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 1859년의 과학과 기술
피터 매시니스 지음, 석기용 옮김 / 부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1859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믿거나 말거나’지만, 오래 전 한 교수님이 해주신 재밌는 실험 이야기가 생각난다. 외국의 한 대학교에서 괴테가 <파우스트>를 썼을 가능성을 컴퓨터로 분석했더니 그 가능성이 10% 미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괴테가 <파우스트>를 썼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이러한 분석 결과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괴테가 <파우스트>를 집필하기까지 철학, 사상, 문학 등 그에게 영향을 미친 요소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1859년은 다윈이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은 해이다. 달리 말하면, <종의 기원>이라는 책이 세상에 나온지 올해로 150주년이 된다. 인간이 ’진화’라는 개념을 인식하게 된 후와 전의 역사를 비교해보면, 다윈의 <종의 기원>이 인류에 끼친 영향력은 ’획기적’이라든지 ’혁명적’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간된 1859년, 그 1859년의 과학과 기술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묻는다.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책을 읽고 제목을 다시 보니, 제목에 담긴 의미가 비로소 이해가 된다. 아마도 많은 독자가 이 책은 다윈에 대해, 그리고 그의 사상에 대해 저술한 책이라고 오해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윈을 말하지 않는다. 단지 "<종의 기원>으로 세상을 바뀐 다윈"이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다윈이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발간하기까지 그에게 영향을 끼친 시대적인 배경에 관심을 갖는 독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종의 기원>이 세상을 바꿨다면, 역으로 다윈이 그러한 사상을 잉태하기까지 그를 바꾼 요소는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으로 1859년을 샅샅이 돌아본 저자의 결론은 "1859년 당시의 사회상이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올만한 토양이었다는 것"이다. 1859년의 과학과 기술이 어떠했으며, 거기에 어떠한 변화들이 일어났고, 그러한 변화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탐구한 저자는 1859년이 초대형의 변화를 경험한 해라고 말한다. 1859년, 지구 나이가 6,000년에서 46억 년이 된다. 세계 인구가 10억 명을 넘는다. 파스퇴르가 자연발생설을 뒤집는다. 기차, 증기선의 대중화로 여행의 시대가 열린다. 런던에서 노동조합 운동이 활발해진다. 군비 개량 속도가 빨라져 전쟁이 가혹해진다. 최초의 여성 개업의가 등장한다. 그리고 11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된다. 

변화의 핵 안에 있었던 당시 사람들은 1859년이 가진 의미를 미처 인식하지 못했지만, 1859년 세상이 변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탄생한 1859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이 책은 1859년도에 일어난 기억할 만한 사건을 샅샅이 뒤져 모두 모아놓았다. 그것을 종합하여 의미를 재분석하는 작업은 독자의 몫이다. 1895년에 내가 부여한 최대의 의미는 이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과학이 종교와 대립각을 세우며, 과학적 지식이 종교의 해석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종교에서 과학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며 발생한 인식의 전환, 그것이 변화를 이끌었던 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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