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그다드 까페 ]
이 영화는 본지 참 오래되었는데도 '내게 좋았던 영화-' 하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영화 중에 하나이다. 보기까지 지루할 것 같아서 약간 망설였는데, 얼핏 잔잔해 보이지만 두 사람의 감정 변화 곡선이 그대로 보이며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내 삶에 대해 되돌아보고, 미래 설계를 다시 해보게 되는 계기였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너무 즐겁고 흥겨운 일들이 많은데 왜그렇게 웅크리고 찌질하게 살았을까.
이제 돌아가면 새로운 길을 좀 모색해볼까 해.
라고 친구가 보내온 엽서에 적혀 있었다.
꼭 먼 곳으로 떠나지 않더라도 이 영화를 보면 우울한 인생을 조금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까페 주인이 마음의 문을 여는 장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지 않을까.
[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봄 ]
겨울에 청송의 주산지에 가보았다. 연못이 꽝꽝 얼어 그 위를 뛰어다니며 빙글빙글 돌면서 머리를 흩날리며 미친년 모양으로 웃는 사진을 찍기도 하고 스케이트도 타며 놀았다. 영화의 흔적은 물 속 바닥에 뿌리를 내린 나무와 고요함 뿐.
이 영화를 보며 참 많이도 울었다. 중간에 재미없으면 끄겠다는 일념으로 삐딱하게 앉아서 보기 시작했는데, 그 자세로 끝까지 보며 내내 울었다. 마음에 응어리진 것이 많았을 때였고, 누구 하나 위로가 되지 않아 가엾을 때였다. 영화는 그런 날 쓰다듬어 주면서 괜찮다고 토닥토닥 말해줬고, 이야기가 끝난 후 오랜만에 울면서 잠이 들지 않아도 됐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칼로 법전(?)을 새기는 장면. 나도 그런 벌을 받고 후련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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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허슬]
[식신]
[소림축구]
위의 영화들과 같이 잔잔하고 깊은 감동을 끌어내는 영화도 좋지만 물론 저런 영화들만 봐서는 진지하고 따분한 애가 되기 십상이다. 삶이 좀 무거워졌다 싶을 땐, 다시 가벼운 유머가 필요한데 그럴 땐 주성치의 영화가 딱이다. 주성치의 옛날 영화들은 몇개 보다가 말았는데 위의 3개 영화는 정말 웃기고 좋다. 그냥 사는게 행복해진다. 주성치가 아직 살아있고, 그가 계속해서 영화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만 떠올려도 기분이 나아진다.
대신 자신이 엄청 현실적이고 이성적이어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접하고싶지도 않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고지식하고 재미없는 분들에게는 비추.
[ 기담 ]
아름답고 무섭고 기이하고 슬프다. 일본의 책이 원작이라고 들었는데, 본지 2년도 훌쩍 넘었는데 아직도 무서운 장면을 떠올리면 오싹하다. 결말을 떠올리면 슬프고, 영상을 떠올리면 아름답고, 스토리를 떠올리면 기이하다. 무서운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추천해주는 작품이다.
절대 영화 2번 보지 않는 나인데도 2번이나 풀로 감상했다. 특히나 공포영화의 새장을 열었다는 칭송은 각별한 미술세트에 있는데, 그 영상에 반해서 [추격자]는 원래 절대 볼 생각이 없었는데 [기담]의 미술감독이 미술을 맡았다는 말에 볼 정도였다. 영화의 매력에 비해 흥행에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더 좋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