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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 바로크 미술의 거장 ㅣ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0
다니엘라 타라브라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월
평점 :
내가 기억하는 가장 슬픈 만화 영화,
나에게 주인공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최초의 작품,
바로 [프란다스의 개]의 엔딩 장면이다.
[빨간 머리 앤]에서 매튜 아저씨가 돌아가실 때만큼이나 슬펐던 장면.
화가가 꿈이었던 주인공 네로에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갖게 해주었던 화가,
네로가 그렇게 보기를 소원했던 그림을 그린 화가,
네로가 가장 좋아했던 화가가 바로 ’루벤스’이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네로를 미소 짓게 했던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의 그림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라는 작품이다.
(위에 올려진 만화 영화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세 폭 제단화로 그린 작품이다.)
[루벤스](바로크 미술의 거장)는 마로니에북스가 출판하는 ’Art Book’ 시리즈 중
열 번째 책이다.
’Art Book’ 시리즈는 예술가들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애사를 따라 전개되며,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당대의 문화, 사회, 정치적 맥락에서 조명하고 있다.
’프란다스의 개’와 같은 이야기꺼리도 들어있으면 좋으려만,
시종일관 진지하고 엄숙한 백과사전적 책이다.
독일에서 태어난 벨기에 화가인 루벤스는
평생 골곡 없는 삶을 살며 당대에 최고의 인기를 누린 행복한 예술가이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이라고 불리울 만큼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이며,
그의 작품의 특징이 곧 바로크 미술의 특징이기도 하다.
즉, 세밀하지는 않지만 역동적이며, 관능미를 추구하는 환상적인 그의 작품의 특징은,
곧 바로크 미술의 특징이기도 하다.
루벤스는 힘찬 역동성과 풍만한 육체를 가진 누드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풍만한 육체를 가진 여성의 그림을 통해 삶을 찬미했다는 해석도 있다.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도 바로크 미술의 특징으로 꼽히는데,
루벤스의 작품에 거의 빠짐 없이 나타나는 강렬한 색채의 빨간색이 인상적이다.
또한 날카로운 대각선 구도도 바로크 미술의 특징으로 꼽힌다.
[루벤스] 표지에 나오는 ’밀짚모자’를 쓴 여인이 대각선으로 팔짱을 끼고 있다.
책은 별로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관심이 간다.
[아동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명화’를 통해 아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이
어떻게 변형되어 왔는지를 읽은 경험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성화에서도, 또 신화에서도 ’아이’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아기 예수를 그린 것에서 아동을 그리는 미술이 발달했다고 하는데,
루벤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모두 귀엽고 통통하고 천사를 닮았다.
아이들은 귀엽고 행복하며 때로 장난꾸러기 같은 천진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루벤스는 드라마틱한 골곡 없이 잘 나갔던 화가였기 때문에,
솔직히 위대했다는 이야기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다만, 가톨릭의 영향을 받았다는 그의 종교화 앞에 가장 오래 머물러 있었는데,
내게 인상적인 그의 작품은,
네로가 본 그 그림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와 ’지옥으로 추락하는 죄인들’이다.
그런데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의 예수님을 너무 통통하게 그렸다.
’지옥으로 추락하는 죄인들’은 미술관에서 큰 그림으로 봤으면 악몽에 시달릴 뻔했다.
미술을 잘 모르는 내가 읽기에 다소 딱딱한 느낌의 글이지만,
네로가 좋아했던 화가라는 이유만으로도 꼭 읽고 싶고, 알고 싶었던 화가를 만나 기쁘다.
(모사가 많아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지만) 어딘가에서 루벤스의 작품을 우연히 만나도,
이제는 곧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