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시대, 어떻게 예수를 들려줄 것인가 - 이야기를 활용한 내러티브 변증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기독교는 온 세상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의 핵심이다.

N. T. 라이트 (45)

어떻게 해서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었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바닥이 없는 늪과 같았던 제 십대 시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돌연사'라는 이름으로 갑작스럽게 친구 둘을 연달아 잃고, 잘 나가던 아버지의 사업까지 부도가 나면서 사춘기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사춘기는 뜨거운 열병 같았습니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언제든 끝나버릴 수 있는 생명, 돈과 함께 아버지 곁에서 사라져갔던 사람들, 지위들, 풍요들, 그리고 깨어진 꿈들을 목격하며 마음에 병이 들었습니다. '허무'라는 짙은 어둠이 얼마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지, 어떠한 열정도, 하고 싶은 일도, 소망하는 미래도 없으니 살아 있으나 죽은 것과 다름 없는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경 말씀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고, '영원'한 것이 실재한다는 것이 믿어지자 그렇게 지독하게 마음을 괴롭혔던'허무'의 그림자가 단번에 물러갔습니다. 우리의 실존은 고통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또한 영원한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 아름다운 이야기에 내 모든 것을 다 걸어보고 싶은 소망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그 사랑 이야기 안에서 '영원'을 살며, '영원' 속에서 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처럼 기독교 신앙이 무엇인지, 복음이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이 주목하는 바가 바로 이것입니다. <포스트모던 시대, 어떻게 예수를 들려줄 것인가>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고,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은 그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줄 의무가 있다"는 말로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모든 책이 그러하겠지만, 이 책은 특별히 '목차'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찰이 깊은 만큼 논지가 펼쳐지는 과정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목차를 염두에 두고 읽으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훨씬 쉽게 이해되고 풀이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야기꾼이며, 이야기 안에 머무는 존재다.

다른 모든 이야기를 이해하게 해주는 '거대한 이야기'가 있다.

기독교 서사의 힘, 은혜의 복음을 향해 나를 열어젖히고 싶어지다.

'성경의 서사'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우리가 몸담은 세상'이 보인다.

예수가 절실한 인생들, 어떻게 그분을 들려줄 것인가?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마음의 방황, 기독교 서사로 길을 밝혀 주라.

서사를 폭넓게 활용해 '예수가 어떻게 내 삶을 바꾸었는지' 들려주라.

                 

"변증의 주목적은 특정한 관념들의 집합이 옳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 신앙의 아름다움, 선함, 진리를 충실하고 생생하게 묘사하여 사람들이 그 풍성하고 심오한 세계관에 이끌리게 하는 것이다"(24).

이 책은 '복음'이 본질적으로 교리나 지침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 주목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가진 힘을 새롭게 환기시킵니다. 책을 읽으며 인간은 '이야기를 만드는 동물'이지만,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동물'이기도 하다는 설명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인류는 "서사의 틀 속에 자신을 대입하고 집어넣음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 세상이 어떤 곳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해하려 드는 존재"(12)라는 설명을 깊이 이해했을 때, 우리가 할 일, 다시 말해 <포스트모던 시대, 어떻게 예수를 들려줄 것인가>에 대한 답이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우리 문화를 형성하는 지배적 이야기들보다 나은 서사를 들려주도록 부름을 받았다"(128).

<포스트모던시대, 어떻게 예수를 들려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제가 이 책에서 찾은 답변은 한마디로 "자기가 더 크고 위대한 어떤 이야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도록 돕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이야기보다 '더 큰 종류의 이야기'이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이야기보다 이 세상을 더 잘 (가장 잘) 설명해주는 이야기이며, 더 빛나고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아 그 큰 이야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교회 공동체와 함께 말씀을 공부하며, 우리가 세상에 들려줄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말씀대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믿는 자들에게 먼저 성경에 담긴 진리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가, 성경의 서사와 연결된 삶을 살고 있는가, 복음이 삶을 진실하고 의미 있게 변화시키는 능력이라는 것을 맛보아 알고 있는가에 대한 도전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 내가 모르는 세계로 사람들을 인도할 수는 없으니까요.

<포스트모던 시대, 어떻게 예수를 들려줄 것인가>는 우리가 보통 '전도'라고 말하는 바로 그 일이 얼마나 우아하고, 근사하고, 매력적이고, 강력한 도전인지 일깨워줍니다. 이것은 매우 '진지한' 논의이며, 전하는 자나 듣는 자가 얕은 대화와 허술한 사고로 결코 쉽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권위 있게 설명해줍니다. 이 책은 이처럼 복음을 전하는 일, 즉 전도에 대해, 설교에 대해 새로운 관점과 방향성을 제시해줍니다. 누구보다 먼저 설교 사역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왜 세상과 구별되지 못하는가 하는 문제를 풀어갈 강력한 해법이 이 책에 들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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