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서 1 미도리의 책장 6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판 해리 포터!

"2008년 제29회 일본 SF 대상 수장작"이라는 빛나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기스 유스케의 [신세계에서](1,2권)를 한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일본판 해리 포터!"라고 하고 싶다.
해리 포터에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가 있었다면, 
[신세계에서]는 주력(呪力)을 사용하는 초능력 인간 공동체가 등장한다.
어린 마법사들이 "호크와트"라는 마법 학교에 입학해 마법을 배우는 것처럼,
[신세계에서]도 어린이들이 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주력을 배운다.
그들은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교육으로 통제되고 개발되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인간의 잡일을 대신하는 "요괴쥐",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풍산개" 등
기이한 동물들도 많이 등장한다. 
"유사미노시로"라는 괴상한 생명체는 스스로 생존하는 '도서관'이다. 
해리 포터에는 "퀴디치 게임"이 있다면, 
[신세계에서]는 주력을 이용해 싸우는 "공굴리기 게임"이 등장한다.

천 년 후의 세계를 그린 기스 유스케의 [신세계에서]는
전세계를 매료시킨 [해리 포터]에 뒤지지 않을 만큼 이야기에 흡수력이 있다.
그러나 기스 유스케의 [신세계에서]는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무엇이 있다.
[해리포터]가 공상에 가까운 상상의 세계였다면, 
[신세계에서]는 단순한 상상의 세계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신세계에서]는 재미 그 이상의 의미를 담은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미래 사회를 예견하는 그의 상상력에
인간의 실체와 악의 존재, 그리고 인간 사회 모순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과 
깊은 통찰이 빛나기 때문이다.

끔찍하고 잔혹한 비밀, 통제되고 숨겨져왔던 역사와 사회의 실체를 알아갈수록
어린 주인공들이 겪는 혼란과 의문은 그대로 우리의 것이 된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작되고 왜곡되고 은닉되는 진실을 보며,
체제 안에서 통제 당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불투명한 두려움이 덮쳐 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이 과연 진실일까?
우리는 받는 교육은 옳은 것, 진리라고 할 수 있는가?

기스 유스케는 권력과 생존과 체제 안의 다양한 모순을 통해 묵직한 고민을 안겨준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인간 심리의 역설처럼,
인간은 신의 능력이라고 하는 주력을 가지게 되지만,
파괴적인 악한 본성 때문에 그 능력은 다시 통제되어야 하는 모순에 처한다.
모든 두려움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만,
그 능력 자체가 새로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인간편에서 그들이 가진 주력(呪力)은 완벽한 평화를 이룩하는 신의 축복일 수 있지만,
그 정교한 시스템 안에서 주력으로 조종당하는 생명체에게는 악의 능력이기도 하다.
인간은 절대 권력을 통한 완벽한 평화,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절대 권력 안에 형성되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는 '평화'를 위해
누군가의 자유를 억압하는 또다른 구속의 속성을 드러낸다.
자유를 억합당한 평화, 과연 그 평화를 평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기스 유스케는 신세계의 비밀이 처음 벗겨지는 순간부터, 
이 방대한 분량의 [신세계에서]를 다 읽기까지 잠시도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알아서는 안 되는 진실을 마주한 뒤, 
여러 가지 어려움과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주인공 사키는 
문제를 하나씩 넘을 때마다 반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이것으로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줄 알았지만, 
다음에 겪게 될 엄청난 사건에 비하면 그것은 오히려 작은 것이었다." 
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사키가 과연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숨죽이며 지켜보던 나는 끝나지 않는 긴장감에 좀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맞딱드려야 할 진실과 넘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SF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동양적인 철학과 통찰을 담은 SF라서 더 재밌게 읽었다. 
서양의 SF들과 비교하며 읽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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