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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나침반 - His Dark Materials: The Golden Compa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요즘 멍때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귀가 멍멍하게 울릴 정도의 음악속에서 정신놓고 낯선 사람들과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인터넷 연예뉴스나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하루에 미드 5~6개의 에피소드를 연달아보며 그냥 생각 없이 산다. 이런 내게 필요한 건 뭐?
생각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판타지 영화!
집안을 이리저리 부유하다가 TV를 켰는데 우연히 [황금나침반]을 한다. 2시간은 떼우겠구나- 하며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의외로 너무 재미있다. 출연진도 빵빵하고 CG도 깔끔하다.
일단 캐릭터부터 말해보자면 니콜키드먼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조연들이 빛난다. 어쩜 하나같이 그렇게 매력적인지 영화를 보는 짬짬이 광고시간을 이용해서 배우들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삼촌인 다니엘 크레이그(!!) : 말안해도 이미 007시리즈의 본드임은 모두가 알 터-
열기구 조종사 아저씨 : 목소리와 콧수염이 매력적임.
퀸오브마녀 : 마녀 역에 따악 어울리는데 진짜 아름다움. [몽상가들]의 그녀
라일라의 귀여운 친구들 : 장난꾸러기 꼬마들은 귀엽다.
집시 아저씨와 빌리의 어머니 : 집시의 매력을 보여줌.
아이스 베어 : 라일라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보호자. 매우 진짜 완전 믿음직함.
책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기대된다. 한 번 읽어볼 참이다.
2시간이라도 구리구리한 현실로부터 날 구원해주는 판타지를 난 정말로 사랑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아빠가 말씀하신다.
쟤는 쪼끄만게 뭐가 그리 할 일이 많다니.
그렇다. 이제 1부가 막 시작한 참이고 지금까지 보여준 라일라의 용기와 명석함은 빙산의 일각이었으며 그녀는 이제 찬란하고 치열한 인생의 시작점에 섰을 뿐이었던 것이다. 무력하게 사소로운 일들에만 매달려서 하루하루를 버둥거리면서 사는 내게 판타지는 하나의 구원이지만, 그 구원이라는 것이 하나의 도피라는게 또 치명적이다. 내가 동경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라일라는 도망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삶을 선택했고, 선택받은 것인데 말이다.
그들처럼 스펙터클하게 살기 위해서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데
나는 그저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것들의 주위에서만 빙빙 돌면서 천재들의 양산물만 받아 먹으며 그들의 언저리에서 엑스트라로만 살다가 말 것인가. 내 인생을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야 하는 건데, 좀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요즘은 그저 사춘기 소녀처럼 둥둥 떠다니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