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속에 사는 사람
김정태 지음 / 체인지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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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정태>하면 영화 친구, 해바라기, 똥개 등의 강렬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 그가 30여 년간 <시>를 써왔다고 한다. 어떤 내용의 시일지 좀처럼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지금 50대이니 20대 초반부터 시를 적어온 것이다. <김정태>라는 한 사람의 삶이 담긴 마흔일곱 편의 시, 그 속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

After The Storm

드넓은 초원을 볼 수 있으리

제 할일을 다한 만족감을 맛보리

새로운 삶을 향해 조용히 읊조리고

젖은 손으로 편지를 띄우는 차가운 용기를 얻어

검소한 식사로 큰 배를 채우리

그리고 빗물에 닦인 길을

허리 숙여 걸어갈 것이다

여기, 여기가

어디였는지 꼼꼼히 기록하며

내 삶은 회색빛으로 말미암아

다시금 엄숙해지고

큰바람 불어오는 언덕 위

불빛은 어른거리는 사람의 말들은 아끼면서

아껴 가면서

이렇게 바람 불어

내 생이 꼭 한가운데로 내몰리면

다시 혼자로 남겠지만

그래도 평화롭게 가슴 쓸어내리는

폭풍이 지나간 모든 밤

-내 눈 속에 사는 사람 P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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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깡패 역 등 강한 성격의 역할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시들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중환자 실에 있는 상황, 어머니의 유언으로 13년간 큰 금액의 빚을 갚아야 했다. 그런 <폭풍이 몰아치는 회색빛 삶>에 내몰리면서도 <평화롭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드넓은 초원을 볼 수 있으리라 말한다.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역지사지를 가정해 보지만 쉽지 않다.

시집 안에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렵게 시작한 신혼생활, 젊은 나이에 떠난 형, 아무것도 못해주고 시집보낸 여동생에 관해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미안함들이 그득그득 담겨 넘친다. 아마 힘겨웠던 그 시간의 날들을 <시>에 꾹꾹 담아 버린듯하다. 그렇게 비우고 비우면 새로운 삶을 채웠다.

시집을 받고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다 눈길이 잡힌 첫 시였다. 몇 번을 눈으로 읽어보고 소리 내어 읊어도 보았다. 시를 적고 있을 당시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다. 창문을 거세게 흔들던 폭풍이 지나가고 무엇을 보며 썼을까?

읽는 동안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지난 시절이 생각났다. 김정태 배우가 아닌 시인 <김정태>가 써 내려간 삶의 이야기와 함께 과거로의 타임워프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해 본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체인지업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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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슬기로운 철학수업 슬기로운 철학수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조 편역 / 파랑새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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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등 니체의 책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문장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울림을 주며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1870년대의 글이 지금도 읽히고 있으며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울림을 주는 수많은 글들 중 김미조 편역자의 선택을 받은 문장은 무엇일지 어떤 느낌을 가져다줄지 궁금해졌다.



너는 얼마나 오래 네 불행 위에 앉아 있었나? P107



꽤 많은 문장들 중 왜 이 문장을 골랐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최근 급격한 컨디션 난조로 모든 생활이 엉망인 상황이다. 나빠진 상황만을 탓하며 화만 내고 있다. <나는 얼마나 이 불행 위에 앉아 푸념만 하고 있었던가?> 책을 읽을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서평을 쓰려 다시 펼치고 플래그 부분을 체크하며 거의 다시 읽었다. 마음 폭폭 찌르는 문장들이 있었다. 이래서 서평을 쓰야 하고 재독을 해야 하는 거구나라는 깨달음이 몰려왔다.



평소처럼 의연할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지쳐 있다는 증거이다. 피곤하다고 느껴진다면 사고를 멈추고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는 것이 최선이다. P137



컨디션이 안 좋아 피곤한데 이런저런 일들이 쌓여 있으니 스트레스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러니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산적해 있는 문제들은 일단 내려놓고 잠을 자봐야겠다. 이것이 해결책일 것이다. 알고는 있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무념무상이 되도록 노력은 해야 한다. 문장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많았다. 알고만 있는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사람들이 너를 칭찬하는 한, 너는 자신의 퀘도 위에 있는 곳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퀘도 위에 있다고 믿어라. P176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을 쓰는 편인가?라고 질문을 해 본다면 <YES>라는 답이 나온다. 왜?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평소에는 그런 거 신경 안 써!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이들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고 있는 자신이 보인다. 이제는 나만의 궤도를 찾아 걸어가야 할 때이다. 문장을 옮겨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어야겠다.



