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일과 완공일이 새겨진 대리석 현판을 단 벽돌 건물처럼, 그녀는 제 삶이 좀더 단단하고 구체적인 것이기를 바랐다. 더 늦기 전에 주춧돌을 놓을 준비를 하고 싶을 뿐이었다. 혼자라면 달랐을 거라고 민아는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서두르는 것은 준호와 같이하는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한 번뿐인 생을 무임승차하듯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건 결코 아니었다. '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 삶이 그녀가 꿈꾸는 삶이었다.

 

만나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어들었다. 요령껏 말다툼을 피하는 기술도 생겼다. 둘 중 누구도 먼저 상대의 신경을 긁거나 도발하지 않았고, 통화를 하다가도 혹여 의견 충돌이 생길라치면 거기서 일단 대화를 중단하고 전화기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각자 숨을 골랐다. 권태로이 시간의 더께가 쌓여가는 만큼 무력한 평화도 유지되었다.

 

'어떻게 하지?'와 '어떻게 할 거야?'는 전혀 다른 질문이었다. 그녀는 분명히 '어떻게 하지?'라고 했었다.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이별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합의는 없었다. 실패한 연인에겐 나눌 것은커녕 남아있는 것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무언으로 동의한 부분은, 더 오래 같이 있으면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뿐이었다. 아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은 사랑을 지속하는 데에 실패했으나 어쨋거나 이별을 위한 연착륙에는 실패하지 않았음을 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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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경 무덤덤

쿨함

욕심이 없음

생각이 많음

융통성있음

 

예민함

오래, 깊게 상처받음

보통을 누리고 싶은 욕망

텅빈 생각들, 멍때림

이기적임

 

절충이 되지 않아, 내가 힘든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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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괜찮다, 다독인다

"나는 괜찮아" 그 말을 하기 위해서

괜찮아, 괜찮아, 다짐한다

 

우물쭈물하는 너에게 아닌데도 괜찮다고 먼저 말한지 한참되었다

너는 아는지 모르겠지만..

척하는 내가 무섭다

정말 괜찮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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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8-01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키님 서재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네요. 그 안에는 단단하고 실한 과육이 가득 들어있을 거에요. 오늘따라 처키님의 자기소개 글이 더 눈에 띄어요. 모순의 희망이라니.
 

 행복이 저축되는 것인 줄 알았다. 불어나는 통장 잔고처럼 지금 당장의 행복을 참으면 나중에 복리 이자로 불어난 행복을 인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행복이라는 것은 비누 거품처럼 끊임없이 터뜨려야 계속 생겨난다는 것을. 왜 이제야 그런걸 깨닫게 되었을까?

 

 이다음에, 라는 말처럼 허망한 약속은 없을 것이다. 많은 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상황이 딱 떨어지는 이다음은 결코 오지 않는다.

 

-두 번째 허니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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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있는걸까

잘 살아야 할텐데

잘 해내지는 못하더라도 그럭저럭 살아내고 있는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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