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3년은 훨씬 더 지난 것 같다.
여름방학 무렵이었나, 대전에서 자취하던 동생이 집으로 올라오던 날이었다. 생각없이 놀다가 집에 들어와서 동생에게 왔냐고 인사하는데 기어다니는 알 수 없는 생명체.
으웩 저게 뭘까, 무서워- 라며 소리질러대며 내방으로 뛰어서 도망갔지만 급 호기심에 다시 빼꼼 구경을 했다.
요약하자면-
비오는날 우산을 쓰고 엉엉 울고있던 두 꼬마애가 너무 서럽게 울길래 동생이 가서 왜그러냐고 물어봤단다. 그랬더니 고양이를 가리키며 비맞으며 떨고 있는게 불쌍해서 엄마에게 데리고 갔더니 엄마가 다시 갖다놓으라고 해서 너무 불쌍해서 울고있단다. 마음이 동한 동생이 데려와서 동아리방에서 키우다가 방학이 되어 집에 데려온 것이었다.
1. 성격
동생 말로는 꼬리가 휘어서 엄마에게 버림받은 것 같다던데, (고양이들은 애가 쫌 기형이면 버린다던데? 사실이라면 매정하다.. 고양이의 모정 어쩌고 하는 얘기 들어보면 뻥인 것 같긴한데 우리 야옹인 엄마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그 버림 받은 후로도 사람 손을 많이 타서 무지하게 예민하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65730165424453.jpg)
한 일년간은 내가 다가가면 발톱부터 세웠던 것 같다. (방학 때만 맡기로 엄마아빠와 일시적인 합의를 봤지만 약간 정들어서 그냥 데리고 있기로- 아빤 지금까지도 투덜투덜) 저 무서운 눈알을 보아라, 노기 등등! 게다가 내 싸대기를 때리고자 하는 단단한 저 주먹.. 그래서 난 잘 때만 조심스럽게 쓰다듬었었다 ㅋㅋ - 지금도 뭐 딱히 태도가 마구 친절하게 돌변한건 아니니 과거형을.. 써야하나; 그래도 이제 발톱을 세우진 않으니 나름 친해진 것 같기도.
2. 이름
아빠 : 대전에서 왔으니 '충남이'
엄마 : 싸가지 없으니 '도도'
동생1 : 궁동에서 주웠으니 '궁이'
동생2 : '야'
난 포켓몬스터의 '나옹이'
이름이 이렇게 다섯개나 되지만 이젠 모두 야옹아- 라고 부른다...
3. 아빠와의 갈등
처음부터 달가워하시진 않았지만
'털이 폐 속으로 들어가서 나중에 죽는다.'
'내 기침이 고양이 털 때문이다.'
'피곤한데 밤에 고양이가 울어대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도둑고양이다. 품종이 좋은 러시안블루를 사오겠다.'
등등의 갖은 이유를 대시며 이 아이를 쫓아내려고 분투하셨다. 지금도 분투중이시다. 동생들은 '러시안블루(!)'따위에 넘어가서 버리고 새로 데리고 오자며 나보고 왜 이아이에게 집착하냐는 망발을;
여튼 한참 발정기 때 밤새도록 울어대서 고양이와, 버리려는 아빠와, 지켜내려는 나의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었던 때가 있었다.
그 때 내가 울며불며 고양이 까페에 아빠가 버리려고 하는데 어떡하냐고 글을 한 번 올렸었는데
댓글1: 대학생이면 돈이 가장 많을 때 아닌가요? 화장품이랑 옷 살 돈 모아서 중성화수술 시키세요.
댓글2: 책임감도 없이 ㅉㅉ 일단 수술 시키고 보세요.
따위의 댓글들이 올라와서 그 이후로 안간다. 고양이 오타쿠들같으니라고- 흥
고양이에게 2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이는 걸 아빠가 허락하고 말고의 문제도 있었고, 조그만 생명체에 칼을 대서 자궁을 도려낸다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엄마의 반대와, 병원에 데려가길 무서워하는..(알다시피 너무 예민과민해서) 나 정도의 암튼 이른 복잡한 문제들이 많은데 저따위로 댓글을 달아서 안그래도 힘든 내 마음에 비수를 꽂는 게 참 짜증나서 더 울었다.
결국 내가 버리라고- 패배를 인정하고 침울해하니 아빠가 직접 병원에 예약을 했으니 데려가라고 전화가 왔다. 극적인 화해- 이럼으로 해서 사춘기 시절을 넘어 대학교시절까지 이어져왔던 아빠와의 그 끈끈한 갈등이 와해되는 훈훈한 이야기 ^^ 그치만 아빤 아직도 버린다며 가끔 날 협박해서 울린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