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다 앞에서는 절망하지 말 것, 감히 바다 앞에서는 절망에 대해 말하지 말 것. 그래, 바다만큼 깊은 심연을 제 속에 거느리고 있는 자가 있는가.


 아니 바다 앞에서는 절망뿐 아니라 희망에 대해서도, 광활함에 대해서도, 어떠한 낙관주의나 허무주의, 박애주의에 대해서도 말해서는 안 된다. 바다 앞에서는. 바다만큼 많은 희망의 태양을, 바다만큼 많은 허무의 풍랑을, 바다만큼 많은 생물을 키우는 박애를 제 안에 가지고 있는 자가 있는가. 그러므로 바다 앞에서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말해서는 안 된다. 바다 앞에서는 침묵하여야 한다.

 바다는, 그 모든 것을 품에 간직하고 그 모든 것을 극복한 바다는, 이제 단 하나의 방식으로 제 마음을 보여준다. 그건 높은 파도나, 물굽이를 따라 나는 갈매기나, 아름다운 푸른색 따위가 아니다. 그건 부력이다.

 바닷물의 부력. 모든 물체를, 그 물체가 가지고 있는 질량만큼 떠오르게 하는 힘, 부력. 그건 바다가 가지고 있는 애정이고 모든 것을 극복한 자의 의연함이다. 
 

#2. 사람들은 누구나 제 몫의 빈 무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일상의 어느 지점에서 풍랑을 만나 좌초하더라도, 한 번쯤 제 무덤의 양지쪽에 앉아 물에 젖은 영혼을 말릴 수 있는, 그런 무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뽀송뽀송 잘 마른 영혼으로, 다시 이 세상의 한가운데를 걸어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등뒤에 혹은 마음속에, 빈 무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강물을 따라 떠내려오는 제 지난 삶의 흔적들을 거두어 담을 수 있는 빈 무덤, 물에 젖은 영혼이 쉴 수 있는 빈 무덤, 그런 빈 무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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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세계는 혹시 무수한 방으로 이루어진 게 아닐까?
신생아실에서 태어나 교실에서 배우고 소주방에서 술 먹다가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찜질방에서 목욕하고 채팅방에서 채팅하다 고시원의 쪽방에서 잠드는, 그리고 끝내는 대형병원의 영안실에서 마감하는 삶.

#2. 제 마음도 모르면서.
내가 볼 때 너는 정신적 불구야
완벽하게 자기를 이해해줄 사람을 찾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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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정신적으로 행복하고 육체적으로 충만했을 터이다.
솟구쳐오르는 삶의 기쁨을 어찌하지 못해 한번쯤 가슴을 지그시 눌렀을 터이다.
나는 비관주의자도 아니고 걸핏하면 자학을 일삼지도 않는다.
너그럽진 않지만 인색하지 않으며 발랄하진 않지만 음울하지도 않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했다.
내 기관이 아닌 듯, 고집 세게 꽉 쥔 손아귀가 의수처럼 내 팔을 매듭짓고 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나를 돌로 치고 내게서 등 돌린 것들.
나의 애인, 나의 신념, 나의 글.

이 삶에서 나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한다.
그러니 징벌인 듯, 그 손아귀 영영 펴지 말고 쓰라 명한다. 
-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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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씩 속도를 달리하고 있을 뿐이다. 모를 일이다. 나는 어쩌면 나를 위로할 방법을 찾아 낸 것일지도. 그러나 모두가 함께 떨어져내리고 있다는 생각은 나를 훨씬 덜 외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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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것도 우리가 미리 겁을 먹고 그 이면과 미래를 의심하며 부숴버리지 않는다면, 불행에 대한 집요한 자기 암시만 없다면 정말 이루어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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