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행사는 모두 힘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단연코 전시회다. 지난 수요일에 연중 행사인 전시회를 진짜진짜 힘겹게 마치고 같이 과제를 맡은 대학원생들과 뒤풀이를 했다. 요즘은 다음날 생각해서 9시반~10시 정도만 되면 소주 1병정도에서 딱 끊고 나오는데, 그 동안 힘들었었는지 과음했다. 결국 택시타고 컴백홈. 

참 오랜만에 즐겁게, 다음날 걱정 따위 버려두고 정신줄 놓았던 것 같다. 아침에 가방 깊숙히 들어있는 컨디션 발견하고(고맙습니다) 마셨음에도 하루종일 헤롱헤롱.. 마구 친하지 않아도 다음날 술주정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멤버들이 좋다. 필름이 끊겨서 다음날 눈 뜨자마자 전전긍긍하며 혹시 실수한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필름이 끊겨도, 그 어떤 기억이 문득문득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가도 왠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멤버. 같이 마냥 취해서이든, 그 어떤 실수라도 귀엽게 봐줄만큼 날 이뻐라해줘서든, 이런 술 친구들을 일하면서 만나게 됐다는 건 진짜 타고난 복이라고밖에 생각이 안된다. ㅎㅎ  

요구하지도 않은 소개팅을 해준다더니, 그 쪽에서 남자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여자는 보지 않는다는 정보의 불균형을 요청했기 때문에 자기 선에서 잘랐다며 나를 친동생처럼 챙겨준다며 혼자 뿌듯해하는 C군 때문에,, 배신(?)하고 회사 때려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친구들 말고, 또 있다. (난 행복합니다) 함께한 첫날부터 밤새 달리더니, 이번에도 역시 다들 무한체력을 과시하며 열심히 놀았다. 나는 노래방만 가면 자니까 잘 잤고. 일주일에 2번씩이나 과음한 적이 회사 들어온 이후로 별로 없는데,, '-' 그러니까 이번에도 난 뭔가 헛소리를 많이 했다. 말 하는 순간, 아 이건아닌데 라면서도 계속 말하는 내 자신을 무력하게 바라보고 있던 내가 기억 난다. 그렇지만 그들은 날 마냥 예뻐라해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내맘대로) 난 후회하지 않았다. 하하하 (ㅠ_ㅠ) 

난 술이 좋다. 몽롱함이 좋고, 기분 좋아지는 순간들이 좋고, 정신줄 놓아가는 내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취했을 때는 분명 최선의 대화라고 생각하며 지껄이던 헛소리들이 재밌다. 요즘 이런 것들이 더 좋아지는 이유는 아마 아예 정신놓고 바닥에 키스하는 무개념 민폐 만취자가 술자리에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다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기 주량껏 마시기 마련인걸까, 민폐주정꾼도 대학시절의 특권이었던건지. 아니면 좋은 술친구 감별법을 무의식중에 습득한건지. ㅎㅎ 

가장 기억에 남는건 역시나 차 시트를 제끼고... 일려나? 아쉽게도 여기까지밖에 못들었다. 봉선화와의 시너지 효과가 정말 재미있었고, A가 연애를 한대서 부러웠고, P의 점퍼는 따뜻했고, 미사리의 노래실력에 놀랐다. 생각해보니 모두 선남선녀들이라 흐뭇했다. 흐흐 난 외모지상주의자가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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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2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주가무를 즐길 수 있는 젊음이~ 좋구나!!^^
주말에 큰딸 친구네 집들이 갔었는데~
다들 늙어서 노래방 가기도 귀찮고 누가 불러주는 사람도 없어서 3~4년째 못 가봤다고.ㅋㅋ
내가 스무살 때 술마시고 처음으로 땅이 불근 솟아올라 피해서 걸었던 신포동 그 길을 이번에 가봤어요.
사진도 찍어왔는데 아직 못 올리고 있다지요.ㅋㅋ

Forgettable. 2009-11-23 17:40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노래방을 싫어해요. ㅠㅠ 노래도 못하고 별 재미도 없어서 그냥 자는데,, 그렇게 잘 잘수가 없어요;;;
주말 후유증으로 일도 안하고 노닥거리며 하루를 다 보냈네요 ^^

머큐리 2009-11-2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장하지 않고 마음껏 술을 마실 수 있는 사회친구들이 있다는 건...ㅎㅎ
복받은 겁니다.