철학은 <나 자신을 찾기>가 아닐까 한다. 니체의 슬기로운 철학수업이 길을 보여준다. 이 여정에 동참을 원하는 분들께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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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법률콘서트 - 다양한 법률이슈를 예리하게 담아낸
이임성 지음 / 미래와사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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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접할 기회가 잘 없다. 소송이나 범죄에 휘말리지 않는다면 살아가는데 필요하지 않기에 알지 못해도 된다. 그래도 뉴스를 보다 보면 궁금한 점들이 있기는 하다. 목차를 쭉 내려보니 오호! 이런 건 궁금했는데!! 하였던 내용들이 꽤 있었다.


법무부는 얼마 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조문을 추가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독일에서 1990년 개정한 민법 조문과 같은 내용이다. <중략> 반려동물을 둘러싼 제도 정비의 단초를 마련한다는 정도의 의미다. P123-124

몇 년 전 우연한 기회로 반려묘를 기르기 시작했다. 이후로는 종종 동물보호법에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법>이라는 글자만으로도 머리가 지끈 지끈해졌다. 그래서 제일 먼저 펼쳐보았다.

우리나라는 아직 동물은 <물건>이다. 그래서 형법상 재물손괴죄로 처벌된다. 당연하게도 손해배상청구권도 위자료 청구도 되지 않는다. 반려동물의 <반려>는 가족이기에 붙여지는 이름이다. 결혼한 부부의 상대방을 반려자라고 한다. 평생을 함께 하는이라는 뜻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다치게 하거나 죽였는데도 책임이 없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예전에 살던 집 앞은 작은 골목이었고 골목 끝에는 초등학교가 있었다. 거의 매일 오후 2-3시 사이 정도에 아저씨 한 분이 꽤 큰 대형견 두 마리를 목 줄도 없이 산책을 시켰다. 지나다 보면 목줄을 부탁한다고 자주 이야기했었다. 어느 날 골목을 지나는데 한 마리가 갑자기 내 앞으로 뛰어오더니 냄새를 맡으며 어슬렁거렸다. 아저씨와의 거리는 50m 정도고 큰 개는 바로 앞에 있으니 겁이 났었다. 아저씨에게 개를 데려가라고 소리치니 괜찮다고 물지 않는다고 착한 아이라고 하셨다. 다행히 아저씨가 부르니 돌아갔다. 그러나 엄청난 공포였다. 아저씨에게 바로 옆이 초등학교이고 골목으로 아이들이 자주 다니니 목줄을 부탁한다고 하니 이후에는 목줄을 하고 다니셨다.

입마개 견종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찾아보지는 않았다. 대형견이라고 무조건 입마개를 하는 것은 아니다. 공격성 등을 따져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대형견을 보면 입마개를 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과 입마개 견종이 아니니 하지 않게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 시비는 자주 일어난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 <개물림> 사고에 대한 대책이 입마개 견종을 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며칠 전 국회를 통과한 <구하라 법>, 갈수록 피해액이 늘어나고 있는 <보이스 피싱>, 이슈가 되고 있는 <촉법소년> <음주운전> 등 소소하게 궁금했던 다양한 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여 재미있었다. 관심이 가는 분야부터 찾아볼 수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별첨의 AI가 쓴 리뷰도 흥미로웠다. <법은 때로 무서운 칼날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손에 쥐어진 방패이기도 합니다. P331>라는 문장은 <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했다. 까다롭고 어렵다고 느껴졌었는데 조금은 친숙해졌다.

뉴스에 한 번쯤은 주목 이슈로 등장했던 사건들에 대애 궁금증만 가지고 있었다면 추천해 본다. 의외로 알게 된 팁들이 많았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미래와사람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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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6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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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아가 그녀의 뒤에 서 있다. 담배 연기 속에, 거울 속에, 이 식당 안에. 지나아와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아니다. 지니아다. P67


<지니아>는 5년전에 죽었다 장례식도 치루었다. 토니, 캐리스, 로즈는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도 하였었다. 그런 지니아가 살아 돌아왔다. 초반 시작부터 흥미롭다. 지니아와 세명의 그녀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5년전 지니아가 죽고나서 토니, 캐리스, 로즈는 한달에 한번씩 <톡시크>에서 모여 점심식사를 같이 한다. 역사학자로 대학교수인 토니, 요가 강사이며 섬에서 생활하는 캐리스, 탄탄한 사업체를 가진 사업가 로즈는 공통점은 없다. 그들을 연결시키는 것은 '지니아'이다.



