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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 빛과 어둠의 대가 ㅣ 마로니에북스 Art Book 8
로사 조르지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카라바조가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교회의 콘타렐리 예바당에 걸리 위해 제작한 두 번째 작품이다. 예수의 부름을 따르는 세리 마태오라는 주제는 후일 카라바조의 추종자들에 의해 자주 모방되었다(p. 66).>
카라바조의 본명은 미켈란젤로 메리시(Michelangelo Merisi)이다.
’카라바조’는 그가 태어난 마을의 이름이라고 한다.
’빛과 어둠의 대가’라고 불리는 카라바조는 내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화가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화 그의 작품 ’성 마태오의 소명’(p. 66) 때문이다.
신약성경 <마태복음>을 공부를 하며 알게 된 이 작품은 신앙적으로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마로니에북스가 펴낸 [카라바조]를 읽으며,
나는 화가 카라바조가 다른 화가들은 주제로 잘 다루지 않는
마태의 소명 장면을 이토록 강렬하게 그려냈는지 알 것 같아 흥분되었다.
예수님의 12 제자 중 한 사람인 ’마태’는 당시 사회적으로 멸시 받았던 ’세리’였다.
지배국 로마를 위해 자신의 민족에게 세금을 부여하는 ’세리’는
우리나라의 역사로 볼 때, 친일파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세리를 얼마나 미워하고 싫어했는지, 문둥병 환자나 돼지와 같이 취급했으며,
심지어 세리는 성전 출입도 금지되었고, 재물을 받치는 것도 금지되었다.
사회적인 소외의 대상이었던 세리는 성경에서 ’창녀’나 ’죄인’의 친구로 묘사된다.
세리라는 직업으로 재물은 많이 모을 수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멸시와 천대와 모욕을 당했던 세리는 창녀들과 어울리며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카라바조의 생활이 세리의 생활처럼 어둡고 칙칙하다.
[카라바조]의 저자는 <카라바조의 초상>이라는 작품을 이렇게 설명한다.
"진지하면서도 약간 까다로워 보이는 카라바조의 표정은
이제는 전설이 돼버린 그의 성격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전혀 순진해 보이지 않는다."
카라바조의 생애는 끊임없는 싸움, 소송, 투옥, 도망으로 얼룩져 있다.
그는 늘 싸움, 폭행, 치안방해, 상해, 물법 무지소지, 온갖 불법행위로 유명할 만큼
폭력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말다툼 끝에 상대 남자를 살해하고 사형을 선고받은 카라바조는 현상금이 걸린 채,
도망다니는 생활을 했다.
마흔도 되기 전에 젊은 나이로 사망한 카라바조는 암살 당했다는 주장도 있다.
카라바조는 사실적이고 파격적인 주제들로 인해 물의를 일으키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성모 마리아의 죽음>이라는 작품은
"카라바조가 관계한 창녀의 모습을 성모 마리아 속에 담았다는 이유로" 혹은
"불경스럽게도 몸이 퉁퉁 붓고 다리가 드러난 모습으로
성모 마리아를 묘사했다는 이유로"(p. 71) 거부당하기도 했다.
또한 카라바조의 작품에는 여성스럽고 도발적인 남성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 때문에 그는 동성애자로 오해받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는 "저주받은 화가"라는 이미지로 기억된다.
그런 그가 다른 화가들은 별로 주목하지 않는 ’세리 마태’의 소명에 관심을 가졌다.
어두운 세관에 앉아 돈은 세기에 여념이 없는 마태에게 한 줄기 강렬한 빛이 임하며,
예수님이 손짓하고 있다.
그림에서 예수님은 매우 의미심장한 손짓으로 마태를 부르고 있는데,
예수님의 이 손짓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유명한 그림,
바로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 <친지창조>에서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하나님의 손짓이다(p. 67).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고 멸시 받았던 마태는 예수님의 이 손짓은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는 부르심이었다.
마태는 어두움에서 빛 가운데로 나와 신약성경의 첫 권을 기록하는 ’영광’을 얻었다.
나는 여기서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강조하는 카라바조의 화법의 절정을 보는 듯 하다.
고통스러운 순간을 포착해내고, 그 고통에 감정이입이 되는 <도마뱀에 물린 소년>,
예수 몸의 상처를 생략하고 내적 고통의 묘사에 집중한 <에체 호모(이 사람을 보라)> 등
그의 작품은 내면의 고통을 묘사하는 작품들이 많다.
어두움 가운데 살았지만 늘 빛을 갈망했던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
플라톤식 이상을 버리고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원했던 그의 작품들은
어쩌면 현실세계의 고통이 너무나 생생하고 처절하여 이상을 꿈꿀 수 없었던
그의 좌절과 번민을 보여주는 듯 하다.
카라바조는 미술의 흐름을 급격히 변화시킨 천재 화가였지만,
사망 후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20세기에 들어서 재발견되어 거장으로 재평가되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어둠 속에 살았지만 늘 빛을 꿈꾸고, 소망했던 화가 카라바조를 한동안 편애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