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고전들 - 플라톤 <향연>에서 보에티우스 <철학의 위안>까지 언젠가 당신이 읽었다고 생각하는
서정욱 지음 / 함께읽는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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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의 지혜의 향연, 고전으로의 초대!


물리학, 수학, 영문학과 같이 보통 학문들은 제목만으로 그 학문의 대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철학(哲學)은 그 학문의 대상이 무엇인가? 스스로 묻고 대답해보려니 모호하다. '언젠가 당신이 읽었다고 생각하는' <철학의 고전들>이라는 제목처럼, 교양필수과목으로 모든 학문의 토대를 이룬다는 철학을 오랜 시간 배우고 읽어왔는데, 막상 철학이 연구하는 학문의 대상이 무엇인지 대답하지 못할 정도로 피상적인 지식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반성해본다.

<철학의 고전들>을 다시 읽으며 철학은 '모든 것에 대한 지혜'라고 스스로 정의해보았다.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이 있고, 대답이 있다. <철학의 고전들>에서 만난 철학자들은 사랑을 묻고, 정의를 묻고, 이상국가 건설을 위한 통치자의 자격을 묻고, 행복을 묻고, 윤리를 묻고, 인간 삶의 비극을 묻고, 쾌락과 죽음에 대해 묻고, 악에 대해 묻고, 우주의 질서를 묻고, 죄와 선에 대해서 묻고 있다. 그리고 논리와 사유를 통해 이론과 사상을 구축했다.

저자는 "문학, 역사, 그리고 철학", 이렇게 세 가지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어야 '고전'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 철학책 중에서도 역시 그 속에 역사적인 내용과 문학적인 생각이 들어 있어야 고전이라고 본단다. 저자는 대화 형식으로 쓰인 플라톤과 연극 형식의 아리스토파네스, 소포클레스의 형식을 빌려온 듯 하다. 원전의 내용을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해냈다. 그 자체로 한 편의 연극, 한편의 문학작품처럼 읽힌다. 

그런데 이처럼 대화 형식으로 철학자의 중심 사상을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하려면 철학자들의 지식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초보가 아닌 원숙한 학자만이 도전할 수 있는 과제일 것이고, 따라서 이 책은 오랜 연구의 결과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어려운 내용을 쉬운 말로 쉽게 가르치는 선생이 진짜 명강사라는 점에서, <철학의 고전들>을 통해 명강의를 들려주신 저자 서정욱 선생님께 감사하고 싶다.

나에게는 한 편, 한 편이 마치 연극을 감상하듯 읽혔다. 무대 위에 철학자들의 지혜의 향연이 펼쳐지고, 그 자리에 초대받은 손님이 되어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해 아래 새 것은 없다고 하더니, 본래 인류가 가져온 근원적인 질문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세대와 세대가 바뀌어도, 여전한 질문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는 듯 하다. '사랑은 무엇인가? 우정은 무엇인가? 행복은 무엇인가? 죽음은 무엇인가? 죄와 선은 무엇인가?'와 같은 물음말이다. 지혜자들의 지혜를 들으며 스스로의 대답을 가져보려고 노력한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살아온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나이가 들수록 나의 마음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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