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한때는 정신적으로 행복하고 육체적으로 충만했을 터이다.
솟구쳐오르는 삶의 기쁨을 어찌하지 못해 한번쯤 가슴을 지그시 눌렀을 터이다.
나는 비관주의자도 아니고 걸핏하면 자학을 일삼지도 않는다.
너그럽진 않지만 인색하지 않으며 발랄하진 않지만 음울하지도 않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했다.
내 기관이 아닌 듯, 고집 세게 꽉 쥔 손아귀가 의수처럼 내 팔을 매듭짓고 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나를 돌로 치고 내게서 등 돌린 것들.
나의 애인, 나의 신념, 나의 글.
이 삶에서 나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한다.
그러니 징벌인 듯, 그 손아귀 영영 펴지 말고 쓰라 명한다.
- 작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