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현의 얼굴 - 그의 카메라가 담는 사람, 표정 그리고 마음들
조세현 지음 / 앨리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의 표정을 담는 건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친구 집에 놀러가면 꼭 친구의 사진첩을 구경하는 취미 아닌 취미를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니, 친구의 사진첩을 보는 일이 즐거운 것은 그 안에 행복한 친구의 모습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작가의 작품이 아닌, 보통 사람의 일상이 담긴 사진첩에는 대부분 행복한 순간의 기억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친구의 사진첩, 한 장의 사진이 품고 있는 사연이 어찌 그리도 긴지 사진 한 장을 앞에 놓고 긴 밤을 새워가며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있다. 

친구의 사진첩을 여는 마음으로 <조세현의 얼굴>과 만났다. 유명 연예인을 찍은 작품을 전시한 그의 사진전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이 사진첩이 그의 작품이라는 것이 처음엔 낯설었다. 2009년 여름의 한때를 중국 시안에서 보내며 한 컷 한 컷 담아낸 그의 사진엔 중국 시안의 사람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을 바라본 작가 조세현, 그의 마음도 담겨 있다. 

그는 이 책을 내놓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주 쉽고 가벼운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사람을 찍기 좋아하는 그는 사람의 얼굴과 표정에는 마음과 삶이 담겨 있다고 증언한다. 그래서일까. ’표정들’이라고 이름 붙인 사진 모음 안에, 연극을 관람하며 몰입하고 있는 시골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이 담겼는데, 사진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표정마다 각기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읽혀 신기했다. 한 연극을 보면서도 각기 다른 말을 전하는 표정, 어린이의 눈빛은 ’호기심’을 말하고, 주름진 얼굴에 묻힌 눈빛은 ’그리움’을 말하고 있었다. 

사람을 찍을 때, 프레임 안에 배경을 많이 넣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다른 수식이나 설명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사람이 가진 표정으로 이야기를 끌어내려 노력한다"(99)고 한다. 작가가 담아낸 한 장 한 장의 사진은 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가 보여주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에 작가의 철학이 담기고, 작가의 꿈이 담기고, 작가의 행복이 담겨 있다. 

결정적인 한 컷을 위해 끊임없이 셔터를 누르는 작가는 "사진은 가족끼리 찍어줄 때 가장 잘 나온다"(97)고 말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사람의 가족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것이 최선이라고. 셔터를 누르는 작가의 마음이 이처럼 겸손하고 경건해서 일까, 사진으로 처음 만나는 중국 시안의 사람들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그 순박한 웃음과 천진한 표정, 착한 모습에 금방 마음이 열리며 선뜻 친구가 되고 싶어졌다. 지구촌 친구의 사진첩, 그것을 보는 나의 마음도 사진 앞에선 그들의 마음처럼 설레이고 행복했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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