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저러고도 살 수 있을까...?"
"네...이러고도 삽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몸의 절반이 화염에 휩싸여 화상으로 얼굴이 뭉개지고,
장애를 안게 된 이지선 양의 고백이다.
간혹 사람들은 지선 양의 얼굴을 보고 이렇게 뒤에서 수근거린다고 한다.
"저라고도 살 수 있을까...?"

어쩌면, [꿈꾸는 토르소맨]의 주인공 '더스틴' 을 유투브 동영상으로 처음 봤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첫 생각도 이 말이었는지 모르겠다.
더스틴, 그를 '토르소맨'이라고 부르는 것은 
"얼굴과 팔다리가 없고 목에서부터 다리 윗부분까지의 몸통만 있는 상으로,
미술 수업 시간에 흔히 보는 토르소"(17)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는 팔과 다리가 없다.
다섯 살 때, 위험하고 치사율이 높다는 '수막구균혈증'이라는 병에 걸려
빠르게 괴사 되고 있는 몸을 살려내기 위해 팔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결정해야 했다.
그러나 그의 고통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피부를 뚫고 자라는 뼈 때문에 그는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팔다리가 없이 얼굴과 몸통만 남은 몸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아니 그런 사람을 직접 본다면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쩌면 너무 쉽게, 죽는 것이 더 낫겠다고 함부로 생각해버리지 않을까?
이지선 양은 이렇게 말한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삶에도 죽는게 낫다라는 판단은 옳지 않습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장애인들의 인생을 뿌리째 흔들어놓는
그런 생각은, 그런 말은, 옳지 않습니다.
분명히 틀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꿈꾸는 토르소맨, 더스틴!" 
그를 보며 생각한다.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평생에 걸쳐 우리가 싸워야 할 진정한 싸움은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위인전을 읽으며, 나도 위대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꿈을 키웠고,
이왕 태어났으니 멋있게, 폼나게 살다가고 싶다는 그런 욕심이 내게도 있었다.
무엇인가 역사에 남을 만한 큰 일 하나 이루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그런데 "꿈꾸는 토르소맨", 그는 내게 가르쳐준다.
모든 희망을 싹을 자르며 덮쳐오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견디고,
자신의 약점에 좌절하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은 얼마든지 위대할 수 있고, 감동을 주는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팔과 다리가 없어도
혼자서 밥을 먹고, 글을 쓰고, 레슬링도 하는 꿈꾸는 토르소맨 더스틴은
남과 다르게 자신을 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장영희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들은 신체장애를 갖고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끔찍하고 비참하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있듯이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에 익속해져 
그런대로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아간다.
장애인이 장애인이 되는 것은 신체적 불편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가 생산적 발전의 장애로 여겨 장애인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못 해서가 아니라 못 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해서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신체적 능력만을 능력으로 평가하는 비장애인들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내가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인용하면서 <꿈꾸는 토르소맨>을 소개하는 것은,
어떤 편협한 선입견이나 어설픈 동정심 없이 
더스틴의 행복한 미소와 평범한 일상과 열정적인 땀과
레슬링 경기장 위에서 그가 흘린 눈물을 함께 보자는 뜻에서이다.
친구들과 가족과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그렇게 사랑하며, 때로는 싸우기도 하며,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며, 그러나 다시 일어서 달린다.
그의 삶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를 울린다.
생명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열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너무나 행복할 수 있으며, 감사할 수 있고, 또 위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어 주기 릴레이"를 하는 더스틴과 그 친구들의 태연하고도 행복한 웃음이 나를 울린다.
경기장 위에서 승리의 환호를 외치고,
코치와 부둥켜 안고 눈물 흘리는 장면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다.
레슬링 세계 경기에서 그의 모습을 보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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