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 - 20대 암 환자의 인생 표류기
김태균 지음 / 페이퍼로드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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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글로 누군가를 위로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22살에 혈액암이 코 부근에 발병한 뒤로, 투병과 재발 그리고 항암으로 망가진 얼굴에 수차례 성형수술을 통해 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 채로(원래 가지고 있었냐고 물어보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정신없는 20대를 보내야 했으니까요(5).

이 책은 "22살에 암에 걸린 9년 차 '프로아픔러'의 글"이지만 투병기라기보다, 일종의 성장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암'이라는 다소(?) 특별한 경험이 아니었다면 지극히 평범한 20대를 보냈을 것이 분명한 한 젊은이의 "마냥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하염없이 슬픈 것도 아닌" 소소한 일상과 생각의 편린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2018년도판 젊은날의 초상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유쾌한 사람이었는지, '암'이라는 거대한 삶의 위기를 겪으며 전략적으로 유쾌함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난에 대처하는 그의 유쾌한 자세가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어쩌면 지금 나를 괴롭히고 있는 문제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하루하루 아프다 보니 어느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롭고 조용한 일상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어쩌면 삶도 병원 생활과 같을 수 있다. 대단한 사건 없이 그저 하루하루 끈적끈적하게 버티어 나가다 보면, 문득 조용히 성장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44).

그가 한 위대한 일이라곤, 그에게 다가온 '암'이라는 고통을 견디고 버티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버티고 견디어낸 그 시간들이 그것을 읽는 이에게 말할 수 없는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사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죽음을 향해 한 발 한 발 매일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것을 잊고 이 땅에서 천년 만년 살 것처럼 굴고 있을 뿐이지요. 22살에 혈액암 진단을 받고, 방사선 치료가 끝난 다음 해 편입학원을 등록한 날 암재발 판정을 받았던 누군가의 블랙코미디 같은 사람이, 나에게 던지는 잔잔한 파문 하나는, 우리가 앞잡아보는 일상적인 것들일수록 사실은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동생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데, 첫째 이유는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 누구의 특별한 경험이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는 아픔을 이렇게도 견디어낸다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똑같은 일을 해도 더 즐겁게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무엇을 하든, 고난을 견디는 일까지도 더 유쾌하게 해낼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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