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유은정 지음 / 성안당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에게는 중요한 날짜 두 개가 있다. 자신이 태어난 날과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알게 되는 날이다"(61).

언젠가 우연히 유은정 원장님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을 들은 후, 선생님의 강의를 꾸준히 찾아 듣고, 저서를 찾아 읽었습니다.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는 선생님의 책 제목처럼 제가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는 타입이었거든요. 누군가 내 마음을 읽어줄 때, 위로받는 그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유은정 원장님의 신간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이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영화 <굿 윌 헌팅>처럼, 유은정 원장님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참 잘 해주십니다. 사실 모든 심리 상담학 책들이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있지만, 유독 유은정 원장님의 말이 마음 깊은 곳까지 더 잘 와닿는다고 느낍니다. 단순히 치얼 업을 하듯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힘차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왜 내 잘못이 아닌지 조목조목 짚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라는 신간도 바로 그런 힘을 가진 책이라 생각됩니다. '나는 왜 이리 소심한 걸까, 내가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지나치게 예민해지지 말자' 하는 다짐을 매일 하며 살았는데, 이 책을 읽고 어느 정도 자유함을 느낍니다. 우리가 말하는 사랑과 우정이 얼마나 가볍고, 유대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깨어지기 쉬운 것인가 하는 회의 때문에, 어쩌면 저는 '나를 희생해서라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의 쓰레기통 같은 역할을 하고 있거나, 힘들 때만 찾는 사람, 쉬운 사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떨쳐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편한 사람이 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 하면서도, 어려워하지 않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그 편안함이 때로 무례함으로 나타날 때는 저들의 무례함이 나에게 원인이 있다는 생각에 자책하는 밤이 많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는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예민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고, 상대방의 무례함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문제라고 심리적 경계선을 긋는 훈련을 해보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도리를 다 하되 그에 대한 반응은 그 사람의 몫이라고 선을 그으니 상대의 반응에 따라 전전긍긍하지 않게 되었고, 더 자신감(?) 있게 친절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할까요. 정말 '진심 어린' 마음이라고 해도 가까운 사람에게 '조언'을 하는 행동도 아예 삼가게 되었습니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고 하지만 그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폭언이 될 수 있는지 직접 겪어봐서 알고 있고, 또 이 책에서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를 통해 내가 들은 말에 대해서는 위로(치유)를, 내가 했던 말에 대해서는 큰 충격(깨달음)을 경험한 셈입니다.

심리 상담은 치유와 함께 예방(교육)도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이 책은 그 두 가지 유익함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웠을 때, 어둡던 마음에 불이 확 커켜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바로 그러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연신 깜빡이는 눈꺼풀을 느끼고 꼼지락거리는 손가락과 발가락의 움직임에 신경을 집중해 보라. 아무런 의지가 없는 당신을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펌프질을 해대는 심장의 노고를 생각해 보라. 세상을 보는 눈동자, 냄새를 맡는 코, 맛을 보는 혀, 손가락과 발가락, 목과 무릎 등 내 몸의 움직임을 온전히 느껴 보라. 그리고 기상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청소하는 시간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 움직이는 습관을 들여라.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부터 챙겨야 삶도 질서정연해진다. 난파선에는 원래 보물이 많은 법이다"(84-85).

"그러므로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 남아 있다면 앞으로는 이렇게 이야기하자. "3년 전의 일이잖아요"가 아니라 "아직도 유효한 문제거든요"라고 말이다. "이미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느냐"가 아니라 "지금도 중요한 일이구나"로 말이다. 해결하지 못한 감정에는 유효 기간이 없다"(107).

"박탈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과소평가함으로써 생겨나는 감정이다"(141).

"자존감보다는 자존감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 "내 인생의 B컷도 괜찮다"는 것을 배운 것도 나 자신을 좀 더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내 마음이 건강해야 다른 사람들을 더 잘 배려하고 받아줄 수 있음을 느낍니다. 나를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을 때, 내 몸 같이 내 이웃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 책을 읽고 조금은 더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