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 그 후 500년 - 칼빈 탄생 500주년 기념 2
한국칼빈학회 지음 / 두란노아카데미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칼빈이 남긴 위대한 신앙의 유산


2009년은 칼빈이 태어난 지 꼭 5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가 "16세기 종교개혁 시대에 교회와 신학이 가야 할 방향을 상징적이고 함축적으로 제시"한 지, 약 500년이 지났다. '가장 국제적인 종교개혁자'로서 교회와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그의 신학은 메마르고 가난한 이 땅에도 옮겨와, 이 땅에 하나님의 은총이 임할 때, 든든한 뿌리가 되어주었다.

그가 '가장 국제적인 종교개혁자'라는 점에서, 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칼빈 연구는 교파와 교단을 초월하여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순절 교단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나도 오순절 교리를 연구할 때, 교회사적이고 신학적인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칼빈의 것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칼빈의 영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비교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칼빈의 신학은 비교의 기준이 되며, 칼빈과의 비교 연구는 보다 정확한 자기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칼빈, 그 후 500년>은 칼빈 탄생 500주년을 맞이 하여 ’한국칼빈학회’에서 칼빈의 신학을 집대성한 두 권의 책 중, 두 번째 책이다(첫 번째 책은 <칼빈 신학 개요>이다). <칼빈, 그 후 500년>은 "칼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칼빈 전공자들이 자신의 연구 주제를 기고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13). 한마디로 말하면, "칼빈 탄생 기념 논총'과 같은 성격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칼빈, 그 후 500년>은 칼빈의 신학이 영적, 목회적,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쳐왔는지 증언해준다. 칼빈의 신학은 '성경'이라는 '텍스트'(text)가 삶이라는 '컨텍스트'(context)를 지배하며, 그 안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게 한다. 신학자이면서 동시에 목회자이기도 했던 칼빈의 신학은 관념과 사상적 이론에서 머물지 않고, 삶과 교회와 목회와 사회 현장 가운데로 직결된다. <칼빈, 그 후 500년>을 통해 우리는 칼빈의 사상, 그의 신학, 그의 목회가 교회와 사회를 개혁시켰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도 앞장섰음을 목도할 수 있다.

그동안 칼빈을 생각할 때는 종교개혁의 토대를 놓은 신학자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가 신학자요 성경 주석가이면서, 동시에 세심한 목회자요, 탁월한 강해 설교자의 이미지가 덧붙여 생성된다. 오래도록 신학과 목회 현장의 괴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오늘을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다.

칼빈의 신학과 목회의 핵심 단어를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면, 전에 같으면 '오직 성서'라고 대답했을 텐데,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주저 없이 '경건'(pietas, piete)이라고 대답하려고 한다. '오직 성서'의 근원도 바로 이 '경건'을 통해 해석되고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칼빈에게 경건은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와 관련되어 있는데, 그는 경건을 "그리스도인의 삶의 시작이요, 중간이요, 끝이다"라고 말했다. 경건을 "삶의 순정성"과 연관시켜 생각하며 그것을 "삶을 본래대로 잘 정돈하는 것"으로 보았다(32).

오직 성서(Sola Scriptura)를 주장하여 신앙의 진정한 권위는 성서에 있지, 교회에 있지 않음을 선언한 종교개혁자 칼빈이, 가톨릭과 같이 교회를 '어머니'에 비유하며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칼빈, 그 후 500년>은 그의 제네바 목회를 통해 칼빈이 지향한 '친절한 목회'를 소개해주고, 예정론에 얽매여 선교에 대한 열정이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칼빈의 신학을 변증한다. 또한 교회의 일치를 위해 노력한 그는 에큐메니컬의 선구자라고 볼 수 있으며, 칼빈의 교회 일치를 향한 노력은 신학에 대한 차이로 분열한 교회의 현주소를 반성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등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칼빈, 그 후 500년>은 칼빈과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재밌게 읽은 것은 인문주의 사조가 "칼빈 사상의 독특한 성경을 가능케 한 지성 구조를 제공"하였다는 것, 개신교의 대표적인 신학자로 명성을 떨치면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그의 정치사상이다.

<칼빈, 그 후 500년>은 칼빈의 사상이 500년 전의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모범적으로 따라야 할 위대한 신앙 유산임을 확인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