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심리상담을 공부한 친구가 보여준 영화가 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줄거리가 충격적으로 기억된다. 성인이 된 딸이 시끄럽게 짖는 개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자 그녀의 엄마는 그 개를 죽여 버린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일이 꼬여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엄마는 딸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그 시체를 우물(저수지였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에 숨겨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물 공사를 해야 한다며 인부들이 찾아오면서 또다른 위기에 몰린다는 내용이다.

친구는 시체를 우물에 숨겨두는 행위가 우리의 무의식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살인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마음 깊은 곳에 문제를 묻어두고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마음이 엉클어지는 상황에 처하면 깊이 묻어두었던 시체가 떠오른다고. 이 영화를 보고, 내가 해결하지 못한 채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고 있는 문제는 없을까 밤새 뒤척였던 기억이 난다.

<프로이트의 의자>에 앉기가 조금 두려웠다. 무의식에 묻어둔 것이라면 분명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이거나 불쾌한 기억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것들이 다시 들춰지는 것이 주저되었다. 그러나 "나는 의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레 들려주는 저자의 손에 이끌려 편안한 마음으로 <프로이트의 의자>에 앉았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고 있는 듯한 부드러운 어투 때문인지 <프로이트의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프로이트는 내 안에 이드(Id), 초자아(Superego), 자아(Ego)라는 세 사람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공부할수록 무의식의 세계를 발견한 프로이트가 천재 중에 천재로 생각된다). <프로이트의 의자>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토대로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즉 무의식의 세계로 가는 길을 내어준다.

<프로이트의 의자>에 앉아 살펴보니 ’마음’이라는 것이 굉장히 상처받기 쉬운 연약하고 얇은 유리조각처럼 느껴졌다. 우리 마음은 왜 이리 자주 다치는지, 긁히고 깨어진 상처 투성이다. 그러나 뾰족하게 조각난 마음으로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가고, 삶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위태로운 일상의 역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한편으로는 나와 너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은 듯한 안도감도 든다. 사실, 자아와 무의식의 경계에서 ’진짜 나’와 상처난 마음이 만들어낸 ’가짜 나’ 모두 그저 ’나’가 아닐까 하는 자조적인 푸념도 나오지만, 가짜 나가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제어할 힘을 얻은 듯 건강한 자신감도 생긴다.

내 마음을 이해하는 작업은 곧 타인을 이해하는 지평까지 열어주는 효과와 유익이 있다. 나를 이해함과 동시에 "아, 그래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구나" 하는 이해와 포용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곧잘하는 실수이지만, 마치 상대의 속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듯한 시선으로 짧은 이론을 상대방의 행동에 단편적으로 마구 적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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