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특정 미인들에게 불가해한 매력을 발하는 부류의 남자-막연히 비호감이고, 대개 대머리에 키가 작고, 뚱뚱하고, 머리가좋은-였다. 아니면 스스로 그렇다고 믿어서 그렇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일부 여자들이 그를 구제가 필요한 천재라고 믿는 것도 도움이 됐다. - P13

비어드도 마침내 자기 안에서 마조히즘 성향을 발견하기라도 한 걸까? 지금 그에게는 갑자기 가질 수 없게 된 아내만큼 매력적인 여자가 없었다. - P15

그는 제네바의 한 대학에서 명예직을 맡고 있었지만 수업은 하지 않았다. 노벨상 수상자 비어드 교수라는 타이틀을 이런저런 레터헤드와 기관에서 쓸 수 있도록 빌려주고 국제적인 ‘계획‘에 서명을 올릴 수 있게 해줬다. - P30

세상의 종말은 결코 실현되는 일 없이 환상의 베일을 쓴 채 늘 임박해 있으며, 막상 때가 되면 종말은 닥치지 않고 곧바로 새 문제, 새 날짜가등장한다. 세상은 선동적 폭력으로 정화되고 구원받지 못한 자들의 피로 깨끗이 씻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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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서는모두 금기를 어깁니다. - P43

오시리스신화는 죽음과 부활, 사람의 삶도 곡식처럼 땅을 통해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신화입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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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 선생님은 도대체 무슨 병이냐고. 도망치는 병이라고 그러대. 그땐 최 선생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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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세탁부의 다음 말은 통렬하게 가슴을 찔렀다.
"세상에서 도망치는 병이야. 자기한테서도 도망치는 병이고. 그
렇지?" - P291

그토록 갈구하던 자유를 얻어 세상에 돌아가면 희망 대신 하나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것 말고는 세상 속에서 이룰 것이 없다는 진실. - P292

그 순간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아아, 저 미친 새끼. - P310

승민은 산책을 하러 나온 게 아니었다. 귀환이 보장된 길도 아니었다. 귀환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은 마지막 비행에 나선 길이었다. - P319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어. 살다보면, 가끔." - P321

나는 진실에 얻어맞아 고꾸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진실은 내가 겁냈던 것만큼 거인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 P325

"이수명 씨는 류승민 씨의 죽음을 인정하나요?"
나는 잠자코 있었다. 승민은 내게 죽음이나 삶으로 분류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승민 자체로 존재했다. 시간과 공간, 삶과 죽음, 기억이나 실체 같은 개념이 가닿지 않는 어떤 차원이기도 했다. 나는 거기에 맞는 이름을 찾아내지 못했다. - P331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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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또 자작나무 숲에 있었다. 처음처럼 길을 잃지도 않았고 가로등처럼 매달린 머리들을 보지도 않았다. 쇠사슬이 감긴 철망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을 뿐이다. 밤하늘이 수리호 수면 위로 내려와 있었다. 별은 보이지 않았다. - P240

지난밤에도 김용은 샤워장 바닥이 아니라 승민의 혓바닥에 자빠져 허리를 다친 것이리라. 수간호사 자빠뜨리기야 일도 아니었겠지. - P252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이렇게 이해력이 달려서야. 내 의사가 점박이의 멍청한 머리에 쑥박히도록 손가락을 말뚝처럼 세웠다. 엿 먹으라고, 엿, 엿 몰라? - P260

승민은 보호사나 진압 2인조에게 소리치는 게 아니었다.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 세상의 총구들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내 심장을 쏘라고. 그래야만 나를 가둘수 있을 것이라고. 직감은 불길한 예언을 내놓았다. 이놈은 스스로죽을 거야. - P264

"비켜!"
왜 하필 ‘비켜‘였던가. 모르겠다. 그 순간 내 몸을 꿰뚫었던 것이 무언지만 안다. 통쾌함이었다. 해방감이었다. 깨달음이었다. 내 심장도 승민처럼 살아 있었다. 흉곽 속에서 아프게 요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 내 심장이었다. - P268

납굴이 뭔지는 몰라도 어떤 상황인지는 알 것 같았다. 한이는 제 몸을 통제할 의지마저 버린 것이었다. 납으로 만든 인형처럼, 타인이 조작하는 대로 움직이는 몸이 그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냐. 그게 아니라면, 버린 육신 안에 꿈의 지대를 만들어놓고 그곳으로 피신해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 P280

"난 잘 모르겠다. 너로 존재하는 순간이 남은 인생과 맞바꿀 만큼 대단한 건지." - P286

"난 순간과 인생을 맞바꾸려는 게 아냐. 내 시간 속에 나로 존재하는 것, 그게 나한테는 삶이야. 나는 살고 싶어. 살고 싶어서, 죽는 게 무서워서, 살려고 애쓰고 있어. 그뿐이야."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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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천일야화>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세계에 빠져들지 않은사람이 어디 있으랴. - P5

중동신화여행은 문자를 포함한 그 모든 기록을 통해 인류 최초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우리는 물론 안다. 어제의 그 기억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오늘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슬픔은 그만큼 더 커진다는 사실을. - P7

세계 도처에서 일제히 무엇을 하느냐 하면, 신을 섬기는 것을 구조화하고 형상화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런 것들을 했으리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불가사의한 인간 문제의 해결 방식을 흔히 초연적인 거대함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P24

도시의 등장은 인류 문명의 중요한 발전 가운데 하나로, 무엇보다 도시는 규격화되어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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