버지에게 간다中
 

#2. 정이와 나는 연애를 하면서도 각자 외로웠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투명하게 이별했다. 진심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거짓을 꾸미지 않겠다는 다짐이 너무 강렬해서 그만 헤어지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진심으로 변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말했다. 네 주변에 대해 너무 미안해·······.이렇게 작은 희망을 품고 사는 것에 대해 나는 환멸이 들어······. 더 큰 사랑을 하고 싶어. 더 큰 사랑을 하기 위해선 둘 중 누군가가 우리 둘만의 사랑에 헌신적이 되어야 할 거야. 난 너에게 헌신적일 수 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너에게 강요하게 될 거야. 나한테 헌신적이 되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 만남은 서로에게 독이 될 수도 있을 거야. 이런 건 사랑이 아니야.  -불광동 성당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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