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슨 살인사건 밀리언셀러 클럽 17
S. S. 반 다인 지음, 김재윤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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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반 다인의 데뷔작. 파일로 밴스의 데뷔작. 그야말로 독자들과 정정당당하게 두뇌싸움을 하는 작품이다. 꼼수가 없다. 탐정만 아는 정보도 없고. 현장 그림도 그래서 자주 등장한다.


밴스의 잘난척은 엄청나다. 처음 현장을 보고 다 알았다고 하는 데도 질려버렸지만, 마크햄에게 끝없이 어쩌구 저쩌구- 너 참 딱하다, 엉뚱한 사람만 의심하다니, 이런 말을 쉽게 날린다. 파일로 밴스는 "심심해 하고 건방지지만 매우 양심적이고 예리한 인생의 방관자"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인간은, "입 모양이 메디치가의 초상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금욕적이고 잔인해 보이기는 해도 보기 드문 미남이었다". 나중에 보면 경찰보다 더 능숙하게 액션에도 참가하는 밴스는, 돈을 위해 일할 필요가 없는 넉넉한 집안 출신이다. 예술에 대한 지식이 광대한 것이 그의 매력.


파살자가 총에 맞던 당시 책을 읽고 있었던 행동의 의미를 풀어내는 데서 정말 감탄했다. 다른 추리들이야 그렇다 치겠지만, 손님이 있는데 책을 읽고 있었다는 사실이 주는 의미라는 것, 과연 그러하다. 호오-



"밴스, 제발 부탁인데 겸손하고 부끄럼 많은 제비꽃처럼 조용히 있어줘."
"차라리 얼굴 빨개진 장미꽃이 더 낫지 않겠어?" -p.34


"참을성이 없는 자는 참으로 가엾구나! 어떤 상처가 단번에 아물 수 있겠는가 말이다."
-p. 142 세익스피어, <오델로>에서 재인용


확실히 인내심이야말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것 같아.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는 그것밖에 방법이 없잖아? -p.142


(마크햄이 밴스에게)"네 그 잘난 척하는 태도에 이젠 정말 질렸다! 너 뭘 알고 있는 거야, 아니면 모르고 있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 괜히 아는 척 자세 그만 잡고, 아는 게 있으면 말을 하든 말든 네 맘대로 해."
(중략)
(밴슨이 마크햄에게)"이 친구야, 그렇게 화냈다고 뭐라고 안 할테니 걱정 마. 상황이 엿같이 꼬이다 보니 그런 거잖아. 하지만 이제 이 연극도 막을 내릴 때가 된 것 같다. 널 놀리려던 건 아냐. 이번 사건에 대해서 나한테 몇 가지 재미있는 생각이 좀 있는 건 사실이야."
그러고는일어서서 하품을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진짜 끝내주게 덥다. 하지만 이 더위도 곧 끝나겠지?
티끌 같은 인간에게도 위대함이 있으니,
신은 그다지도 인간과 가까웠노라.
그의 임무가 그에게 '해야 한다'고 속삭일 때
젊은이는 '난 할 수 있다'고 대답하네

내가 바로 그 멋진 젊은이 아니겠어. 그리고 넌 내 귀가에 임무를 속삭여 주는 목소리고... 근데 '속삭였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 이왕 임무를 부여할 거면 좀 시원한 날에 하지 그랬냐......" -p.292


"기독교는 건축물만으로 그 정당성을 충분히 입증하고도 암을거야. 몇 가지 예외를 •醯?이 도시에서 눈에 거슬리지 않는 건물이라고는 교회와 그 부속 건물뿐이거든."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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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지음, 백시나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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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은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백석 시집에 실린 작가 이력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1963년을 전후하여 협동농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사망년도가 1995년임이 밝혀졌다" 차라리 63년에, 아니, 그 이전에 죽는 편이 나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아- 식민지하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분단을 겪은 문인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은, 어쩐지 큰 고통이다. 광복 이전의 책을 읽고 나면 결국 벌어진 일들에 한숨짓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63년에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사실은 95년까지 살아있었다니. 나이가 80이 넘도록, 그는 어떻게 살아갔을까. 공백으로 남아있는 그 30년 가까운 세월, 그는 알릴 수 없었던, 알려질 수 없었던 어떤 삶을 산 것일까. 아동문학을 써내려갔을까. 글을 쓰기는 했을까. 아이들 곁에 있을 수 있었을까. 많이 지쳐 있었을까. 죽고 싶었을까. 왜, 어떻게 그는 95년까지 살아남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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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Km -Sound Visual Book - 젊은 아티스트 여섯 명의 여섯 빛깔 여행기
김진표 외 지음 / 시공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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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시공사에서 나온 무려 1만8천원짜리 이 책은 김진표, 나얼, 임상효, 장윤주, 정신, 홍진경(예종 서양미술사 교수)이 한달간 외국의 도시를 살며 여행하며 느낀 것들을 적은 여행담이라고 할 수 있다. 후기를 보니 아마도 Thursday Island가 후원을 하고(그러니까 모델이 둘이나 참여한 게 아닐까 라는 추측;;) 시공사에서 기획을 해서 아예 이 책을 쓰려고 보낸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짜 팔자 좋다. 여행치고 너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생활 이야기라는 느낌. 한달 렌트비가 2백만원이 넘는 시부야의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한 달을 살기 위해 30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산다. 유럽에서 차를 렌트해서 스트라스부르로, 두브로브니크로... 여행을 다니고...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젊은 예술가들의 나른한 한담을 듣는 기분인데, 그나마 나얼의 그림이나 정신의 이야기(그 정신과 영수증이던가...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김진표의 사진이 있는 대목은 그럭저럭 참을 만 했는데... 다 읽고 나서도 그래서 이 젊은 예술가들이 이 왜 유럽에 가야 했는지를 모르겠다. 다 읽고 나니, 내가 애초에 뭘 기대하고 펴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결국 난 한낱 직장인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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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연쇄살인 - 희대의 살인마에 대한 범죄 수사와 심리 분석
표창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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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의 불완전성 역시 수사 혼선에 일조했다. 현실과 드라마(특히 외국드라마 <과학수사대 CSI>)는 다르다.
-p. 27

