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것이 아니다 - 이 세상에서 하나님에게 속한다는 것의 의미
앨런 노블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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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식으로 살도록 창조되지 않았다."

이 책은,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인간의 '독립 선언'이 어떻게 인간 삶을 병들게 했는지를 폭로합니다. '주코시스'(zoochosis)라는 말을 아십니까? 동물원(zoo)과 정신병(psychosis)의 합성어인 주코시스는, "동물원의 사자들이 우리 안을 불안하게 서성거리는 증상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합니다(27). <나는 나의 것이 아니다>의 저자 '앨런 노블'은, 동물원에 갇힌 사자처럼 현대인들이 주코시스를 앓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동물원을 아무리 사자의 서식지와 비슷하게 조성한다 해도 동물원은 동물원일 뿐이며, 동물원에 갇힌 이 불쌍한 짐승은 병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불쌍한 동물들은 동물원에 갇혀 살도록 창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사자를 미치게 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 불쌍한 동물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낍니다. "대부분의 동물원 방문객들은 불안감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동물을 보며 마음은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29). 그리고 저자는 바로 이것이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병이며, 그 병을 대하는 태도라고 지적합니다.

이 책에 의하면, 지금 현대 세상은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우울증, 불안증, 목적 없음에 시달리는 것은, 우리 안의 사자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는 환경, 즉 자신과 맞지 않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방식, 노동하는 방식, 쉬는 방식 모두 질병의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인간이 살아가야 할 마땅한 방식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인간은 이처럼 자신에게 전혀 맞지 않는 환경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마치 동물원의 사자를 바라보는 마음처럼, 마음은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질병을 바로잡는 일에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인간이 이렇게 속수무책이고, 무기력한 것은, 문제의 원인(뿌리)이 어디에 있는지 통찰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나의 주인이다." 이는 현대 사회의 큰 거짓말이다.

현대 세상이 중병을 앓고 있는 이유는, "내가 나의 것이며 나에게 속했다는 가정에 따라 사회를 건설했기 때문"(41)이라는 것이 저자의 통찰입니다. 이 책은, 인간이 '자기 주인'이 될 때, 즉 내가 나의 것이라는 믿음이 어떻게 비인간적인 사회를 형성하는지를 날카롭게 추척해냅니다. 또한 내가 나의 것이고 나에게 속했다는 사실이 인간에게 얼마나 무겁고 버거운 짐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내가 나의 것이고 나에게 속했다는 것은 나의 존재와 거기에 따르는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뜻이다. 목적 있는 삶을 사는 것, 내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 의미 있는 사건들을 해석하는 것, 내 가치를 선택하는 것, 내가 어디에 속할 지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15).

저자는, 자기 삶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 정체성 구축과 표현을 통해 삶을 정당화하려는 절박한 욕구로 나타난다고 봅니다. 그리하여 사회는 관심과 의미를 얻으려는 개인들 사이의 지독한 경쟁의 장이 되고 맙니다. 스스로 자신의 심판관이요 구속자가 되어야 하는 인간은, 끝없는 자기 개선의 굴레에서 고갈과 공허함을 다루기 위해 자기 치료를 해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술을 마시고, 어떤 이들은 폭식을 일삼고, 어떤 이들은 밤새도록 드라마를 보고, 어떤 이들은 게임이나 일중독에 빠지고, 어떤 일들은 밤새도록 인스타그램을 보고, 어떤 이들은 건강이나 미모에 집착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이렇게 살도록 창조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어떤 사람이 되는 것'에 관해 걱정하는 유일한 피조물이다(80).



"누구에게 속하는 것이 안전한가"

<나는 나의 것이 아니다>는 비인간적인 사회를 치료하는 대안은 하나 뿐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리스도께 속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속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요? 우리가 그리스도께 속하는 것은 그분의 은혜 안에서 우리의 존재를 찾고, 그분 앞에서 투명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 속하면 필연적으로 우리는 그분의 몸인 교회, 그리고 가족과 이웃에게 속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속함에서 자연스럽게 비롯하는 의무, 미덕, 사랑의 제약을 기쁘게 받아들 수 있습니다. 속함은 한계를 요구하는데, 하나님께 속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한계를 알고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한계 안에서 살도록 창조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정하신 그 한계가 우리를 지켜주는 질서요, 안전장치인 셈입니다.

"내가 나의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것이라면 우리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다. 자아를 실현하거나 우리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노력은 그릇된 가정에서 출발한다. 누군가 우리의 삶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다거나 스스로를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 대개 그것은 이런 뜻이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 특별하고 중요합니다"(215).

<나는 나의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인간 삶의 전방위적 통찰을 통해, 인간에게 독립선언보다 더 위대한 선언은 <나는 나의 것이 아니다>라는 진리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우리 삶과 사회를 갉아먹는 질병의 뿌리가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거짓말에 있다면, 이 사회를 치유할 유일한 치료제는 "내 삶은 주의 것"이라는 인정에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기독교적 신앙에 거부감을 가진 독자라면 이 책이 제시하는 대안에 저항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이 책을 정독한다면) 나는 나의 것이라는 가정에 따라 건설된 인간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나의 것이라고 고집한다면, 계속해서 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오직 인간만이 자신의 환경을 비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다"(30)는 한마디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병들어 있다는 것,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며, 근본적인 대안을 찾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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