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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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오르게 하는 두 작품이었다. 특히 산책의 마지막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작품 해설을 읽고 다시 읽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산책』의 주제는 '오늘의 삶'과 '내일의 삶'중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갈지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변두리 싸구려 집」에 사는 동생 여경과 「강남 하꼬방 같은 데」에 사는 언니 윤경의 미묘한 신경전에서 알 수 있다. 얼마 전 이사한 동생 여경 집에 놀러 온 언니와 아파트 안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억새풀이 길 양옆에 우거져 숲의 향기가 나는 곳이었다. 강남에서 없는 곳이다.

 

영끌로 산 강남의 아파트, 집값이 점점 올라가게 되는 곳. 각 동 사이가 멀어 시야에 방해를 받지 않아 일조권 침해가 없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아이들이 있는 곳, 그러나 집값은 오를지 않을 곳. 두 곳 중 어떤 곳에 사는 것이 나은 삶일까?

 

집이 가지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집>이라 소리내어 보면 입술 밖을 벗어난 울림에 편안함이 밀려온다. <집이란 게 사람이 편히 쉬면서 돌아보고, 돌아보면서 넓어지고, 넓어지면서 서로 품을 수 있고, 뭐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P31>라는 여경의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럼에도 끝 모를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그런 나와 우리에게 지금 온전한 삶을 살고 있는지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지금 서 있는 곳이 경유지인지 종착지인지 궁금해진다. 경유지에서의 두 인물 이화와 에릭은 둘 다 종착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은 언뜻 보면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오랫동안 병간호하던 엄마를 떠나보낸 이화와 약물 중독이었던 히피 부모가 사망한 뒤 여행을 떠나 일곱 번째 경유지를 거치고 있는 에릭, 두 사람이 함께 한 세 달. 두 사람은 그 시간을 같이하며 무엇을 주고받았을까?

 

두 작품 모두 엉뚱하지만 지금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질문을 하게 한다. 외로움에 갇혀 세상 밖으로 나가는 문을 어떻게 여는지 모르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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