Forgettable. 2009-11-23 17:39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ㅋㅋㅋ 머큐리님, 우린 언제 술마시나요? :)

2009-11-23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3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미사리 2009-11-2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미사리입니다. 시트만 젖혔을 뿐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A 연애한대요?! 이럴수가. 하늘이 무너지네요. 저 노래 잘한다는 건 반쯤 농담인듯. 뽀 노래도 좋았어요. 근데 나 몰래 어떤 헛소리를 한 거에요? 위에서 내려다보는거? 으흠..

Forgettable. 2009-11-24 09:18   좋아요 0 | URL
누가 잘했대요? 놀랐다구요, 잘해서 놀랐는지 못해서 놀랐는지? ^^ ㅋㅋ
A연애한대서 내 하늘도 무너졌답니다. ㅠ_ㅠ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야기는 조금 더 sophisticated하게 설명을 했어야했는데 너무 단순화해버려서..
시트 얘기는 다음에 한 번 더 물어봐야겠어요.

2009-11-2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부러워요. 전 일상에서의 친구, 술자리에서의 친구, 어릴때부터의 친구 등의 카테고리에서 교집합이 대부분이라, 새로운 만남이라는 것을 해본지 오래 되었고, 그래서 마음에 드는 새 친구를 만들었을때의 뿌듯한 느낌이 굉장히 그리워요; 뭐 앞으로 열심히 살다보면 그런 날이 오겠죠.. 그리고 말하면서 후회하고, 후회하면서도 계속 말하게 되는 그 느낌이 굉장히 공감되네요 ㅋㅋㅋ 하지만 그쯤 되면 다른 애들도 다들 정신이 간당간당 걸쳐있는 상태라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고개는 끄덕여준다는 식으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단;;

Forgettable. 2009-11-24 09:23   좋아요 0 | URL
ㅋㅋㅋ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고개는 끄덕여준다라..ㅋㅋ 저도 알아요 이거. ㅋㅋ 코님이랑도 이렇게 열심히 술 마셔보고 싶네요. 저 마음에 드는 새 친구가 되도록 엄청 노력할 수 있는데! ^^
저도 한동안 새로운 만남이 없다며 팅팅 부어있었는데, 열심히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점점 관계가 좁아지는 것만 같았는데,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1-2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즐거운 시간이 되었군요. 봄이 어서 와야할텐데 ㅎ

Forgettable. 2009-11-24 15:40   좋아요 0 | URL
오늘 날씨는 완연한 봄이던걸요. ^^
전 추우면 이상하게 마음이 설레어요;; 오늘도 추운날 어떤 좋은 추억이 있길래 마음에 자꾸 바람이 드나 심각하게 생각해봤는데 뭐 없던데;;;

무해한모리군 2009-11-24 16:00   좋아요 0 | URL
저도 겨울은 좋은데 봄이 와야 일이 줄어요 ㅎㅎㅎ

Forgettable. 2009-11-24 17:26   좋아요 0 | URL
아. 그건 저도;;; 일 쌓아놓은거 이제 슬슬 감당이 안되기 시작했어요 ㅋㅋ

Kitty 2009-11-2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어요 ^^
저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주변에 술 (무지) 잘마시는 인간들만 있어서 누구 술취한걸 보거나 뒤치닥거리한 기억이 거의 없어요. 대학 다닐 때 친구들이랑 술마시면 안그래도 가난한 학생들인데 아무도 안취해서 돈이 아까웠다는;;;;;
나중에 회사 들어가서 회식 자리에서 굴러다니는 몇몇 남직원들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나 뭐라나 ㅎㅎ
아, 지금 생각해보니 잘마시는게 아니라 알아서 몸사렸던 친구들만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ㅡㅡ;;

Forgettable. 2009-11-25 16:26   좋아요 0 | URL
재밌긴요, 재미는 키티님 페이퍼가 재밌죠;;; ㅋㅋ

전 학교다닐 때 이런저런 모임의 간부(?)였던 적이 몇번있어서 주로 술취한 어린 후배들 뒷수습.....을 맡았었거든요. 아..정말 괴로웠어요. 다신 하고 싶지 않은 ㅎㅎ

제 친한 친구들도 다 술 잘마셔서 맨날 조금만 마셔도 취하면 돈 안아깝겠단말 한적 있는데^^; 이 말 쉽게 나오는 말이 아닌데 키티님 정말 궁금해요 '-')*
요즘은 조금만 마셔도 취해서 돈 굳는다 좋아하지만 결국엔 비슷하게 마시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