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아프리카’

자연이 주는 풍요


▲ 김병종·화가·서울대 교수화가
요즘 아이들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우수(憂愁)의 하나는, 그들이 자연과 멀어져도 너무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땅의 기운을 받지 못하고 자란 그들에게서는 바람의 냄새가 없으며 나무의 씩씩함도 보기 어렵다. 컴퓨터, MP3, 핸드폰 같은 기기들이 밤낮 없이 새로운 ‘자연’의 자리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음지 식물처럼 커가는 오늘의 아스팔트 킨트(Asphalt Kind·아스팔트만 보고 자란 도회의 아이)들에게는 소년다운 싱그러움이나 생기 같은 것을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아프리카 아프리카’(생각의나무). 시인 황학주와 사진작가 김중만이 함께 엮어낸 이 책에는 지구의 저편에서 살아가는 다른 아이들의 삶이 담겨져 있다. 사진과 시라는 두 장르가 오버랩되면서 엮어지는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삶의 보고서 같은 책이다. 자연의 교실, 광야의 학교에서 자라나는 그들의 삶은 가난하다. 그러나 맨발로 땅을 딛고 불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이 대지의 아이들은 당당하고 싱그럽다. 그들의 몸에서는 남루로 가리워 질 수 없는 생명의 기운들이 분출되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가 예찬했던 칼 루이스의 아름다움마저 느껴진다. 피사체로 서있는 그들은 가난과 부요(富饒)의 가름마저도 무색하게 만들뿐 아니라 오히려 참다운 가난이란 생기의 빈곤과 정신의 빈곤이 아니냐고 묻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닥 슬픔의 그림자는 이 책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깊게 패인 웅덩이처럼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 숙명의 그림자이다.

이 책이 단순한 현장보고서 이상인 것은 그 그늘을 향해 던지는 따뜻한 시선 때문이다. 서로 맞잡고 싶어 내미는 손길 때문이다. 두 사람의 저자는 아프리카를 구경거리로 그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시인의 시에서처럼 ‘노을로 된 가슴’을 안고 제각기 ‘먼 길’을 걸어와 마침내 그 ‘걸음들이 환한 물에 와 있으라’고 기원한다. 어른들만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제각기 ‘자연’과 ‘문명’의 길을 걸어왔을지라도 ‘환한 물에서’ 함께 만날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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