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화 속 성경과 신화 읽기
파트릭 데 링크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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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그림 읽어주는 여자>를 만나고 나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누가 그림을 읽어주니, 보아도 보이지 않았던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그림 안에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이번에 만난 <세계 명화 속 성경과 신화 읽기>에서는 그림이 직접 성경을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제목처럼 성경뿐만 아니라, 그리스로마 신화도 들려주지만 하지만, 그 이야기는 잘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성경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신화 이야기가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불편했습니다. 아무래도 성경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 때문인가 봅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자는 사물의 형태를 본떠 만든 상형문자입니다. 그러나 상형문자보다 앞단계의 문자가 있습니다. 선사시대 유물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그림문자가 그것입니다. 상형문자보다 유치한 단계의 문자라 평가되지만, 그림도 문자와 같은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명화 속 성경과 신화 읽기>는 들어가는 첫 페이지에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매우 미안하지만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파트릭 데 링크의 말인지, 누구의 말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라는 정의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림도 이야기의 수단이라는 깨달음이 새삼 그림을 다시 보게 했습니다. '화가가 그림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가' 하는 질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는 '성경'은 오랜 세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며 예술인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세계 명화 속 성경과 신화 읽기>는 "역사, 신화, 또는 성경 속 장면을 그린 역사화는 미술 장르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고급 장르로 여겨졌으며, 역사화를 그리는 화가들은 이성과 감성을 자극하고, 그 주인공들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하는 최고의 재능을 가진 다재다능한 예술가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최고의 예술가들이 성경(역사화)을 소재로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켜왔다는 말입니다.

성경을 그린 그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가 되었던가 봅니다. "신약성서의 에피소드를 그린 그림들은 문맹들에게는 성경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일부 그리스도 교인들은 그림으로 그려진 이야기들 역시 문서화된 텍스트만큼이나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림이 성경'책'의 하위 도구는 아닙니다. "회화 작품들은 텍스트의 파생물이 아닌 독립된 예술 작품으로 기능"했습니다.

성경의 에피소드가 그림으로 표현될 때, 그림 안에는 성경을 "해석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작가의 상상력과 성경을 해석하는 작가의 관념이 그림 안에 담깁니다. 화가의 상상 속에서 성경의 에피소드가  재해석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명화는 설교자의 설교와 같이 하나의 '메시지'가 됩니다. 명화는 하나의 명 설교인 것입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적절한 시대 간격을 두고 선정하였지만, 15, 16, 17세기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성경을 그린 많은 화가들의 그림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카라바조의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성경교육을 할 때, 카라바조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합니다. 그의 작품은 자극적일 정도로 사실적이고 생생합니다. 백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울림이 있습니다. 

<세계 명화 속 성경과 신화 읽기>는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줍니다. 목차가 일목요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입니다. 신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은 꽤 있지만, 상대적으로 '세계 명화 속 성경 읽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은 만나기 쉽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의 에피소드에 익숙하고 성경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고의 예술가들이 그 최고의 재능으로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귀 기울여보아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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