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 부인은 외손자에게 폐비 윤씨가 사약을 마실 때 입었던 옷을 보여 주었고 그 옷에는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는 편지가 피로 적혀 있었어. 내 원한을 풀어 달라고." - P323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대현은 그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텅 빈 거리에서 율이 그의 옆으로 와서 섰다.
"내가 어떻게 이 일에 동의한 거야?"
"자가께서 허락하셨든 아니든 이슬이는 들어갔을 거예요." - P362

"황수연"
내가 속삭였다.
언니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이 텅 비어 있었다. - P367

구더기가 한 걸음 더 다가와 속삭였다.
"누구의 편을 들지 잘 선택하십시오. 아무런 연줄 따위 없는 계집의 편을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곧 이 나라를 다스리게 될 저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 P379

제발 우리가 이기게 해 주세요. 나는 하늘에 빌었다. 제발.. - P381

"이번에는 범인이 뭐라고 썼대?"
기녀는 주위를 살피고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당신이 가장 증오하는 나 무명화를 머지않아 보게 될 것이다. 역사는 왕을 죽인 자로 영원히 나를 기억하리라." - P3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패왕이 마침 한자리에 앉았던 범증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나 정말 몰라서 묻는 것 같지는 않았다.
"대왕, 아무래도 군사를 물리셔야겠습니다. 팽성이 위태롭습니다."
범증이 펄쩍 놀라는 얼굴로 대답했다. - P13

모든 일에는 기세란 것이 있어 언덕을 구르는 바위 덩이처럼한 번 굴러 내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몰려가는 수가 있습니다. - P14

우리 대군이 더 이상 성양에 잡혀 있다가는 팽성이 영영 도둑 떼의 소굴이 되고 말 것이오. 과인이 먼저가서 빼앗긴 도읍부터 찾아 놓고 봐야겠소. - P22

"동북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립니다. 적지 않은 인마가 달려오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난 번쾌는 그게 바로 패왕이 이끄는 3만의 정병이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 P31

우 미인이 세차게 패왕의 품을 떨치고 나가더니 품안에서 날카로운 비수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대왕께서는 어찌하여 늙은 도적의 호색을 입에 담으십니까? 신첩은 대왕을 다시 만나 섬길 수 없을 양이면 이 칼로 목을 찔러 세상을 버릴 작정이었습니다." - P36

"패왕이다. 패왕 항우가 돌아왔다!"
초군의 함성에 관영의 군사들이 놀라 허둥대며 소리쳤다. - P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처럼 자기 인생에 아무 관심 없는 여자는 처음 봤다. 죽음으로 돌진하는 건데도 두렵지 않아?"
"당연히 두렵죠.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건 후회예요." - P266

"우리는 모두 벗이지만 밤낮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가장 내밀한 생각들을 조심스러운 마음에 서로 표현하지 않았던 것 같소. 이제 이 위험한 통치를 끝내고 새로운 후계자를 옥좌에 올려야할 시간이 왔습니다. 자애로우신 진성대군 말이오." - P282

때때로 반란은 본능적인 판단으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모의 기간이 길어지면 살아서 계획이 실현되는 모습을 볼 수나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 P287

"당신이 죽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는 사람 하나 없었으면 좋겠네요. 애초에 울어 줄 사람도 없겠지만."
그런 다음 그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후회로 가슴이 따끔거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싸운 날 언니를 두고 떠났던 것처럼 대현을 두고 떠났다. - P3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장량과 한신이 함께 한왕을 찾아왔다.
"대왕, 이제 동쪽으로 밀고 나아갈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항왕은 결국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에 빠졌습니다." - P186

진평에게서는 전혀 서생티가 나지 않았다. 또 인간에 대한 지식도 세 사람 모두 남달랐지만, 진평은 특히 탐욕이나 허영 같은 인간의 약점에 밝아 이채로웠다. - P214

그런 생매장이 거지반 패왕의 손아귀에 들어온 천하를 다시 잃게 만든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 P224

열흘이 지나도 성양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패왕도 그곳의 싸움을 길게 잡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처음 겪는 어려움이 패왕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초나라의 허술한 보급과 병참에서 비롯되는 어려움이었다. - P247

장량과 한신, 진평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장수들에게도 의제의 죽음을 크게 내세워 패왕을 치는 대의명분으로 삼는 것이 해볼 만한 일로 보였다. - P256

진평이 무엇 때문인지 잠깐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안됐지만 상산왕을 닮은 사람의 목을 빌려 진여에게 보내는것입니다. 그렇게 속여 진여를 한 번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 놓으면, 나중에 상산왕께서 살아 있음을 알게 되더라도 쉽게 항우에게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 P262

다시 팽월의 군사 3만이 붙자 한왕이 이끄는 제후군의 세력은 56만으로 늘어났다. 한군이 처음 관중에서 나올 때에 비하면 열 배나 부풀어 오른 숫자였다. 하지만 그 엄청난 제후군의 머릿수는 점차 허수가 되어 갔다. - P268

뒷날 돌이켜 보면, 사태를 꿰뚫어 보고 다가올 재난을 방비할 한신과 장량, 진평 모두가 그때 어떤 야릇한 패신에 홀려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누구보다 눈 밝은 그들이 몇 발자국 앞의 나락도 보지 못하고 바로 앞사람의 발꿈치만 보며 내달은 셈이었다. - P272

"대왕께서 진정으로 천하에 뜻을 두고 계시다면 모진 임금과 못된 법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일을 너무 허물해서는 아니 됩니다. 물이 너무 맑으면 사는 물고기가 없고사람이 너무 따져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는 법입니다." - P288

그럴듯한 것은 그런 한왕 유방의 군명뿐이었다. 한신은 충실히 한왕의 뜻을 전했으나 팽성 안으로 들어간 여러 갈래의 제후군은 금세 물불 안 가리는 약탈자로 변해 버렸다. - P292

패왕의 도읍인 팽성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거기 쌓여 있던 재물과 미인까지 마음대로 처분하게 되면서 한왕은 한층 더 자신의 승리를 실감했다. 그러잖아도 잇따른 자잘한 승리로 자랄대로 자라 있던 한왕의 호기는 거기서 갑자기 어이없는 착각과 환상으로 바뀌었다. 자신은 이미 항우를 온전히 쳐부수었으며 그리하여 천하에는 오직 자신만 있다는 착각과 환상이었다. - P2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왕 유방이 한중을 나와 삼진을 노린다는 소식을 처음 패왕 항우에게 전한 것은 옹왕 장함이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장함은 한왕이 관중으로 들어선 것을 그리 큰일로 여기지 않았다. - P109

한 하늘에 두 해가 있을 수 없듯이 초나라 땅과 백성들에게도 두 임금이 있을 수 없다. 이 땅과 백성을 내 것으로 하고 나아가 천하를 호령하자면 의제를 없애야 한다. - P110

유방은 아마도 이번에 왕릉을 달래 패현에 있는 부모와 처자를 데려가려는 듯합니다. 그들을 그대로 패현에 둔 채 대왕께 맞서는 것은 그들을 대왕께 볼모로 바치는 것이나다름이 없지 않겠습니까? - P115

자신에게 천하를 다스릴 제도를 고를 기회가 왔을 때, 패왕은 당연한 듯 분권적인 옛 봉건제를 부활시켰다. 그러나 한왕은 관중에서 이미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시황제 시절의 군현제를 되살려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 의지를 내비쳤다. - P1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