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패턴 - 루스 베네딕트 서거 60주년 기념, 새롭게 탄생한 문화인류학의 고전
루스 베네딕트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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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으로 한국 사회에 다문화 가족이 급증하면서 다문화 가족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뜨겁다. 특히 결혼을 통한 이주 여성의 한국생활 적응을 돕고자 하는 정책적 함의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논의 때마다 단골 손님처럼 등장하는 이론이 있다. 바로 '문화상대주의'이다. '문화상대주의'는 한마디로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견해이다. 

문화상대주의는 한국 사회의 다문화 가족에 대한, 특히 이주 여성에 대한 중요한 이해의 지평을 제공한다. 최근 급증한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해 오는 여성들 대부분은 가족 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에 위치한다. 통계적으로 보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국제결혼을 선택하여 이주해온 여성은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 일방적으로 동화될 것을 강요받는다. 한국어를 배워야 하고, 시댁의 가풍과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 다문화 가족 내에서, 이주 여성의 모국어를 함께 배우고, 그들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태도의 밑바탕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 여성의 문화에 대한 상대적인 우월감이 작동하고 있다.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들에 비하여 더 수준 높은 문화를 달성했다고 보는 것은 문화에 대한 '진화론'적 시각이다. <문화의 패턴>을 쓴 루스 베네딕트는 바로 이러한 진화론적 문화 이해를 비판하며 '문화 상대론'을 주창했다. 문화 상대론의 대표인 프란츠 보아스를 스승으로 둔 루스 베네딕트는 <문화의 패턴>을 통해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문화의 독특한 환경과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녀는 자기가 소속된 집단 이외의 집단은 모두 열등한 집단으로 보는 우월의식을 가지고 타민족의 문화를 배척하는 태도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문화인류학 분야의 고전으로 평가되는 <문화의 패턴>은 빠른 속도로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변모하는 한국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읽어봐야 할 책이다. 루스 베네딕트의 <문화의 패턴>은 문화 이해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루스 베네딕트는 <문화의 패턴>에서 너무 복잡하여 연구가 어려운 서구 문명 대신에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문명을 가진 '원시부족'을 현지탐사 방식으로 연구했다. 그녀는 북아메리카의 두 인디언 부족인 '주니 족'과 '콰키우틀 족', 그리고 동부 뉴기니의 '도부 족'의 관습 연구를 통해 인간 행위를 지배하는 윤리가 사회의 관습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가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어떤 원주민 부족은 '협동'을 매우 가치있는 것으로 강조하는가 하면, 다른 부족은 '경쟁'을 가치있는 것으로 보아 개인의 우월성을 성취하는 데 노력을 집중한다. 

<문화의 패턴>은 인간의 생활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화' 이해와 더불어 다양성의 가치를 가르쳐주는 의미 깊은 책이다. '문화인류학을 넘어선 우리 시대의 고전'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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