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취업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스터디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던 내 자소서의 문제는 '소설'이었다.
그들은 내 자소서의 '대화체'에 아연해하며 조금 더 딱딱하게, 내 장점을 노골적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며 '예병일의 경제노트'같은 사이트? 칼럼?을 소개해줬었는데 그 때 딱딱한 경제적 인간으로 거듭나기를 다짐하며 메일로 보기 등록을 해두었었다.
지금도 매일 한통씩 메일이 오는데, 심심할 때 가끔 보면 좋다. 그리곤 마치 오늘의 유머를 보고 잊어버리는 것 처럼 잊어버린다.
내 지인들, 혹은 여느 지인보다 내 서재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더 잘 아시겠지만 나는 온리 소설. 특히나 고전에 열광하고 집착한다. 요즘은 좀 시들한가요..
더 나아가자면 아는체하거나 텅 빈 가벼움을 멋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현대작가들에게는 거의 혐오감을 갖고 있기도 한데
따라서 경제학이나 자기개발서따위에는 어느 정도의 증오를 담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따라서 오늘 무심코 이메일을 열었을 때 이 책이 눈에 들어온건 일생 일대 내 취미생활의 혁명이다!
oh, interesting. 좀 더 읽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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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국가들은 두 그룹으로 분류될 겁니다. 가격이 안정되어 있는 청정연료에 의존하는 국가, 그리고 가격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국가. 어느 나라가 경쟁력을 갖게될지는 불문가지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린' 친화적인 기업이 세계적으로 수요가 있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게될 겁니다. 인재들이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기업을 선호하기도 하겠지요.
그린혁명의 의미 이해를 도와주는 흥미로운 월마트의 사례가 있습니다. 월마트는 2007년에 소형 형광등 1억 개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전력낭비의 '주범'인 백열전구를 형광등으로 대체해 그린혁명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매장에서 1억 개의 형광등을 판매한다면 회사에도 좋은 일이 되겠지요.
월마트는 그해 가을 그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그 목표달성은 자동차 70만 대를 도로에서 없앤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4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절약한 것과도 같은 효과였습니다.
낭비와 탐욕 끝에 터진 버블로 전세계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그린혁명은 중요한 화두입니다.
그리고 그린혁명이 우리에게 '의무'이자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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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의 경제노트, 2009.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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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와. 미국이 자본주의에 쩔었다지만 그래도 존경스러운 사례도 그만큼 많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 월마트의 사례는 참 멋지다.
자본이 도구가 되는 동시에 목적이 되어 여러모로 훌륭한 결과물을 도출해낸 사례다. 짝짝짝
물론 뭐 저 짧은 일화 속에는 담기지 않은 숨겨진 음모론이나 정치적 비밀공작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있다고 해도 용서해줄 수 있다. (내맘대로)
나야 뭐 혼자노는걸 즐기고, 대중을 계몽하야 좀 더 나은 사회로 한발자국 보태겠다는 대단한 사명감이야 잊은지 오래이니,
나같은 애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아웃그리닝에 손톱만큼이라도 기여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이건 정말 대단한 발전이다. 오오, '나 하나쯤 뭔가를 하거나 안한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아'를 일생의 기준으로 삼고 아예 아무것도 안해버리던 내가 경제학 서적에 관심을 갖게 되다니 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