토니의 남편 웨스트, 캐니스의 남편 빌리, 로즈의 남편 미치는 지니아와 연결된다. 1권을 읽는 동안은 지니아를 친구들의 남편을 유혹하는 미친 여자가 아닌가 하였다. 그런 그녀는 왜 5년전 죽음을 위장하여 사라졌을까? 다시 세 여자들 앞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세명의 남편 중 사라진 두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증만이 커져갔다.



도둑 신부의 1권은 지니아의 죽음이후의 세 여자의 삶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세 여자는 남편과 아들, 딸들과의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어딘가 위태위태하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중간중간에도 지니아를 떠올린다. 지니아는 죽어 땅에 묻혔고 장례식 또한 두 눈으로 직접 본 세 명의 여자들은 왜 <지니아>를 놓아주지 못했을까? 혹시 그들의 그 불안과 집착이 지니아를 되살린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이 지니아가 맞다고 확신하는 인물이 진짜 지니아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을 것이다.



지니아와 이들의 서사가 2권에 어떤식으로 영향을 줄지 궁금하다. 소설의 구성중 발단-전개 부분이지 않을까한다. 지니아와 세여자의 끝내지 못한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2권으로 빨리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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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의 방 열린책들 세계문학 290
제임스 볼드윈 지음, 김지현(아밀)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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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에 출간된 책이 동성애를 담는다면 얼마나 많은 저항을 받았을까? 미국의 출판 편집자도 발표를 말렸을 정도로 당시의 시대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소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임스 볼드윈은 왜 『조반니의 방』을 썼을까? 하는 궁금증을 느끼면 읽었다.



1950년의 파리를 방문한 미국인 데이비드는 이탈리아 사람인 조반니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청혼을 거절하고 스페인으로 떠났다가 파리로 돌아온 약혼녀 헬라와 함께 한다.



그 말에 죄책감과 짜증, 북받치는 사랑과 고통이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조반니를 걷어차고 싶으면서도 품에 안아 주고도 싶었다. P179



처음 <조반니의 방>은 데이비드에게 새로운 기쁨과 경이로움을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비드는 죄책감이 쌓여간다.. 죄책감이 깊어질수록 조반니의 얼굴은 낯설어진다.



<죄책감>에 짓눌린 데이비드의 모습은 글의 전반에 걸쳐 계속된다. 조반니와 함께 하면서도 그에게 헬라와 관계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주변의 시선에 두려워한다. 아버지와 헬라의 편지에도 솔직한 답장을 하지 못한다. 조반니에게도 헬라에게도 양가적인 감정을 동시에 가진다.



한 사람이 타인인 상대에게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외면하고 도망을 친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부정한다면 그는 존재하는 것일까?



「그때는 나조차도 진실을 몰랐던 것 같아. 나는 그저 조반니의 방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 밖에는 몰랐어.」

「뭐, 이제는 그 방을 나왔으니 됐네. 나는 이 방에서 나갈 테고, 불쌍한 조반니만 목이 달아나게 생겼네.」 P253



데이비드가 조금 더 일찍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가졌다면 상황은 변했을까? 집요한 기욤에게서 벗어나 불행이 없던 것이 되었을까? 조반니는 다른 이들에게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청년이었다. 그러나 처음 돈이 없어 기욤을 받아 주었을 때 아미 예견되었던 불행이 아니었나 한다. 또다시 굶주림에 기욤을 찾아갔을 것이다. 스스로 자초한 이행이다.



반면 헬라는 데이비드와 함께 했던 방을 떠난다. 헬라 스스로 진실을 이야기할 때에서야 데이비드는 그녀의 손을 놓는다. 진실을 알면서도 데이비드가 직접 이야기해 주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헬라는 어떻게 버텼을까? 진작에 해결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수도 있었지만 데이비드 편지에서 희망을 보고 돌아온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기대에 보답받지 못했다.



조반니가 사형대에 오르게 되는 것은 살인이라는 이유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방인의 그를 최하층 계급으로 만들고 배고품에 범죄를 저지르게 한 프랑스 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에도 책임이 있다. 21세기 현대에는 이러한 폭력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1950년대와 달라진 것은 더 이상 '동성애'가 범죄가 아니며 몇몇의 나라에서는 합법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동성애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식의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거부당하고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성 정체성' 고백하는 사람들은 늘어가고 있다. 그 당당함이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사회 통념상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주제에 관한 소설로 읽기에 불편할 수도 있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읽기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가 가지게 되는 감정으로 바라보게 되기를 바라며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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