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teen 써틴
세바스찬 보몬트 지음, 이은정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비밀은 여기에 있다, 써틴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판타지와 미스터리와 심리학이 만난 성장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책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열쇠는 이미 주어져 있다. "써틴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는 것! 제목부터 상징성이 다분한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내용을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야간 택시 운전을 하는 젊은 청년 스티븐. 그러나 그에게서는 젊은이다운 패기와 열정이 아니라, 음산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풍긴다. 그도 한때는 잘나가던 때가 있었다.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는 했지만,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회사를 경영하며 청년 실업가로 주목도 받았다. 그러나 진보된 제품의 등장으로 회사는 도산을 하고 그는 거대한 빚을 떠안은 채 파산했다. 직장도 잃고 집도 잃고 차도 잃고 친구도 떠나버린 그에게 절망과 우울증만 남았다. 

우연히 만난 친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에게 "딱 1년만 야간 택시를 운전해 보라"고 제안을 한다. 딱히 할 일도 없고, 또 한시적인 기간 동안만 하는 일이라는 조건이 마음에 들어 스티븐은 야간 근무를 하는 택시 운전수가 된다.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시작과 발단이다. 

차츰 안정을 찾아가던 그에게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위시 로드 13번지’, 이곳은 스티븐이 정기적으로 단골손님을 태웠던 곳의 주소이다. 그런데 어느 날, 위시 로드에는 13번지가 없음을 알게 된다. 스티븐은 혼란과 의문 속에 기이한 일들은 계속 반복된다. 13번지에서 만났던 여인을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되고, 잠깐 잠이 들다 깨면 잠이 들었던 장소와 깨어난 장소가 다른 경험의 반복!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상징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어두운 거리는 주인공의 내면이라고 볼 수 있다. 오직 그에게만 존재하는 ’13번지’는 그가 잊고 있는 기억이다. ’13번지’의 존재는 왜 그가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주저하는지(p. 125) 그 비밀을 간직한 장소이다. 

우리에게도 어두움이 내려앉는 시간이 되면, 낮 동안에는 보이지 않던 내면의 세계가 열린다. 도시의 길에는 훤한 택시 운전수만큼이나 내 마음의 길에도 훤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자주 마음 안에서 길을 잃는다. 야간 택시 운전을 했던 주인공 스티븐은 자신의 내면 세계를 여행했다고 할 수 있다. 잃어버린 ’13번지’의 비밀을 풀어나가던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며, 성장을 가로막았던 ’죄책감’과 만났다. 인생의 길은 마음 안에서부터 찾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메시지를 담은 상징성을 생각하며 읽어도 재미있고, 단순하게 스토리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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