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와 사실주의의 그 어딘가. 쥘리앵 소렐의 신분상승 분투기. 소심하지만 수려한 용모를 가진 그는 연이어 들어오는 행운을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간다. 그에게는 사랑도 아름다운 여인도 그저 수단과 도구일 뿐. 그에게 온 것이 순전한 행운이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왕당파의 집에서 일하며 나폴레옹 이야기가 나오면 짐짓 꺼림칙한 표정을 짓다가도 밤에는 눈물지으며 나폴레옹의 초상화를 쓰다듬는다. 들킬뻔한 위기에는 온힘을 다해 초상화를 숨기고 나중엔 불태우기까지. 게다가 라틴어도 잘 하고 일도 잘 한다. 시골사람의 순수함 같은 것이 귀족들에게 어필하는 듯. 스탕달은 발자크와는 달리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살아 생전 작품이 인정 받지도 못했고 평생 혼자 살았다고 한다. 그가 이 작품에서 자기 자신을 투영시킨 캐릭터는 의외로 쥘리앵 소렐이 아니라 다른 인물이라고 어디에서 읽었는데 어디에서 읽었는지,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레날 부인? 아무튼 후작의 딸을 유혹하려는 쥘리앵의 이야기가 이제 하권에 나올텐데. 우린 이게 어떻게 될지 다 알고 있고 ㅠㅠ (책 표지에 나옴) 고전 작품의 스포는 영향력이 덜해서인걸까? 독인지 약인지 모르겠다. 우울한 작가가 썼다지만 꽤나 웃긴 포인트들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