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9
막스 베버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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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인 자본주의 정신, 좀 더 일반적으로는 근대적인 문화 전반의 본질적인 구성요소들 중의 하나는 직업을 소명으로 여기는 사상을 토대로 해서 인간의 삶을 합리적으로 조직하는 것이었고, 그런 식으로 조직된 생활양식은 기독교적인 금욕주의의 정신으로부터 출현했다는 것이 우리의 논의를 통해 증명하고자 한 것이었다(372).

성경에 보면 초대 교회 성도들은 공동생활을 하며 모든 것을 공동 소유로 내어놓고 재산과 물건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나누어주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난하게 사셨으며 가난한 자들과 함께했던 예수 운동은 기본적으로 자기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보다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공유재산제도를 실현하여 빈부의 차를 없애려는 공산주의와 더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근대 자본주의의 정신이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프로테스탄트의 직업 소명 의식이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또한 자본주의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것이 부자는 더 부자로 만들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인데, 마태복음 13장 12절 말씀이 바로 이 원리를 말씀하고 있다는 주장도 보았습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13장 12장 말씀). 이런 주장은 흥미로우면서도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이었는데, 이러한 주장을 최초로 펼쳤던 막스 베버의 책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드디어, 그것도 '완역판'으로 읽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종교사회학적 측면에서 부지런히 직업 노동을 수행하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는 목적으로 부를 추구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 오히려 성도로서 마땅히 행할 바라는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근대 자본주의를 이끄는 정신이었다는 논증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돈 버는 것 자체를 하나의 목적이나 의무(소명)로 여기는 태도는 도덕적인 정서에 역행한다고 볼 수 있는데, 세속적인 직업의 노동 현장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현장이라는 믿음의 변화(?)가 금욕적 생활과 저축 관념을 이끌어내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영리 활동이라는 소명의식이 결과적으로 물질문명으로 대표되는 근대 자본주의의 뿌리가 되었다는 사실은 참 아아러니하면서도 흥미로운 통찰입니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읽어내기 쉬운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몰락이 마치 자본주의의 승리인 것처럼 여겨지며, 부자는 더욱 부해지며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거센 이때에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을 연결시키고 있는 이 책이 우리에게 중요한 힌트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카를 피셔의 비판과 막스 베버의 반박문'을 보면 막스 베버의 주장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과 함께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사회에 작동하는 어떤 역동성을 이론으로 단순화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만큼 이 책은 읽어내기도 어려운 책입니다(소화해야 할 주석도 무척 많습니다). 그러나 왜 이 책이 고전 필독서로 손꼽히는지는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좀 엉뚱한 결론 같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웃을 돌보고 나눔을 적극 실천하는 삶을 명하셨던 예수의 가르침이 그리스도인들의 생활윤리로 확고하게 자리잡아 다시 한 번 자본주의의 정신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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