일단, 한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흠- 좀 끔찍하다. 하지만 실제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인데다 한국에서 있었던 사건들이니, 꽤 실감난다.(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국의 연쇄살인 사건과 유사한 외국 사건을 비교해 놓은 것도 읽을만하다. 

현실 속의 연쇄살인범이 영화와는 다르다는 대목이 흥미롭다. 현실 속의 연쇄살인범은-
1. 일정한 직업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인정받거나 우수한 실적을 나타내지 못한다.
2. 연령대는 20대 후반~40대 후반일 가능성이 높다.
3. 드물게 여성도 있지만 대개는 남성이다.
4. 결혼하지 않았거나 결혼에 실패한 독신일 가능성이 높다.
5. 평소 속을 잘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편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6. 간혹 아무것도 아닌 일로 자신을 무시한다고 화를 내거나 싸늘하게 돌변하여 주위를 놀라게 한다.

7. 사는 곳이나 개인 물건 등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등 사생활을 철저히 감춘다.
8. 진지하게 대화하거나 남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아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다.
9. 때로 멍하게 공상에 잠기거나 다른 세상 사람처럼 느껴진다.

10. 과묵하고 반항적인 모습이 때로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11. 이성 관계에 서투르면서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집착이 심하고 지나칠 정도로 잘해준다.
12. 이성 관계에서 마음을 나누려 하지 않고 일방적인 애정 표현으로 상대방에게 부담을 준다.
13. 부담스러워서 헤어지려고 하면 감정이 폭발하여 폭력을 휘두르거나 섬뜩할 정도로 차가워진다.
14.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 대상에는 대단한 집중력과 인내심을 보인다.
15. 폭력이나 절도, 성범죄 등의 전과가 있거나 이런 사건과 관련해서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16. 거짓말을 아주 능숙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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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2006-05-18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감사합니다..Thanks to!!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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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70대의 어린 공룡이 울고 있어.
나도 울고 있어.

중간에 지루하다고 불평을 좀 하면서 읽었지만,
그림자 대왕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그가 우리의 어린 공룡에게 오름에 대해 가르치면서,
이 책에 빠져들어버렸어.

연금술에 의해 그림자로 변해버린 그의 이름을,
호문쿨루스가 아닌 그의 진짜 이름을 알 수만 있다면.

부흐링이 마지막에 등장해서,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노래를 불러 책 사냥꾼들을 미치게 만들었을때를 잊을 수도 없겠지.

Ah- light, light!

밑줄긋기-

나는 등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물 한컵을 따라 단숨에 죽 들이켠 다음 좀벌레를 한 움큼 쥐어 목으로 넘겼다. 맛있었다. 심지어 소금 간이 되어 있었다! 나는 씹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한 모금의 물과 훈제 곤충 한 움큼이 아무런 희망도 없던 좌초 상태를 기분 좋은 낙관주의로 변하게 하다니. 우리의 의식을 결정하는 것은 두뇌가 아니라 위(胃)인 것이다.
- p. 171 <꿈꾸는 책들의 도시> 2권

"너에게 얘기를 하나 해주겠다"
그가 말했다.
"듣고 싶으냐?"
"나는 얘기를 좋아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상당히 무시무시한 얘기다."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다시 내게 다가오려고 하는 살아 있는 책들 몇 권을 위협해서 쫓아버렸다.
"그런 얘기야말로 최고입니다."
내가 말했다.
-p. 200 <꿈꾸는 책들의 도시> 2권

"그의 병은 폐쇄된 정신병원에 갇힐 일이 수월해질 정도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완전히 미치지는 않은 것이다. 그저 시인이 될 정도로만 미쳐 있었다."
-p.205 <꿈꾸는 책들의 도시> 2권

"작가란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 있는 거지, 체험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만약 네가 무엇을 체험하려면 해적이나 책 사냥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네가 글을 쓰고 싶다면 그냥 써야 한다. 만약 네가 그것을 너 자신으로부터 창조해낼 수 없다면 다른 어디서도 찾아낼 수 없다."
-p.308 <꿈꾸는 책들의 도시>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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