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의 방 열린책들 세계문학 290
제임스 볼드윈 지음, 김지현(아밀)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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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에 출간된 책이 동성애를 담는다면 얼마나 많은 저항을 받았을까? 미국의 출판 편집자도 발표를 말렸을 정도로 당시의 시대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소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임스 볼드윈은 왜 『조반니의 방』을 썼을까? 하는 궁금증을 느끼면 읽었다.



1950년의 파리를 방문한 미국인 데이비드는 이탈리아 사람인 조반니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청혼을 거절하고 스페인으로 떠났다가 파리로 돌아온 약혼녀 헬라와 함께 한다.



그 말에 죄책감과 짜증, 북받치는 사랑과 고통이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조반니를 걷어차고 싶으면서도 품에 안아 주고도 싶었다. P179



처음 <조반니의 방>은 데이비드에게 새로운 기쁨과 경이로움을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비드는 죄책감이 쌓여간다.. 죄책감이 깊어질수록 조반니의 얼굴은 낯설어진다.



<죄책감>에 짓눌린 데이비드의 모습은 글의 전반에 걸쳐 계속된다. 조반니와 함께 하면서도 그에게 헬라와 관계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주변의 시선에 두려워한다. 아버지와 헬라의 편지에도 솔직한 답장을 하지 못한다. 조반니에게도 헬라에게도 양가적인 감정을 동시에 가진다.



한 사람이 타인인 상대에게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외면하고 도망을 친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부정한다면 그는 존재하는 것일까?



「그때는 나조차도 진실을 몰랐던 것 같아. 나는 그저 조반니의 방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 밖에는 몰랐어.」

「뭐, 이제는 그 방을 나왔으니 됐네. 나는 이 방에서 나갈 테고, 불쌍한 조반니만 목이 달아나게 생겼네.」 P253



데이비드가 조금 더 일찍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가졌다면 상황은 변했을까? 집요한 기욤에게서 벗어나 불행이 없던 것이 되었을까? 조반니는 다른 이들에게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청년이었다. 그러나 처음 돈이 없어 기욤을 받아 주었을 때 아미 예견되었던 불행이 아니었나 한다. 또다시 굶주림에 기욤을 찾아갔을 것이다. 스스로 자초한 이행이다.



반면 헬라는 데이비드와 함께 했던 방을 떠난다. 헬라 스스로 진실을 이야기할 때에서야 데이비드는 그녀의 손을 놓는다. 진실을 알면서도 데이비드가 직접 이야기해 주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헬라는 어떻게 버텼을까? 진작에 해결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수도 있었지만 데이비드 편지에서 희망을 보고 돌아온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기대에 보답받지 못했다.



조반니가 사형대에 오르게 되는 것은 살인이라는 이유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방인의 그를 최하층 계급으로 만들고 배고품에 범죄를 저지르게 한 프랑스 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에도 책임이 있다. 21세기 현대에는 이러한 폭력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1950년대와 달라진 것은 더 이상 '동성애'가 범죄가 아니며 몇몇의 나라에서는 합법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동성애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식의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거부당하고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성 정체성' 고백하는 사람들은 늘어가고 있다. 그 당당함이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사회 통념상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주제에 관한 소설로 읽기에 불편할 수도 있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읽기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가 가지게 되는 감정으로 바라보게 되기를 바라며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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