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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오브 헤븐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리들리 스코트 감독, 올란도 브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사실은 아니지만 역사적 인물들을 적절히 활용해서 픽션을 사실적으로 그려냈으며, 그렇기 때문에 사실과 비교하면서 영화를 즐길 수도 있다.
우선 볼드윈 4세와 살라딘의 리더십과 인물됨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볼드윈 4세는 베일리언(자막에는 발리안으로 나옴)에게 왕들이나 권력자들이 사람들을 움직일 수는 있지만 그의 영혼은 자신에 속하며, 그렇기 때문에 죽은 후 하나님 앞에서 누가 시켜서 그렇게 했다는 변명을 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먼길을 달려 살라ㅎ딘과 평화협정을 맺는다.
살라ㅎ딘도 십자군을 뒤에 달고서는 싸움을 일으킨 성주의 성을 공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무모한 맹신으로 공격하자는 무슬림 장수의 논쟁을 제압한다. 합리적이면서도 신앙적인 군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기에 마지막에 베일이언과 협정을 맺을 때 과거에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함락하면서 모든 무슬림을 무자비하게 죽인 것을 보복하지않고 그들이 안전하게 유럽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베일리언은 갇프리 영주의 사생아로 대장장이의 삶을 살아가는데 아이의 죽음과 슬픔을 견디지 못한 아내의 자살로 신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자기를 찾아온 아버지를 따라 자신과 아내의 죄를 사함받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떠난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평범한 대장장이일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인 갇프리는 그에게 새로운 비전과 사명을 인계해준다. 세상의 끝, 예루살렘, 거기에는 태어난 계급으로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자기 안에 되고자 원하는 바대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이며, 사생아지만 자기의 아들이기 때문에 예루살렘의 왕을 섬겨 양심의 왕국, 하늘의 왕국(kingdom of heaven)을 건설하라는 사명을 준다. 화살에 맞아 죽어가는 갇프리는 죽기전에 베일리언에게 기사작위식을 하며 "적앞에서 두려워 말고, 용감하고 올바라서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죽음 앞에서도 진실만을 말하며, 약자를 지키고 잘못을 행하지 말라"고 맹세시킨다.
이제 베일리언은 더 이상 버림받은 대장장이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 양심의 왕국을 건설하고 지켜나갈 기사로 태어나게 된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들지 않는 사람이 사람일 수 있겠느나?"라고 대장간 들보에 써있는 글처럼 그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백성을 지키고 검을 든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시빌라가 말했듯이 "보다 큰 선을 위해 작은 악을" 행할 수 있는냐 하는 것이다. 평화를 지키고 백성을 지키기 위해 호전적인 영주 '기'를 제거하고 그의 아내인 시빌라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 과연 선일 것인가, 아니면 이러한 제안을 거절하고 더 큰 댓가를 치루면서 양심을 지키는 것이 선일 것인가.
감독은 역사적 서사시이며 로맨스로 그칠 수 있는 이 영화 속에 선과 악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만든다.
종교의 본질은 무엇이며, 선과 악의 본질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