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의 삶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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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오늘 오후 식물원에 갔다. 여기저기 꽃밭과 장미가 보였지만, 살짝 버려진 느낌. 나는 동물이 다시 보고 싶었다. -중략- 이곳은 파리에서 가장 황량한 장소로, 30프랑만 내면 입장할 수 있다.

밖의 삶 P101-102

⠀ 7월 19일 자의 글은 읽는 동안에도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왜일까? 왜 계속 생각이 날까? 글이 주는 적막감, 소외감, 쓸쓸함 등이 강하게 느껴지고 끌어당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 ⠀ 아이들이 군대를 가고 신랑이 일이 많아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고립감을 느껴가는 것 같다. 초긍정적 성격이라 어느 상황에서도 별일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 ⠀ 아니 에르노는 살짝 버려진 느낌의 식물원과 강렬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는 동물원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그녀는 <장면에 끼어들거나 각 텍스트의 기원에 있는 감정을 드러내는 일을 가능한 한 피하기 - 바깥 일기 서문 P9>에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글에 담지 않는다. 그래서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그녀의 감정을 읽어야 한다. ⠀ ⠀


아니 에르노의 시선에서 보고 그녀가 느낀 감정을 찾아가며 읽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가끔 끄적이는 다이어리를 꺼내 지난 이야기를 읽어보았다. 매일이 똑같은 일상 같았는데도 모두 다른 글들이 담겨있었다. ⠀ ⠀ 아니 에르노는 매일의 글쓰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었다. 하나하나 쌓인 개인의 기록이 역사가 된다는 것은 난중일기나 안네의 일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여기 한 도시의 15년간의 역사가 있다. 한 사람의 짧은 글들이 모인 것뿐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가 긴 시간이 흐른 후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이 글이 되었다. 나의 기록은 아주 먼 미래에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궁금해진다. 디지털로 남겨진 기록은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사라진다. 기록이 훗날까지 전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 ⠀

아니 에르노 문학상,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가진 작가, 2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 작가이다. 작가 소개를 읽다 본 빈 옷장이라는 제목이 낯익었다. 일어나 책장을 살펴보니 한편에 꽂혀있었다. 책 욕심에 사두고 읽지 못하는 책들이 많다. 빈 옷장도 일단 읽을 잭 쪽으로 옮겨두었다. 언제 읽을지는 미지수이다. 눈에 잘 보이는 곳이 두었으니 조만간 읽지 않을까 한다. ⠀ ⠀ 책 소개 중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 두 작품이 읽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이 궁금한 분들은 읽어보길 추천해 본다. ⠀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열린책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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