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Oldboy 1
츠치야 가론 외 지음 / 아선미디어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영화 '올드보이'는 분명 뛰어난 작품이었다. 평론가나 신문에서의 평도 '올드보이'가 가지고 있는 윤리적 문제점을 걸고 넘어진 몇몇 보수신문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호의적이었고, 그 호의라는 정도는 상당해서 대부분의 평속에서는 '원작을 뛰어넘는다'라는 칭찬이 꽤나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박찬욱 감독의 발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영화 '올드보이'가 기본적인 설정을 제외하고는 원작과 영화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영화와 원작의 내용의 흐름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기본적인 설정이란 것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10년간 구금된 남자가 복수에 나선다는 기본줄기 말고도 많은 요소를 영화는 원작의 것을 흡수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는 것, 그리고 만두의 맛을 통해 자신을 가두었던 곳을 찾아내는 것, 후최면, 악인의 최후까지..

 물론 영화 '올드보이'와 만화 '올드보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틀리다. 그리고 둘이 기댄 정서도 상당한 차이를 띈다. 영화 '올드보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상당히 원형적인,그리고 설화적인 비극인 것에 반해, 만화 '올드보이'는 현재 시대의 일본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물론 영화 '올드보이'에서도 시대적인 언급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반면에 만화 '올드보이'에서는 현재 시대, 그러니까 거품 경제 이후의 일본의 쇠락한 모습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띈다. 박찬욱감독이 원작과 기본적인 설정을 빼고는 방향을 완전히 달리했다는 발언을 호의적으로 보아준다면, 그 발언은 바로 그런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일게다.

...영화 '올드보이'는 그러한면에서, 그러니까 비극성에 기반한 인물들 사이의 갈등의 효과 측면에서 만화 '올드보이'를 넘어선다. 후최면이라는 요소를 살려내 몇개의 내용을 더추가한것은 멋진 응용이라고 평가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에 반해 만화 '올드보이'는 영화 '올드보이'가 지니지 못한 스릴러적인, 그리고 다분히 묵시록적인 측면이 잘 살아나 있다. 비교적 복수하는 자와 복수받는 자의 구분이 명확하고 사용 인물이 제한적인 영화에 비해 만화는 훨씬 다양한 인물이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로 인해 만화 '올드보이'는 영화가 넘어서지 못하는 고유의 영토를 지니게 된다.

...영화 평론가들이 혹은 기자들이 만화의 이런 장점들을, 원작의 힘을 몰라서 일까? 그들은 대체적으로 반전의 효과를 들어서 영화 '올드보이'에 손을 들어주는듯 하다. 하지만 만화 '올드보이'의 마무리 역시 그것이 결코 상투적인 것이 아닐뿐만 아니라 나름대로의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러한 판단은 잘못된 것으로 보여진다. 추측컨데 아마도 그들은 '올드보이' 일본의 작품, 그것도 만화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무시하는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

 음악에서 원곡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듯이, 영화에서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설령 뛰어넘을지라도 원작속에는 영화가 따라올수 없는 고유의 매력이 담겨있다.) 평론가들이나 기자들이 영화와 원작의 '질'을 따질때 앞으로 좀더 세심한 접근을 해주었으면 한다. 성급한 판단, 혹은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일을 낼 수 있는지는 영화 '올드보이'에서 잘 가르쳐주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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